대법원, '남편 니코틴 살해' 징역 30년 판결 파기환송

니코틴 원액 탄 음식 먹여 사망케 한 혐의
1심과 2심에서 징역 30년 받았지만
대법원 "다시 재판하라" 파기환송
'합리적 의심 배제할 정도로 범죄 증명 안 됐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미숫가루 등을 먹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여성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살해 범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살인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2021년 5월 26일, 남편인 피해자에게 니코틴 원액을 넣은 미숫가루를 먹이고 이후 그날 저녁엔 니코틴 원액을 넣은 흰 죽을, 다음날 새벽엔 니코틴 원액이 들어간 물을 마시게 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검찰은 A씨가 2015년부터 다른 이와 내연 관계를 유지해 왔고,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자 남편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미숫가루와 흰 죽을 먹고서 피해자가 통증을 호소한 것에 대해선 니코틴 원액 때문이 아닐 수 있다고 봐 무죄로 판단했고, 니코틴 원액이 들어간 물을 마시게 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고, 검찰도 2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미숫가루와 흰 죽 부분에 대해서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A씨의 상고 이유를 받아들여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A씨의 살인 범행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 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써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이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고, 그에 대해 추가적으로 심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인이 급성 니코틴 중독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근거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A씨가 피해자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물을 마시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찬 물을 준 후 밝혀지지 않은 다른 경위로 피해자가 니코틴을 음용하게 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니코틴이 들어간 물을 마신 뒤) 피해자의 체내 니코틴이 최고 농도에 이르게 되는 시각에 휴대전화 로그 기록 등 행적이 나타났다"라며 "수사기관은 A씨의 사전 범행 준비, 계획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라고도 지적했다.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은 "내연관계 유지 및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해 취득하게 되는 경제적 목적이 계획적으로 배우자인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충분한 동기로 작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며 "내연관계 유지나 경제적 목적이 살인 동기가 됐다고 볼 정도인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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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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