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지 ‘국민호텔녀’ 댓글은 모욕” 벌금 50만원 확정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지난 19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크로마에서 진행된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 참석했다./뉴스1

가수 겸 배우 수지(본명 배수지)에게 ‘국민 호텔녀’라는 표현을 사용해 모욕한 것은 유죄라는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이 나왔다. 수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멸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고,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수지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27일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5년 10월 네이버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수지 출연 영화 기사에 ‘언플(언론 플레이)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 호텔녀’라는 댓글을 달았다. 당시 수지는 다른 남자 배우와 열애설이 불거졌고, 상대와 해외 호텔에서 묵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었다.

A씨는 또 같은 해 12월에는 ‘영화 폭망(폭삭 망함) 퇴물 수지를 왜 B(다른 연예인)한테 붙임? 제왑(당시 수지 소속 연예기획사 JYP) 언플 징하네’라는 댓글도 썼다.

수지 측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됐고, 검찰은 A씨에게 모욕죄를 적용해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A씨는 “연예 기획사의 상업성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었고,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 표현으로 인터넷에서 허용되는 수위를 넘지 않았다”며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후 1심부터 재상고심까지 총 5번의 재판을 거쳐 최종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것이다.

1심은 A씨가 작성한 댓글 전부를 유죄로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대중의 관심사에 대한 비판, 풍자, 패러디는 모욕죄와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표현의 자유를 쉽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민 호텔녀라는 표현은 피해자에 관한 스캔들이 보도된 적 있어, 이를 기초로 ‘국민 여동생’이라는 연예 업계의 홍보문구 사용을 비꼰 것”이라며 “모욕적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퇴물’ 표현에 대해서는 “연예인의 직업성 특성상 ‘전성기가 지났다’는 생각을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봤다.

수지가 작년 6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그러나 대법원은 작년 12월 수지를 향한 ‘국민 호텔녀’라는 표현은 모욕이 맞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수지의 사생활을 들춰 수지가 종전에 대중에게 호소하던 청순한 이미지와 반대의 이미지를 암시하면서 수지를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한 것”이라며 “여성 연예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멸적인 표현”이라고 밝혔다. 정당한 비판의 범주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A씨가 ‘퇴물’, ‘영화 폭망’ ‘거품’ 등이라고 쓴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국민 호텔녀’ 부분은 유죄로 보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표현들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모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