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드디어 바닥 지나"…삼성·SK, 하반기 실적개선 '속도'
'고성장' HBM 시장 주도권 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경전도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메모리 반도체 한파의 출구가 보이고 있다. 창고에 가득 쌓여 있던 재고가 정점을 찍고 줄기 시작했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것도 반도체 업황 회복을 앞당기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에만 15조원이 넘는 손실을 냈지만, 3분기 적자 규모를 더 줄이고 4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다만 D램에 비해 낸드 플래시는 여전히 재고 감소가 더디게 나타났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낸드 감산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15조 적자에도 버티는 이유
27일 양사의 2분기 실적 발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DS부문과 SK하이닉스(000660)는 2분기에도 조(兆) 단위 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 적자만 15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DS부문의 2분기 매출은 14조7300억원, 영업손실은 4조3600억원이다. 1분기 손실(4조5800억원)까지 더하면 적자 규모가 9조원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영업손실 2조8821억원을 기록해 상반기 손실 규모가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한파가 끝나지 않은 탓이다. 반도체 수요처가 줄면서 재고가 쌓였고, 안 팔리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이 지속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D램은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생성형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시황이 악화하자 감산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과잉 공급 우려가 해소되고 가격 하락이 둔화됐다. 재고도 지난 5월 피크아웃(Peak out)에 진입했다.
여기에 DDR5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으로 AI용 수요가 확대된 것도 업황 회복에 힘을 보탰다. SK하이닉스만 하더라도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을 포함한 그래픽 D램이 차지한 비중이 지난해 하반기 10%대였으나, 2분기에는 20% 수준을 차지했다.
다만 낸드 플래시는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재고가 좀처럼 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낸드 재고평가손실은 5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재고 정상화를 위해 낸드 생산 하향폭을 크게 조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하반기 낸드 제품의 감산 규모를 5~10% 수준 확대할 계획이다.
◇바닥 찍은 반도체…"HBM이 하반기 실적 이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로 3조4305억원을 제시했다. 2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끝내고 지난해 4분기(4조3000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 적자가 대폭 줄어들어 전사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1687억원 손실로 추정됐다. 다만 컨센서스는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2조4345억원 손실이었고, 1개월 전에는 2조3095억원이었다. 분위기 개선이 이어지면 3분기 적자 규모가 1조원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 감산으로 인해 가격 하락이 둔화되고, 세트 수요도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상당수 진행됐고,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가격 하락 폭이 확연히 둔화됐다"며 "하반기에는 세트 재고 조정이 상대적으로 진전된 PC, 모바일 위주로 상반기 대비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공급 측면에서도 업계의 감산 폭 확대 영향으로 인해 일부 시장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DDR5와 HBM 등의 AI향 매출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HBM의 경우, 앞으로 5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HBM 시장 메이저 업체로서 업계 최대 생산능력을 유지 중"이라며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 기가비트(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 HBM 캐파(생산능력)는 올해 대비 2배 이상 확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SK하이닉스도 전날 HBM에 대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세계 최초로 12단을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 HBM3 제품까지 공급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향후 AI 기반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역대급 투자 이어가는 삼성·속도 조절 나선 SK
시설투자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온도 차가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의 10배가 넘는 7조2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또 2분기 기준 최대인 14조5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쏟아부었다.
시설투자 중 13조5000억원이 DS부문에 집중됐다. 경쟁사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줄이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50%, 마이크론은 42% 투자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와 인텔도 각각 12%, 19% 투자를 축소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투자 증가액 대부분이 파운드리 반도체 투자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2027년 클린룸의 규모를 2021년 대비 7.3배 확대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R&D와 시설투자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반도체가 불황일수록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는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했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금액을 지난해보다 50% 이상 축소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선택과 집중을 택한 모습이다.
제한된 투자 규모 내에서 올해 수요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 DDR5와 HBM3에 필요한 생산능력 확보에 집중한다. 다만 증설보다는 공정 전환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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