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구경만 하고 안 사"… 힙한 전통시장 상인의 푸념

이홍라 기자 2023. 7. 27. 11: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레트로에 열광 중인 Z세대에게 옛 정서가 가득한 전통시장은 힙한 장소 중 하나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모습. /사진=이홍라 기자
현재 Z세대는 레트로에 열광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은 잘 모르는 옛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힙하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옛 것은 촌스러운 것이 아니다. Z세대에게 옛 것은 '힙함' 그 자체다.

레트로 인기는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쑥, 약과, 흑임자 등 옛날 입맛이 유행하며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또 2000년대 초반의 패션은 'Y2K'(연도를 뜻하는 Year, 숫자 2, 1000을 가리키는 Kilo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라고 불리며 하나의 코디로 자리잡았다.

옛 정서가 가득한 전통시장도 Z세대에겐 힙한 장소다. 이들은 레트로가 넘쳐나는 전통시장에서 놀기 시작했다. 머니S가 힙하다고 소문난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레트로 그 자체…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바꾼 시장 문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스타벅스 경동 1960점 덕분에 50대 이상이 주를 이룬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젊은 세대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의 모습. /사진=이홍라 기자
50대 이상이 주로 방문하던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젊은 사람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로 지난해 12월 문을 연 스타벅스 경동 1960점 때문이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1960년에 지어져 1994년에 문을 닫은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했다.

오래된 극장의 느낌을 그대로 남겨 레트로 감성이 충만한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21일은 평일 오후임에도 만석이었다. 매장을 두 바퀴 정도 돈 후에야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날 경동 1960점에는 Z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도 많았다. 이곳에서 커피를 즐기는 외국인도 볼 수 있었다.

노트북을 챙겨 방문한 이모씨(여·20대)는 경동 1960점만의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이씨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일부러 경동 1960점을 찾는다"며 "넓고 높은 구조가 마음에 든다"고 만족해했다. 이씨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을 것을 추천했다. 이씨는 "높은 곳에 앉아야 매장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며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함께 온 김모씨(남·20대)는 이곳이 핫플(핫 플레이스의 줄임말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뜻함)이라서 찾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오픈 초반에 오면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이제서야 방문했는데 여전히 사람이 많다"며 매장을 두리번거렸다. 연신 매장을 둘러보던 김씨는 "극장을 개조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특히 벽에 빔을 쏴 닉네임이나 주문번호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너무 감성적"이라고 감탄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주말에는 1000명가량 방문한다"며 "젊은층 사이에서 핫플로 꼽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해 이색적인 구조와 넓은 규모로 꾸민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매출은 그대로지만 보기 좋네요"… Z세대가 반가운 상인들


시장 내에 젊은 사람의 유입이 커졌지만 매출까지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입구 간판. /사진=이홍라 기자
시장 내에 젊은 사람의 유입이 커졌지만 매출까지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경동시장에서 약재를 판매하는 A씨(남)는 "예전에는 보기 어려운 젊은 사람을 요즘 매일 본다"며 "커피 마시러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젊은 사람이 많이 오니 기분은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타벅스 갔다가 시장 구경하는 사람 중에서 어쩌다 한 명이 약재를 사간다"고 덧붙였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B씨(남)도 젊은 사람이 많이 방문하는 것을 좋게 받아들였다. B씨는 "시장에 사람이 많이 온다고 매출이 늘어나진 않는다"며 "그래도 사람이 없는 것보다 젊은 사람이 많이 찾아와 활력있는 시장이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그는 젊은 층이 경동시장을 구경하고 시장 내에서 판매하는 다른 물건도 구매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 중이라는 서모씨(여·20대)는 스타벅스를 찾은 뒤 시장 구경에 나섰다. 서씨는 "시장에 평소 보지 못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며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시장 데이트를 종종할 생각"이라고 흥미로워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사람이 시장에 많이 온다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며 "나도 이제 유행에 동참했다"고 뿌듯해했다.



전통시장서 데이트하는 Z세대


경동시장뿐 아니라 다른 시장도 젊은 세대의 방문이 늘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입구 간판. /사진=이홍라 기자
경동시장뿐 아니라 다른 시장도 젊은 세대의 방문이 늘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시장에는 낮부터 술을 한 잔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C씨(여)는 방문자 대다수가 젊은 세대라며 좋아했다. 그는 "젊은 사람이 많으니 나이 드신 분들도 호기심에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친구와 중앙시장을 찾은 신모씨(여·20대)는 "시장에 포장마차처럼 꾸며놓은 곳이 있다고 해서 왔다"며 "요즘 술집에서는 보기 힘든 옛날 감성을 느끼러 왔다"고 전했다. 친구 김모씨(여·20대)는 "요즘 시장 맛집이 뜨고 있다"며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D씨(남)도 시장에 젊은 사람이 많이 찾는 것을 느끼고 있다. 사진은 망원시장 입구 간판. /사진=이홍라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D씨(남)는 시장에 젊은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B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 많이 놀러온다"며 "대부분 연인이나 친구 사이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B씨는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서 좋지만 매출로 이어지진 않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B씨는 "젊은 사람들은 시장에 오면 꽈배기나 커피 하나 사들고 구경만 한다"며 "가끔 지나가다 1000원짜리 과일 하나 사긴 하는데 그건 매우 드물다"고 아쉬워했다.

망원시장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씨(남·20대)는 종종 시장 구경에 나선다. 김씨는 "심심할 때 시장을 구경하면 재밌다"며 "시장에서 파는 상품을 둘러보기도 하고 시장에 온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홍라 기자 hongcess_01@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