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부문, 4분기 흑자전환 기대감
첨단 파운드리 사업 가속 전망
가전·스마트폰도 하반기 날개
“고객사 재고 조정이 상당 수준 진행됐고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가격 하락폭이 확연히 둔화됐다. 하반기 D램의 경우 특수 공정이 적용된 제품들은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
삼성전자가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전분기 대비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악화가 2분기 정점(피크아웃)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반도체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호조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돼 삼성 반도체가 4분기 깜짝 ‘흑자 전환’ 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폴더블폰(접이식 휴대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약진과 연내 첫선을 보일 로봇 등 신사업까지 가세하면 수익성 회복 속도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르고 있다.
▶DDR5·HBM 시장 확대...첨단 파운드리 사업 가속도=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오는 4분기에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며,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칩 전체의 재고 조정이 상반기를 기점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하반기부터 모바일·PC 등 전방 산업이 확대되면서 메모리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서버 사업 역시 데블데이터레이트5(DDR5)가 확대되고 DDR4의 수익성 회복이 기대된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3(HBM3) 등의 매출 상승도 예상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최근 “AI가 앞으로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관련 칩 생태계 진입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시스템LSI사업 역시 엑시노스 등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고객사 재진입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최초 3나노미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이 반영된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 의 고객사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위치한 파운드리 공장은 올해 12월 공사를 마치고 내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또한 하반기 다수의 스마트폰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상반기보다 높은 수익성이 점쳐진다.
▶위기 속 실적 버팀목 가전·TV·스마트폰...하반기 날개 달 듯=전날 공개된 신제품 ‘갤럭시Z폴드·플립5 시리즈’도 하반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의 적자 속에서 큰 버팀목이 되고 있는 TV·가전 분야도 하반기부터는 더욱 날개를 달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글로벌 가전·TV 시장이 상반기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 오는 3분기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된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상승 추세도 패널 구매량과 TV 생산량 증가를 의미해 수요 회복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초고가·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에 주력하면서 수익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에 4990만원짜리 ‘98인치 네오 QLED 8K’를 출시한데 이어, 1억3000만원인 ‘89인치 마이크로 LED TV’도 내놨다. 최근 미국에서는 LG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한 83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도 출시했다.
하반기 베일을 벗을 웨어러블 로봇 등 신사업 성과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헬스케어용 웨어러블 로봇 ‘봇핏’ 개발을 모두 마치고, 내부 직원을 상대로 파일럿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초기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 등을 위한 보조기구로 개발됐으나, 전연령층을 아우르는 헬스케어용 로봇으로 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위한 최대 규모 투자 지속=삼성전자는 1·2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도는 분기 영업이익 등 저조한 실적에도 R&D 투자(7조2000억원)와 시설투자(14조5000억원) 만큼은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R&D 투자 금액이 당해 분기 영업이익의 10배가 각각 넘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9000억원의 R&D 투자를 단행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약 14조원을 R&D에 썼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R&D투자가 올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14조5000억원의 시설 투자도 이목을 끈다. 이는 역대 3번째 규모의 시설투자이다. 회사는 지난 1분기에도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규모인 10조7000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시설투자는 25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2000억원)보다 약 5조원 증가했다. 파운드리 반도체 투자가 증가한 영향이다.
이는 최악의 반도체 업황 속에 경쟁사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SK하이닉스는 50%, 마이크론은 -42%, TSMC는 -12%, 인텔은 -19% 가량 관련 투자를 예년에 비해 줄이기로 한 상태다. 삼성은 R&D·시설 관련 투자를 지속해 업턴(반도체 경기 반등 국면)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DDR5, HBM 등 고성능 메모리 뿐 아니라 AI, 고성능컴퓨팅(HPC), 전장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 대한 주도권 확보 의지가 깔려있다. DX(디바이스경험)·DS 부문 모두 전세계 41개의 R&D센터를 운영하며, AI 등 기술 연구에도 열을 쏟고 있다.
최근 경 사장은 “오직 투자를 통해서만 기업은 새로운 혁신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 투자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지헌·김민지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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