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비둘기적 인상’ 평가에도 불확실성 여전···향후 물가상승 변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리면서 추가 금리 인상 및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시장은 사실상 금리 인상이 끝난 것으로 평가했지만, 연준이 여전히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어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되진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목표 범위는 기존 5.00~5.25%에서 2001년 이후 최고인 5.25~5.50%로 상향됐다. 2022년 3월 이후 1년 4개월 동안 금리는 총 5.25%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연준은 이날 정책결정문에서 ‘경제활동이 다소 완만한 속도로 계속 확장’하고 있다는 종전의 표현을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로 수정했다. 아울러 “FOMC는 완전고용과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장기간에 걸쳐 달성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방기금금리의 목표 범위를 올리기로 했다”며 “향후 FOMC는 추가 정보와 이것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미국의 경제 상황을 ‘다소 완만한’에서 ‘완만한’으로 상향 평가했다는 점에서 정책결정문은 다소 매파적(긴축 선호)으로 읽혔다. 그러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데이터에 달려있고, 포워드 가이던스(정책방향 예고)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비둘기적(완화 선호)으로 해석됐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이 한 차례 회의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결정되느냐’는 기자 질문에 “회의 시마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금리 인상 속도를 포함해 향후 회의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3번의 회의를 건너뛰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단지 목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 결정의 주기를 늦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파월 의장은 향후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에 따라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9월 FOMC 회의까지 두 번의 일자리 지표와 CPI 지표 등을 추가로 입수하게 된다”라며 “데이터에 기반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9월 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으며 금리를 유지하는 선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헤드라인 인플레이션(CPI)이 하락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따라서 당분간은 통화정책을 제약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하며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고, 에너지·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같은 기간 4.8% 올랐다.
주요 투자은행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논평을 내놨다. 웰스파고는 “이번 정책금리 인상이 이번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책금리가 5%를 상회하고 양적 긴축은 계속되는 가운데 근원 인플레이션도 둔화하고 있어 추가 긴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FOMC 지도부가 ‘신중한 속도의 긴축’을 지지하고 있어,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적으로 평가하면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지수(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는 전날 101.35에서 101.02로 내렸다. 유로화와 엔화 가치는 각각 달러 대비 0.3%, 0.5%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오는 9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3.88%에서 3.87%로 소폭 하락했다.
파월 의장이 명확한 긴축 중단 신호를 보내지 않은 이상 금리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워싱턴 주재원은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선택지를 유지하면서 정책금리 인상 조건과 시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향후 연준의 금리결정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가격 오름세 등으로 7월 CPI 상승률이 반등할 수 있다”면서 “파월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재확인한다면 9월 FOMC에서 긴축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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