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원희룡 장관에게 필요한 또다른 J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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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출신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말을 잘 한다.
때문에 야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만 해도 원 장관이 문제를 쉽게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특히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국책 사업에 대해 장관 개인의 판단으로 백지화를 선언한 것은 감정적인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원 장관이 할 일은 '백지화 선언'에서 '사업 재추진'으로 넘어갈 분기점(JCT)을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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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출신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말을 잘 한다. 사회적 문제의 갈등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빠르다. 그래서 설명과 설득에 능하다. 20대 대통령 선거 전 유튜브에서 ‘대장동 1타강사’로 이름을 날린 것이 좋은 예다.
장관 취임 후에는 화물연대 파업과 건설노조와의 전쟁 등 어려운 갈등 국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화물운송시장의 구조 개선을 위해 지입제를 손보고, 건설현장에 만연했던 ‘월례비 관행’을 상당수 근절하는 성과도 거뒀다.
때문에 야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만 해도 원 장관이 문제를 쉽게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에 해당하는 분기점(JCT) 변경 논의는 이전 정부 때부터 시작됐는데, 종점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정황만으로 특혜를 주장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 장관의 대응은 예상과 달랐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실무 당정협의 후 기자회견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했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한다”며 돌연 백지화를 선언했다. 원 장관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제가 책임진다. 정치생명, 장관직을 걸었다”고도 했다.
원 장관은 2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내가 (야당 주장대로) 법을 위반했으면 탄핵하라”고까지 말했다. 정치적 수사(修辭, rhetoric)이겠지만, 상당히 거칠다. 특히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국책 사업에 대해 장관 개인의 판단으로 백지화를 선언한 것은 감정적인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국토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보고서를 모두 공개했다. 오래 전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안 노선을 검토하고, 양평군청 등 관계자와 논의해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백지화 선언보다 선행됐어야 할 사실 확인 과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에 대해 “충격요법”이라고 설명했다. 의혹 제기를 차단하기 위한 압박일 뿐, 정말 사업을 백지화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원 장관이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관계자의 설명이 진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제 원 장관이 할 일은 ‘백지화 선언’에서 ‘사업 재추진’으로 넘어갈 분기점(JCT)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원 장관은 “민주당이 ‘사실 관계를 잘못 알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쟁을 중단한다면 사업을 재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되려 자충수가 될 소지가 크다. 야당이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여야의 치킨게임식 정쟁으로 국책 사업이 멈추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된다. 잘못된 국정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이 짊어진다는 것을 유념하길 바란다.
[윤희훈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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