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유’ 뛰어넘는 확장억제 시급하다[시평]
한미 핵협의그룹 출범회의 맞춰
美 전략핵잠함 공포의 균형 시현
핵무기로 대화 시도 불가능 사인
정권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기구
핵전 준비태세용 기본지침 절실
재래 무기와 혼합전 역할 나눠야
지난 4월 27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워싱턴선언). 그리고 지난 18일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하는 출범 회의가 서울에서 있었다.
출범 회의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었지만, 한국 대통령실과 미국 백악관의 안보 관련 고위 당국자가 직접 회의를 주관하고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 및 국방 관계자까지 대규모로 참석했다는 점에서 실효적 의미가 컸다. 특히, 이 회의에 맞춰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향후 미국의 확장억제가 어떤 수단을 통해 구현될 것인지를 공개한 것으로, 우리는 물론 일본·대만 등 동북아 비핵국가들에 대한 ‘공포의 균형’을 시현했다.
회의 개최의 시기와 모습도 여러 가지 목적을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이면 하절기 한미 연합연습이 시작되는데 매년 이때가 되면 북한은 핵실험 위협,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핵무기 개발과 실험을 지렛대로 남과 북, 그리고 미·북 관계에서 이니셔티브를 잡으려고 했던 북한이 이번 연합연습을 앞두고도 커다란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미국이 본격적으로 확장억제 강화에 나섰으며, 더는 핵무기를 매개로 한 대화 시도는 불가능하다는 사인(sign)을 준 것이어서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한편, 회의 개최에 맞춰 부산에 기항한 미 해군의 전략잠수함인 켄터키함은 선체 길이 170m, 배수량 1만8750t이며 최대사거리가 1만2000㎞에 이르는 트라이던트-2 미사일 20여 개를 적재하는 대형 잠수함이다. 핵연료를 사용해 가동되기 때문에 수중 움직임이 탐지되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 있든지 지정된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이런 전략잠수함을 14척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2041년까지 26척으로 늘려 나갈 예정이다. 이런 전략무기 공개는 북한이 아무리 공을 들여 3000t급 잠수함을 만들고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해도 절대로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일깨워준 것이었다.
출범 회의는 향후 북핵 대응에 밝은 전망을 줬다. 하지만 완전한 북핵 대응책을 갈구하는 국민에겐 부족한 면도 있으니 조속히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첫째, 협의 기구의 제도화다. 현재는 양국의 대통령실이 주도함으로써 강력한 추진력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정권 변화에 따라 대북정책이 심각하게 변경되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어느 정부에서든 이 협의체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의체 운영의 종료 시점을 정할 필요가 있다. 그 시점은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폐기(CVID)가 이뤄질 때까지’로 명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핵을 목전에 두고 조치해야 할 사항이 산적한 상황에서 분기 단위 회의라는 결정은 다분히 비현실적이다. 초기 단계인 지금은 상설로 운용돼야 할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둘째, 핵전쟁 억제 및 실질적인 준비 태세를 갖추는 데 필요한 양국의 기본지침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 지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무기 사용 시점의 공동 인식에 관한 것이다. 만일 그 시기를 북한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은 이후로 정하게 되면 우리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고, 핵무기 사용 징후가 포착됐을 때로 정한다면 이는 우리의 선제 사용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 선제 사용을 법제화했음을 고려해 그 결정에 주저함이 없기 바란다.
셋째, 핵전쟁이라고 해도 재래식 전쟁은 반드시 포함된다. 핵과 재래식 무기가 혼합된 전장에서 한·미 양국은 각기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것이 결정되지 않으면 실행력은 보장받을 수 없다.
넷째, 국민을 설득하고 군대를 훈련시켜야 한다. 올바른 정부라면 아마겟돈 상황에서 국가 생존을 위해 국민에게 강제해야 하는 악역을 미뤄선 안 된다. 올바른 국민 또한 이런 정부를 더욱 격려·응원할 것이다.
NCG의 최종 목표는 ‘북핵 위협 완전 제거’에 있음을 명심하고 부디 나토식 핵공유를 뛰어넘는 실질적이고 유효한 ‘한국형 확장억제’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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