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갈증과 민·관 원팀론[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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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해외 출장이 잦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2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중 밝힌 민간·정부의 '원팀(One Team)론'은 규제와 보복, 그리고 맞보복으로 이어지는 살벌한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답답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 회장은 "싱글 기업(기업 하나)의 경쟁력만으로 싸워서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 시작됐다. 이제는 밖에 나가 정부와 민간이 '원팀'이 돼서 활동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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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해외 출장이 잦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2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중 밝힌 민간·정부의 ‘원팀(One Team)론’은 규제와 보복, 그리고 맞보복으로 이어지는 살벌한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답답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 회장은 “싱글 기업(기업 하나)의 경쟁력만으로 싸워서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 시작됐다. 이제는 밖에 나가 정부와 민간이 ‘원팀’이 돼서 활동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상이 그렇게 움직이니 우리도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제가 (해외에 나가서) 느낀 것”이라고도 말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세일즈’형 해외 순방을 이어가는 윤석열 대통령도 요즘 답답함을 호소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외국에서 보고 듣는 게 많아질수록 정부 정책의 진행 속도와 질적 수준이 대통령과 국민의 눈높이보다 한참 낮다고 느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책상 앞에만 있지 말고 외국으로 나가 보라”고 재촉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최근엔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초격차 기술 확보 업무를 책임지는 A 부처의 장관이 현실과 동떨어진 브리핑을 하자, 참다못한 윤 대통령은 “A 부는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해 배석한 타 부처 장관들까지 얼어붙게 했다. 반면, 이민 정책 선진국들을 돌아다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빈틈없어 보이는 이민 정책을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장관들의 박수까지 유도하며 흡족해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갈증과 최 회장의 원팀론은 사실 일맥상통한다. 대한민국 밖으로 나가 보면 자국의 생존과 난제 해결을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무역 경쟁국들은 핵심 산업 육성과 기업 경쟁력 극대화를 목표로 규제 개혁과 각종 지원 정책을 쏟아낸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과 일부 여론은 여전히 우물 안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는 개구리 신세를 자처하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 일각에서도 ‘친재벌 색깔론’이 무서워 기업 편에 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사후약방문식으로 기업을 도와주는 소극적 적선(積善)은 냉혹한 경제안보시대에선 한가한 얘기다. 글로벌 선진국들이 그러하듯 이제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제도를 뜯어고치는 적극적 입법·행정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대통령과 경제인이 함께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유럽을 방문한 대만의 외교부장이 유럽 국가들을 향해 “TSMC의 투자를 받으려면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교 무대에서 늘 중국에 짓눌렸던 대만이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결국,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쟁쟁한 기업들이 있다. 민·관이 명실상부한 원팀이 돼 진한 애정을 쏟는다면 이들 기업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영원한 보검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생존을 방해하는 적은 밖에 있다. 이들은 늘 우리의 원팀 구성을 경계하며 분열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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