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수!자신과 동료를 믿어" '황금세대'박윤정 코치가 모로코전 앞둔 '황금세대'에게 던진 한마디[女월드컵 현장 인터뷰]

전영지 2023. 7. 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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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정말 좋은 선수들이다. 자신과 동료들을 믿고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의 홍일점 지도자, 박윤정 코치(34)가 27일(한국시각) 호주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 훈련 직후 '황금세대'들을 향해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1989년생 박 코치는 대한축구협회(KFA) '막내' 전임지도자다. 센터백 출신으로 1988~1990년생 황금세대 틈바구니에서 U-18, 19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고 2008년 A대표팀에도 발탁됐다. 포항여자전자고-대구 영진전문대 졸업 직후 2010년 WK리그 서울시청, 2011년 구미 스포츠토토를 거쳐 2013년 일본 알비렉스 니가타에서 은퇴했다.

그녀는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결심하고, WK리그 2년차 때인 스물두 살, 2011년 KFA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2015년 B급 자격증, 2019년 A급 자격증을 따낸 후 여주대와 모교인 포항여자전자고 고 이성천 감독 아래 코치로 일하며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었고, 바늘구멍 경쟁을 뚫고 압도적 실력으로 KFA 전임지도자에 발탁됐다. U-13, U-14 여자축구 유망주를 위한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U-15 여자축구 대표팀 코치를 거친 그녀는 은퇴한 지 10년 만인 2023년 여름 A대표팀 코치로 호주-뉴질랜드여자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함께 발맞췄던 동료, 선후배들의 지도자로 나선 첫 월드컵. 선수들 역시 친구인 듯 선배인 듯 스승인 '윤정쌤'을 의지하고 믿고 따른다. 캡틴 김혜리는 "저랑은 한 살 차이고 장난도 치고 까불고 했어서 처음에 대표팀 코치로 오셨을 때 언니라고 할지 쌤이라고 할지 헷갈렸다"며 미소 지었다. "선수로서 선생님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지도자로서 굉장히 스마트하시다. 항상 저희 장난을 웃으면서 잘 받아주시고, 우리보다 운동도 더 많이 하신다. 다양한 언어도 잘하시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생님이다. 성실하고 똑똑하신 분이다. 앞으로 여자축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코치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정쌤은 선수로서 월드컵은 안 나가보셨기 때문데 지도자로서 나선 첫 월드컵에서 저희가 좋은 결과를 내서 선수 때 한을 풀어드리고, 함께 최고의 순간을 맞고 싶다"고 했다.

27일 모로코와의 2차전 준비가 한창인 훈련장에서 박 코치는 "이 팀과 함께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돌아가는 게 첫번째 목표"라고 또렷히 말했다. 지난해 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박 코치는 처음 선임 소식을 듣고 "'진짜? 내가? 왜?'라며 깜짝 놀랐다"면서 "너무 감사하다. 콜린 벨 감독님과 이 좋은 선수들과 함께하는 건 큰 영광이자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이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것만 보여줘도 충분하다. 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게 얼마만큼인지 너무나 잘 아는데 부담감 때문에 그걸 못보여주면 지도자로서 아쉬울 것같다"며 전선수의 후회없는 100%를 희망했다. "선수, 코칭스태프, 지원 스태프 모두 한팀으로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자축구 유일의 '황금세대' 여성 지도자로서 월드컵 무대를 밟은 그녀가 가는 길 또한 여자축구의 새 길이다. "책임감을 당연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나는 선수 때부터 지도자를 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은 없었지만, 여자축구 지도자로서 내가 이 자리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두고 '박윤정쌤처럼 지도자가 돼봐야지'하는 생각을 단 한명이라도 가진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3~14세 유소녀들의 골든에이지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박 코치는 "우리나라 여자축구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내가 그 나이 때보다 훨씬 잘하고, 섬세한 코칭 기술도 훨씬 더 발전했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전날 일본이 코스타리카에게 2대0으로 완승하며 2연승으로 16강행을 확정지었다. 등록선수 1400여 명, 서울 시내 여자축구를 하는 초등학교가 단 1개, 전국에 중학교가 14개뿐인 현실에서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박 코치는 "일본과는 늘 비교하는데 지금도 그렇고 인프라에서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 월드컵에 나온 우리 선수들을 보고 '멋있다'고 꿈을 키우고, 대표팀이 앞에서 이끌고 있다면 뒤에서도 해야할 부분들이 있다. 팀을 만든다든지 축구를 더 쉽게 접하게 만들어준다는지 하는 건 지도자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행할 분들은 따로 있다"고 했다. "좋은 해결방법은 늘 있다. 실행해주신다면 발전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실행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인 줄 모르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시작된 인터뷰, 박 코치가 지면 끝장인 모로코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오로지 '믿음'이었다. "여러분 모두가 너무나 좋은 선수들이란 걸 알고 있다. 스스로를 결코 의심하지 말길 바란다. 자신을 믿고 주변 동료들을 믿고, 할 수 있는 걸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자신과 동료를 믿고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캠벨타운(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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