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도 치솟은 그리스…오후 야외노동 금지, 어기면 벌금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 이례적인 폭염에 이은 산불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에서는 내륙 화물 운송의 동맥과 같은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운송 차질이 빚어지는 등 이상 기후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늘고 있다.
그리스의 주요 관광지 로도스섬에서 산불이 일주일째 이어진 가운데 26일(현지시각)에는 본토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그리스 중부 항구 도시 볼로스 인근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과 산업 시설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다. 현지 소방 당국은 산업 시설 내 공장에 갇힌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주변 지역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볼로스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이보다 좀더 남쪽인 라미아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면서 경계령이 내려졌고, 지난 주부터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케르키라섬, 에비아섬, 로도스섬에서도 이날 새로운 대피령이 발령됐다.
소방 당국이 강풍 때문에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40℃ 이상의 폭염이 그리스 남부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에비아섬의 중심 도시인 할키스는 기온이 48℃, 수도 아테네도 44℃까지 기온이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노동부는 오후 시간대의 야외 노동을 금지시키고 이를 위반할 경우 거액의 벌금을 물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부 해안 도시 미스트라스에서는 주민들이 외출을 피하면서 거리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노인들은 오전 8시쯤 나왔다가 10시만 되면 집으로 돌아가서 저녁까지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중해 주변 다른 나라들도 산불에 따른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알제리에서는 북부 해안 도시 베자이아를 중심으로 사흘 동안 산불이 번지면서 주민 대피를 돕던 군인 10명을 포함해 3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섬의 팔레르모 공항 근처 산불로 2명이 숨졌다. 소방 당국은 시칠리아, 사르데냐, 칼라브리아 등 남부 지역에서 번지고 있는 산불을 잡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해 연안 도시 두브로브니크,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인근 지역, 튀르키예(터키) 남부 해안 도시 케메르, 스페인의 카나리아제도, 튀니지의 북서부 지역에서도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독일에서는 내륙 화물 운송의 80%를 책임지는 라인강 수위가 떨어지면서 운송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라인강 화물 운송의 관문 구실을 하는 카우프의 수위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지역의 7월 수위는 예년에 2.5m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m 이하로 떨어졌다. 사상 최저였던 2018년 10월22일의 25㎝보다는 아직 높지만, 최근 유럽 전역에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수위가 계속 낮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운송 업계 관계자들은 라인강의 수위가 1m 이하로 떨어지면 보통의 바지선들은 화물 적재량을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이나 인화성 물질의 경우 라인강을 통한 운송 외에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화학업계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 화학업체 코베스트로의 라인강 태스크포스 책임자 우베 아른트는 “기후 변화와 (라인강) 수위 하락이 기업들에게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의 30% 이상을 라인강을 통해 운송하고 있으며, 최근 수심이 40㎝만 되어도 운항하는 있는 바지선 두척을 새로 빌렸다. 라인강을 통해 원자재의 40%를 운송하고 있는 또 다른 화학업체 바스프도 최근 수심이 낮은 구간도 다닐 수 있는 바지선을 동원해 화물 수송을 시작했다.
화물 운송비도 덩달아 뛰고 있다. 올해초만 해도 가스·석유의 운송비가 t당 20~30유로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지역에 따라 50유로 이상으로 올랐다. 라인강 수위가 계속 떨어질 경우 여파는 독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비영리 연구기관 ‘킬 세계경제 연구소’는 라인강의 카우프 지점 수위가 30일 이상 78㎝ 이하를 유지할 경우, 독일 산업 생산이 1%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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