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몰아내자”…차이나타운 수만명 이주에 분노한 19세기 미국 [BOOKS]
미국 골드러시는 1855년쯤 열기가 식었다. 그러나 미국에 남겨진 중국인의 노동력은 사회적 문제가 됐다. 중국 노동자가 적은 월급으로도 일하며 미국인 생계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세탁소를 차렸고 저임금으로 신발공장에서 일했다. 백인 노조는 “중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깎아내린다”고 성토했지만 중국인들은 캘리포니아 차이나타운을 건설했다.
경제가 호황일 땐 중국인 이민자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880년대 불황의 전조가 보이면서 중국인 거주를 반대하는 쇼비니즘(과도한 애국주의)의 물결이 미국을 강타했다. 1882년 워싱턴 타코마 지역의 중국인 공동체는 통째로 검거돼 기차에 실려 강제로 도시를 떠났다. 중국은 그렇게 세계 곳곳으로 이동해 자신들의 소(小)제국 ‘차이나타운’을 건설했다.
신간 ‘이주하는 인류’는 BBC 뉴델리 특파원을 지낸 저자가 인류 삶에서 간과됐거나 오해를 받았던 이주의 역사를 사유하는 책이다. 인류가 고정된 집 주소를 가지고 산 건 전체 인류사에서 극히 짧은 일부분일 뿐이라고 책은 말한다. “인류는 다른 종에선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주해 왔다”고 책은 강조한다.
성경 속 모세의 이집트 탈출도 따지고 보면 인류의 이주라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분이었다. 이스라엘 유다왕국 사람들이 신바빌로니아의 바빌론으로 포로가 되어 이주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추방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법적 형벌이었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여행했다. 정치적 망명, 도주 노예, 원치 않는 결혼을 피해 도망친 여성은 그리스로 망명했다.
20세에 왕위에 올라 32세에 사망한 알렉산더 대왕도 이주하는 인류였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쉬지 않고 이동하며 전쟁을 치른 알렉산더 대왕은 태어난 곳에서 약 2000km 떨어진 곳에서 죽었다. 생전의 그는 대륙 규모의 사회적 통합을 꿈꿨다. 그는 군인들이 페르시아 제국에 정착하도록 이주를 장려했고 현지 여성과 결혼하게 했다.
아랍은 중세시대까지도 도시와 정착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아랍의 왕족 출신 방랑시인을 뜻하는 술루크(suluk)들은 사막을 여행하며 시를 남겼다. 유목주의 철학이 그들의 시에 담겨 있다. 아랍인들은 “신체와 마찬가지로 장소도 병에 시달린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공기로 가득한 광활한 땅을 여행했다.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강제로 이주당한 아프리카 노예들이 증가했던 건 유럽 출신 아메리카인들의 니코틴 중독 때문이었다. 백인 귀족들은 자신들의 중독을 만족시켜줄 담배 농장 운영을 위해 수만 명의 이주 노동자를 필요로 했다. 흑인 노동자들은 버지니아, 캐나다, 아르헨티나, 칠레로 흘러들었고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근세의 중국은 해외 이주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늘과 땅에 절대적인 경계가 존재하듯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으려면 중국인과 외국인의 경계가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인은 세계의 모든 곳으로 이동했다. 유럽의 초기 차이나타운은 중국 이민자를 통제하기 위해 분리된 도시였다. 수천만 명의 중국인들이 19세기 전 세계로 흘러들었다.
책은 시오니스트, 난민, 이주 노동자 등 20세기와 21세기 들어서도 이주하거나 이주를 강요당하거나 이주를 갈망하는 인류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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