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9월 추가 금리 인상?…파월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파월, 슈뢰딩거 고양이처럼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 있다"
일자리, 인플레, 소비자지출 데이터와 8월 잭슨홀 주목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기준 금리 인하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7.27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기준 금리에 대해 동결과 인상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놨다. 7월 금리는 예상대로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도 9월은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여전히 이번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지만 아직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비해 높기 때문에 100% 확신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책에 대해 불확실하다며 9월 회의까지 앞으로 8주 동안 나올 2개월치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구프레트 길 글로벌 채권매크로 전략가는 "역설적이게도 오늘 연준 회의는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 중에서 가장 확실하면서도 불확실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0.25%p 금리인상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널리 예상됐지만 이번이 현재 긴축의 마지막일지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길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6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둔화했고 미국의 정책금리가 7월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일(27일) 나오는 고용비용지수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등 주요 데이터에서 인플레이션이 강세신호를 보내면 금리인상 경로가 연장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를 인상한 다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9월 금리경로에 대해 동결과 인상이라는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뒀다. 그는 "데이터에 따라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과 동결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며 "신중하게 회의별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노모니폴스 애넥스자산관리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살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양자물리학 설명에 흔히 쓰이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에서 상자 속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죽어있을 수 있고,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에야 생사를 알 수 있다. 9월 회의 전까지 데이터를 보고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달 FOMC는 점도표(금리전망)를 통해 7월을 포함해 연말까지 최소 2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제 경제 상황은 다소 달라졌고 7월이 마지막 금리인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인플레이션은 3%로 급격하게 둔화했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해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피하는 연착륙 시나리오에 힘이 실렸다.

파월 의장은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경제가 올해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연착륙"의 희망을 제기했다. 그는 대규모 실업 없이 물가를 안정화하는 연착륙을 실제 목격하려면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올해 말부터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할 것이라고 연준 직원들은 전망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경제의 회복세를 고려할 때 연준 직원들은 더 이상 경기 침체를 전망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JP모건 자산 관리의 밥 미셸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충분히 보인다"며 "9월 회의가 열릴 때쯤이면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모두에서 그 조짐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성장 둔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수요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기 위해 금리 인상으로 편향될 수 있음도 시사했다. 씨티의 베로니카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서 어느 시점에서 경기 침체 또는 더 깊은 둔화가 필요하다"며 "내년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도 2%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고 상황을 더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연준이 강조한 것처럼 앞으로 데이터가 관건이다. 다음 연준 회의는 9월 19~20일 열리는 데 앞으로 8주 동안 일자리, 인플레이션, 소비자 지출에 대한 데이터를 2달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파월 의장이 8월 말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연례 심포지엄에서 향후 금리경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기회도 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