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여닫이문' 고장 난 카자흐스탄 두 살배기, 서울성모병원서 새 삶 찾아

권대익 2023. 7. 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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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왼쪽) 서울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이재영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선천 심장 질환을 앓았던 카자흐스탄 아미나 베케쉬 양의 퇴원을 앞두고 보호자 디나라 무카노바 씨와 기념 촬영을 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심장판막 기형으로 인한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고난도 수술이 시급했던 2살배기 카자흐스탄 아기가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에 성공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27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아미나 베케쉬(Amina Bekesh)는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고 많이 울면 입술이 파랗게 변했다.

부모는 딸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카자흐스탄 현지에서는 의료기술이 열악해 치료받기 어려웠고 인근 다른 나라에 가서 치료를 받기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해외 환자들을 위해 꾸준히 나눔 의료를 실천해왔던 서울성모병원은 카자흐스탄에 수술이 시급한 아기가 있다는 소식을 국제협력팀으로부터 전해 듣고, 가톨릭중앙의료원 사회공헌 전담 기구인 가톨릭메디컬엔젤스(Catholic Medical Angels·CMA)에 협조를 구했다. 이후 CMA가 진행하는 선천성 심장 질환 환아 치료 사업 대상자로 아미나 어린이를 선정해 병원으로 초청했다.

아미나 어린이가 앓고 있는 질환은 ‘엡스타인 기형(Ebstein’s anomaly)’으로 태아기 심장 발생 과정에서 심장 우심방과 우심실 연결 부위에 있는 삼첨판막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아 생기는 선천성 심장 질환이다.

삼첨판막(三尖瓣膜ㆍtricuspid valve)은 우심방에서 우심실로 흐른 혈액이 다시 우심방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형태가 비정상적인 삼첨판막은 매우 심한 삼첨판막 역류를 일으키고, 2차적으로 우심방·우심실 비대가 발생한다.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면 우심실 기능 부전과 부정맥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미나 어린이는 어머니 디나라 무카노바(36)씨와 지난 4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주치의인 이재영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이철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진단 당시 심한 삼첨판막 역류로 우심실이 비대해졌고 심실 기능도 약간 저하된 상태였다.

소아심장수술 권위자인 이철 교수의 집도로 아미나 어린이는 지난 11일 6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 이 교수는 비정상적인 삼첨판막을 정상인 삼첨판막 모양과 유사하게 만들어 혈액 역류를 방지하는 판막 기능을 회복시키고, 비대해진 우심방과 우심실의 크기를 줄여주는 수술을 시행했다.

엡스타인 기형은 매우 드문 병이고, 삼첨판막 성형술도 정상적인 심장 구조를 가진 성인 환자들에게 시행하는 일반적인 삼첨판막 성형술과 비교해 난도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외과 의사의 경험과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 후 심장계 중환자실(CCU)에서 집중 치료를 받던 아미나 어린이는 일반 병실에서 경과를 지켜본 뒤 지난 26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아미나 어린이는 앞으로 현지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이철 교수는 “판막 수술이 성공적이어서 수술 후 우심실 크기가 정상 범위로 회복되고 심실 기능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먼 곳에 와서 힘든 치료 과정을 잘 이겨낸 아이가 기특하고 외과의사로 보람을 느낀다. 건강하게 잘 자라길 기원한다”고 했다.

소아 심장수술은 현대 의학에서 가장 복잡하고 위험하며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병원의 역량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한 명의 심장병 어린이를 살리려면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수술실, 심폐기팀, 전문 간호사, 중환자실, 일반 병실 등 다양한 분야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다양한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2,000례 이상 집도한 이 교수는 폐동맥 판막 치환술 성적과 수술 시기에 대한 연구 결과를 심장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인 ‘저널 오브 더 아메리칸 칼리지 오브 카디올로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게재하는 등 많은 연구 성과를 냈다.

환자의 어머니 무카노바씨는 “감사하고, 또 감사드린다”며 “모든 의료진과 행정부서 직원들, 병원에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또 “쾌적한 병실과 외국인 환자 식사로 할랄식을 택할 수 있어 고마웠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가톨릭의 생명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우들을 위해 치료비를 지원하는 자선활동을 펼치며 ESG(환경보호·사회공헌·윤리경영) 경영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특히 몽골, 카자흐스탄 등 해외에서 심장 수술이 시급한 어린이 환자를 위한 나눔 의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3명의 어린이 환자를 초청해 심장 질환을 치료했고 하반기에도 심장 수술이 시급한 어린이 환자를 초청해 치료할 계획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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