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감정 노동자…학부모 의한 스트레스가 1위”

신하영 2023. 7. 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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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긴급설문조사 하루 만에 교사 3.3만명 참여
교사 89.1%, 심각한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찬성
93.3% “학생인권조례, 교권 추락에 영향” 응답
교사 교육활동 아동학대죄 면책엔 99.8% 찬성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학생 지도를 전혀 할 수 없어 손 놓고 있는 현실이다. 인성 교육이 우선인데 현실에선 수업도, 교육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최근 초등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지난 24일부터 개설한 교권침해 제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교사의 토로다. 해당 교사는 지금의 학교 현장을 “옳고 그름이 없는 곳”이라며 “우리나라의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광주 지역 교사들이 지난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교원연수원 앞 주차장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날 문화제는 지난 18일 안타까운 선택으로 숨진 서울 서이초 20대 담임교사를 애도하고자 열렸다.(사진=뉴시스)
교총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교권침해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만 하루 동안 온라인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는 유초중고 교사 3만2951명이 참여했다. 표본 오차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0.23%포인트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 교사의 99%는 교사를 감정 노동자로 인식했다. 선생님은 감정근로자라고 인식하는가란 질문에 매우 동의한다가 94%(3만989명), 동의한다가 5%(1651명)를 차지했다.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으로는 학부모를 1위(66.1%, 2만1779명)로 꼽았다. 이어 학생 25.3%(8352명), 교장·교감 2.9%(955명), 교육행정기관·국회 2.5%(829명), 동료교사 1.2%(385명) 순이다.

교직생활 중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것으로는 학생 생활지도(46.5%)가 꼽혔다. 민원 응대 역시 32.3%(1만648명)로 교사들이 버거워하는 일로 들었다. 다음으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두려움이 14.6%(4800명), 행정업무와 감사가 3.1%(1032명)로 그 뒤를 이었다.

교사들은 수업방해·폭언·폭행 등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을 제지할 수 없고 오히려 해당 학생에게 부탁해야 하는 처지라는 지적에 강한 공감을 표했다. 이런 지적에 매우 동의한다가 91.2%(3만54명), 동의한다가 7.5%(2463명)를 차지했다. 전체의 98.7%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전날 당정은 교권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교사 중 72.4%(2만3854명)는 학생부 기재 방침에 대해 ‘매우 동의’를, 16.7%(5491명)도 ‘동의’를 표했다. 총 89.1%가 심각한 교권침해 이력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방안에 찬성한 셈이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교사 99.8%가 동의했다. 매우 동의한다는 의견이 97.1%(3만1988명), 동의한다는 응답이 2.7%(891명)로 조사됐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만으로도 직위해제 처분을 받는다. 이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93.3%가 동의했다. 매우 동의한다가 88.6%(2만9198명), 동의한다가 4.7%(1553명)로 집계됐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추락에 영향을 미쳤는가란 질문에도 다수의 교사들이 동의했다. 매우 동의한다가 55.9%(1만8414명), 동의한다가 28.2%(9289명)를 차지했다.

교권침해 학부모에 대해서도 교육청의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를 요구하는 응답이 99.3%를 차지했다. 특히 허위 사실을 근거로 한 악성 민원에 대해 응답 교사 99.8%가 무고죄·업무방해죄로 고발해서라도 악성 민원에 대응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총은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교사들로부터 제보받은 교권침해 사례도 공개했다. 한 학부모는 교사가 수행평가에서 ‘노력 요함’을 줬다는 이유로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미혼 교사에게 “아이 안 키워 봤으면 말하지 말라”는 학부모도 있었다.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을 보이는 통제 불능 학생에 대해 병원 상담을 권유했다가 아동학대범으로 신고당한 교사 사례도 공개됐다.

학생들의 교권 침해도 심각하다. 교사에게 가위로 목을 잘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교사에게 욕설을 하면서 “쌤은 (욕설을) 못해도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촉법소년이라 괜찮다”고 한 학생 사례도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25일 오전 11시에 시작해 26일 12시까지 진행했다. 약 하루 동안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참여한 교사는 무려 3만3000명에 달했다. 교총 관계자는 “단숨에 3만 3000명의 교원이 설문에 동참한 것은 절박함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이번 설문 결과를 통해 교원들의 분노와 자괴감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이고 심각한 교권 침해에 대해선 학생부에 기록해야 한다는 데 절대적 찬성 여론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정 회장은 “교원이 소신과 열정으로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교권침해와 학부모 악성 민원이 근절될 때까지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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