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3회에 나오는 신림 범행 영상…경찰 경고에도 ‘유포 속수무책’

2023. 7. 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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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흉기난동 녹화 영상 SNS에 확산
피해자·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 나와
과거에도 일었던 논란이지만 처벌은 어려워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 지난 21일 신림동 흉기난동으로 숨진 20대 남성 A씨를 추모하는 메모와 꽃들이 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김영철 기자]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범행 당시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경찰이 해당 영상 유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SNS에선 여전히 관련 영상이 유통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영상 공유가 2차 가해를 양산하는 중대 범죄임을 사회적으로 인식해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짚었다.

26일 헤럴드경제가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신림’ 글자를 치자마자 ‘신림역 칼부림 CCTV 원본’ 등의 연관검색어 5개가 자동 완성됐다. 단 세 차례의 클릭으로 일부 SNS에서 범행 현장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1일에 올라온 한 신림동 흉기난동 CCTV(폐쇄회로) 원본 영상은 조회수 5.4만, 좋아요 106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경찰이 지난 2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살인 사건 범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이 유포·게시되고 있어 유족과 피해자의 심각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행위는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관련 동영상 게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경찰청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SNS상 범행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난동이 발생한 뒤, ‘신림역 범인 얼굴 떴다’ ‘신림 묻지마 칼부림 사건 CCTV’ 등을 제목으로 한 CCTV 영상에는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 피해자가 저항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영상 자체가 잔혹할 뿐 아니라 피해자 인상착의도 알아볼 수 있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림 흉기난동 사건의 범행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원본 영상이 공유되고 있는 모습. 경찰이 지난 24일 해당 영상의 최초 유포자를 입건하는 등 영상이 유포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SNS에선 해당 영상이 공유되고 있었다. [온라인 캡처]

SNS에서 범죄 행위나 사건·사고 관련 영상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의 한 고층 건물에서 10대 여학생이 SNS 라이브방송을 켠 채로 극단적 선택을 하자 SNS에선 그 모습을 녹화한 영상이 확산됐다. 당시 여학생에 대한 혐오 표현과 악의적 댓글이 달리는 등 심각한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모자이크 없이 현장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와 2차 가해 지적이 일었다.

현재 경찰은 신림역 범행 장면이 녹화된 CCTV 영상을 최초로 유포한 인물을 추적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최초유포자 외, 재유포자에 대한 수사 진행 소식은 아직 없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건 영상 공유로 인한 처벌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인식 탓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를 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또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낼 경우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영상을 공유했음(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단순 유포자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범죄와 연관된 영상을 공유한 사람이 정말 악의를 갖고 행동한 것인지, 단순히 정보성으로 공유한 것인지 파악하기 까다롭다”며 “단순히 영상을 공유한다고 해서 처벌까지 받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진규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변호사도 “범죄 현상이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명예훼손을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처벌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는 원론적으론 맞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원론이란 잣대에만 맞춰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SNS상 범죄 관련 영상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으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영상 공유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재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상을 공유하는 것 자체 만으로도 피해자와 유족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알고 공공의 선 차원에서 영상 나르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신림 흉기난동 사건 등의 영상을 찾아보고 유통하면 분명히 처벌 받을 수 있음을 사회적으로 각인시키는 정부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an@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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