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아파트옆에 ‘빈집’ 수십채...서울 황금입지 18년째 멈춘 사연 [매부리레터]
빈집 쏟아져…“고독사 여럿 발생”
인근 경희궁자이는 17억 넘는데
도심 역세권인데 재개발 멈춘 이유
“머리 아프죠. 빈집이 많아서 관리가 힘들어요. 비오는날은 걱정되고, 노숙인분들이 살기도 하시고…. 재개발은 소유주들이 움직여야하는거여서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서울 서대문구청 관계자)
서울 서대문구 3호선 독립문역 인근, 역세권 입지에 빈집이 있습니다. 땅값 비싼 서울에 빈집이 있다니…. 믿기 어려워 직접 가봤습니다. 정말로 독립문역 도보 5분거리에 무너질것 같은 빈집이 모여있었습니다. 평서 광화문, 독립문역 근처를 많이 지나다녔는데 이런 곳에 ‘빈집촌’이 있을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토지 등 소유자들이 재건축을 하든 집을 짓어야하는데 15년째 재개발이 진척이 안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현재 이곳에 빈집이 몇가구인지 정확히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총 229동 중 121동이 철거됐고, 108동이 남았는데요. 이중 63동은 비어있고, 45동만 거주한 상태였습니다. 그때보다 6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더 빈집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이곳은 2005년 정비구역으로 고시됐습니다. 당시 이곳은 서울에 몇 안남은 ‘빈민촌’이었습니다. 서대문구는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서 “20년 이상된 노후불량주택 밀집지역으로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해 재해발생에 취약하므로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곳의 대부분은 무허가 건물이었다는 점입니다. 사유지는 15.8%밖에 안되고, 나머지 84.2%는 국공유지였습니다. 옛날에 국공유지에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동네였던 것이죠.
이곳은 ‘똥골’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소위 ‘똥지게’를 지고 인분을 나르던 사람들이 여럿 살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무허가인 상태로 정비를 할 수 없으니 2008년 정부는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땅을 ‘불하’합니다.불하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 재산을 개인에게는 파는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정비사업은 쉽지 않습니다. 재개발을 놓고 주민간 극심한 갈등이 생겼고, 시간이 흐르면서 개발을 포기하고 하나둘씩 사람이 떠나갔습니다. 투자자와 거주자, 원 소유자의 부재 등이 겹치면서 이곳은 소유주들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지경이 됐습니다.
“등기부등본 떼보면 권리관계가 복잡한 곳이 많아요. 소유자가 쪼개서 여러명이거나, 건설사도 갖고 있는 것 같고 여기는 너무 복잡해서 되기가 힘들죠.”(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이곳도 ‘빛’을 보나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마을 초입에는 벽화가 그려진 집이 더러 보입니다.
돈의문쪽은 평당 5000만원이 넘고, 맞은편 인왕산현대아이파크 부근은 평당 4000만원인 곳입니다. ‘황금입지’인 빈민촌이 재개발을 통해 신축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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