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대 감사결과 "총체적 관리 부실"...산업부, 총장 해임 건의
이사회 보고 없이 연봉 3500만원 올려
한전 출연금도 용도 달리 써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에너지공과대학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학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건의했다.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한국전력과 그룹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으로 만든 대학에서 관리 부실이 총체적으로 드러나 엄중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산업부는 4월 국회에서 감사 촉구를 받아 석 달 동안 에너지공대의 업무 전반을 감사했다.
27일 산업부는 에너지공대에 대해 △예산‧회계 분야 294건 △인사‧총무 분야 4건 △공사‧계약 분야 3건 △연구분야 2건 등의 비위를 적발하고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연구비 환수 조치 5,900만 원 등도 조치하도록 했다.
우선 인사‧총무 분야 비위가 드러났다. 대학은 지난해 학교 개교 후 이사회‧산업부 보고 없이 내부결재로 직원 1인당 급여를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3,500만 원, 평균 13.8% 올렸다. 직원 47명이 허위 근무 등으로 206건, 1,700만 원의 시간외 수당을 타간 것도 지적받았다.
공사 및 계약 분야에서는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사택을 계약하면서 지원 한도를 벗어나 부동산 중개 수수료 수백만 원을 과다하게 지급하고, 임대인이 보수해야 할 학생 기숙사 방수 공사를 대학 스스로 부담해 약 1,000만 원의 손해를 끼쳤다.
가장 많이 규정 위반이 적발된 분야는 법인카드 사용 및 관리 부적정으로 총 264건, 1억2,600만 원이 지적됐다. 음식값 등을 법인카드, 연구비카드를 쪼개 결제한 사례가 여럿 나왔다. 연구 분야에서도 연구과제 수행과 무관한 비품 구입 등 31건, 2,000만 원이 드러났다.
이번 감사는 4월 국회에서 한전이 지난해 9월 에너지공대 업무 컨설팅에서 일부 비위가 지적됐지만, 대학 감사를 겸임했던 한전 감사가 이를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산업부는 "해당 감사가 4월 퇴임해 별도의 징계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공직자 심사 때 참고하도록 비위 사실 자료를 공직 인사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전 및 한전 계열사 올해 출연금 30% 삭감
한편 한전은 지난달 28일 전남 나주시 본사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올해 에너지공대 출연액을 애초 계획인 1,016억 원에서 30% 줄인 708억 원으로 결정했다. 한전은 산업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및 에너지공대와 협의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뿐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계열사들도 이사회를 통해 기존 계획보다 출연금을 30% 줄일 계획이다. 이 경우 올해 에너지공대 출연금은 예정된 1,588억 원에서 482억 원 적은 1,106억 원으로 줄어든다. 재무위기 상황에서도 한전과 계열사는 2020~2022년 1,724억 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고 약정된 출연금도 2024년 1,321억 원, 2025년 743억 원을 비롯해 12년 동안 약 1조 원에 달한다. 이에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5월 11일 국회에 출석해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에너지공대에 출연하는 것도 전면 검토해야 한다"며 출연금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에너지공대는 전남에 세계적 에너지 특성화대학을 설립하겠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추진됐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을 설립하는 게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됐지만 정부는 에너지공대 설립과 운영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쓸 수 있게 2021년 1월 전기사업법시행령을 개정했다. 전력기금은 도서벽지 전력 보급 등을 위해 국민이 낸 전기요금에서 3.7%를 추가로 떼어 조성한다. 이어 같은 해 3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에너지공대법이 제정됐고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에너지공대는 감사원 감사도 받고 있다. 감사원은 대학 설립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있다. 부영주택이 에너지공대 캠퍼스 부지를 무상기부한 배경이 핵심 감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주택은 나주 부영CC를 쪼개 절반을 학교 부지로 무상기부했는데 나머지 부지에는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협약을 전라남도와 맺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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