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률은 낮고, 몰입도는 높고…이것이 '엔비디아 클라쓰' [긱스]
'대퇴사의 시대'에 5%대 낮은 이직률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이 있습니다. 구성원의 몰입도는 전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고요.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 얘기입니다. '20·30대 직원들 이탈로 40대 부장이 삼겹살집 가면 고기 굽는다'는 뉴스로 도마 위에 오른 삼성전자와는 딴판입니다. 추가영 레몬베이스 리드가 엔비디아가 높은 구성원 몰입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한경 긱스(Geeks) 독자에게 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하러 가고 싶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다.”
몰입(engagement)을 측정하는 주요 문항들이다. 구성원을 대상으로 친구에게 회사를 추천할 의사를 묻는 순 고객추천지수(eNPS)로 몰입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구성원 몰입이란, 구성원 각자가 회사와 연결되어 있고 자신의 일상 업무가 회사의 목표와 가치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전념의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구성원 몰입도가 높은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 시가총액 1조달러(약 1300조원)를 넘어 반도체업계 1위에 오른 엔비디아의 젠슨 황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말에서 그 비결을 찾아봤다.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문화
젠슨 황 CEO는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비결은 ‘문화’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누구도 보스가 아니다. 프로젝트가 보스다(Nobody is the boss. The Project is the boss.)”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중심의 수평적 문화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에선 회의 중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목표 달성에 장애물을 발견하면, 소프트웨어 조직의 책임자든 중간급 엔지니어든 프로젝트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눠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우선순위와 일정을 재설정하기 위해 회의를 중단하기도 한다.
이에 훨씬 앞서, 젠슨 황 CEO는 창업 10년만인 2003년 스탠퍼드대 강연(eCorner)에서도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엔비디아 문화의 키워드는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다. 젠슨 황 CEO는 지적 정직성에 대해 ‘자기비판을 할 수 있는 능력'이자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조직에서의 지위를 막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구성원이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 엔비디아 혁신의 동력 중 하나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인터뷰에서 “직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회사"라고 밝혔다. 구성원의 몰입 정도는 회사가 얼마나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의견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세일즈포스의 조사에 따르면, 회사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느끼는 구성원의 경우 최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4.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 몰입은 곧 회사의 성과에 직결된다. 갤럽은 몰입이 높은 팀의 수익성이 21% 더 높다고 밝혔다. 몰입이 떨어진 구성원들로 인한 비용은 미국 기업에서만 연간 4500억~55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높은 몰입→장기근속→학습의 축적
높은 구성원 몰입은 또 장기근속으로 나타난다. 즉 학습의 축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CLC(현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몰입도가 높은 구성원이 회사를 떠날 확률이 8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가 그 증거다. 엔비디아의 2023회계연도 평균 이직률은 5.3%에 그쳤다. 반도체 업계 평균 19.2%에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에 따르면, 지적 정직성은 구성원들이 지식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혁신을 이끌고 이직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몰입은 가변적, 자주 측정해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드러커인스티튜트 조사 결과, '구성원 몰입 및 개발 부문'에서 엔비디아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1위와 2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 발표된 조사 결과에서는 어도비(74.1점)와 0.1점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1, 2위 기업의 공통점은 분기마다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조사하는 펄스 서베이(짧은 주기의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 목록에서 3위를 차지한 세일즈포스는 1년에 2회 구성원 서베이를 진행해 주로 구성원 만족도와 리더십 효과성을 측정한다. 서베이를 통해 △자신이 2년 후에도 세일즈포스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보는지 △맡을 업무를 완료하기 위해서 기꺼이 추가로 근무할 의향이 있는지 △업무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상사에게 편히 말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 세일즈포스는 서베이 결과를 익명 처리한 뒤 전사에 공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매일 무작위로 추출된 2500명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펄스 서베이를 진행한다. 구성원 개인을 기준으로 하면 분기에 한 번 정도 서베이에 참여하게 된다. 서베이는 구성원들이 회사와 문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파악할 수 있는 문항으로 구성된다.
추가영 |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Content & Communications Lead)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스타트업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에 합류하기 전엔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창업 정책,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으며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담은 『파워풀』을 번역했다.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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