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軍, 남동쪽서 러 밀어내기 시작… 서방 훈련 수천명 투입”
우크라이나, 미국에 “공세 성공하더라도, 1~3주 걸려”
지난 달 4일 반격을 시작한 우크라이나군이 남동쪽에서 돌파구를 찾아, 서방에서 훈련 받고 장비를 공급받은 병력 수천 명을 투입해 러시아군을 밀어내는 작전을 시작했다고, 26일 뉴욕타임스(NYT)과 워싱턴포스트, CNN 방송 등 미 언론이 익명의 미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26일 러시아 국방부 측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강화됐으나, 격퇴됐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측이 장악하고 있는 남부의 오리키우에서 아조프 해 연안 도시인 멜리토폴 방향으로 진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리키우는 아조프 해의 북쪽 약 100㎞에 위치한 도시다. 오리키우~토크마크~멜리토폴을 잇는 거리는 약 120㎞로,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대규모 작전을 통해 러시아가 장악한 크림 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동부와 동부를 연결하는 육로(land bridge)를 끊어내겠다는 것이다.
NYT는 “우크라이나군이 지금까지 예비 전력(戰力)으로 남겨 둔, 서방에서 훈련받은 병력 수천 명과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와 미제 브래들리 전투차량 등을 포함해 약 100대의 장갑 차량을 오리키우 남부 전선에 투입해 메인 스러스트(main thrust)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측에 “이 작전이 성공하더라도 1~3주는 걸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 관리는 이 신문에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빅 테스트(a big test)에 올랐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우크라이나가 탱크의 지원을 받는 3개 대대를 배치하고 포격을 강화했으나, 20대의 탱크와 10대의 병력수송장갑차(APC)가 파괴되고 약 100명이 포로로 잡히며 격퇴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아군의 일부 희생이 있었으나, 격퇴됐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공식적으로는 남부 전선에서 계속해서 러시아군을 밀어내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촘촘하게 매설한 지뢰밭과 러시아군의 포격과 공습으로 인해 전진은 주요 돌파구 없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멜리토폴과 베르단스크와 같은 해안 도시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얼마나 전진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NYT는 우크라이나 측이 미국에 밝힌 바에 따르면, “증원된 우크라이나군은 토크마크와 멜리토폴까지 진격하려고 하며, 최소한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군의 포 사정권 하에 두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2014년에 러시아가 불법 점령한 크림 반도는 러시아 해군의 흑해 함대 기지가 있으며,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서 싸우는 러시아군을 지원하는 전략적 거점이다.
NYT는 “러시아의 화력과 두터운 방어 탓에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더디었지만, 남부 전선의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군 방어의 제1선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며 “6월 초 시작한 반격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백악관과 미 국방부 측도 현재 전황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주 동안 동부와 남동부에 걸쳐 형성된 1000㎞의 전선에서 주로 세 군데를 중심으로, 돌파할 만한 ‘약한 고리’를 찾아 탐색하며 소규모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이 세 곳 중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자포리자 인근 전선에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NYT는 이와 관련해, 미국 관리들은 이 곳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공세가 집중하게 된 것과 관련해 세 가지 논리를 든다고 전했다.
우선 우크라이나군은 꾸준히 이곳에 매설된 지뢰와 강화 진지들을 제거하면서, 더디지만 조금씩 전진할 수 있었다.
또 최근 남부 자포리자 주의 전선을 책임진 러시아 제58 제병합동군 사령관인 이반 포포프 소장이 경질되고 러시아군 리더십에 혼란이 발생한 것도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됐다.
포포프는 지난 13일 4분에 걸친 작별 메시지에서 자신이 러시아군 최고 수뇌부에 전장(戰場)의 문제점과 진실을 보고한 뒤 경질됐다며 “군 수뇌부가 거짓과 정치놀음으로 전쟁 노력을 훼손한다”고 공개 비난했다. 그는 “가장 결정적이고 긴장된 순간 수뇌부가 등 뒤에서 배신의 일격을 가했다”고 분노했다. 러시아군 총참모장인 발레리 V 게라시모프 대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미국 국방부 관리는 또 “우크라이나군 포들이 점차 후방에 위치한 러시아군의 포와 탄약고, 지휘 포스트를 공격할 수 있게 돼,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을 돌파하면 후방에서 큰 혼란이 초래될 기회를 잡게 됐다”고 NYT에 말했다. 러시아군은 1000㎞에 달하는 전선에 흩어져 있어, 보급과 병력 배치, 무기 면에서 압박감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의 새로운 진격(new push)을 보도하면서도, “미국 국방부의 한 관리는 ‘(오리키우가 속한) 자포리자 주에서 추가 병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 이동의 목적이나 이것이 ‘대규모 움직임(big move)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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