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집결 북중러…김정은, 무기전시장 찾고 공연 보며 '결속'
중·러 대표와 나란히 앉아 공연 관람…신냉전 구도 표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중국·러시아가 20세기 진영간 혈전이었던 6·25전쟁 행사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이면서 21세기에 형성된 신냉전 구도가 명료하게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으로 중러 대표단을 불러모아 러시아와는 군사 협력, 중국과는 '혈맹' 연대를 강화하며 대미 대립 구도의 중심에 서는 역할을 자처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승절'이라 칭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앞둔 2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과 평양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020년 초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걸어잠근 이후 외부 인사의 대규모 방북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온 쇼이구 장관 일행의 방북은 현 국제정세와 맞물려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국방 수장이 모스크바에서 멀리 떨어진 북한까지 직접 날아와 김정은 위원장을 예방하고 강순남 국방상과 회담을 가진 데는 단순한 기념행사 참석 이상의 의의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러시아는 국제사회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에 밀려 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가 미사일·탄약 등 무기 및 군수물자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북한과 무기를 밀거래한다는 의혹이 그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제공받고, 경제적·군사적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거래'가 이번 쇼이구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러는 국방회담에서 "두 나라 군대 사이의 전투적 우의와 협조를 확대 발전시켜 나갈 데 대해서와 호상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완전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북측이 보도했다.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북러가 군사 협력 의지를 다졌다는 점에서 '무기 거래' 의혹에 힘이 실린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을 방문한 점은 이런 관측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북한은 보유한 각종 무기를 쇼이구 장관에게 보여주면서 나름의 '방산 수출'을 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쇼이구 장관은 전시회장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무기의 발사 장면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이 포착됐고, 북한은 미국의 무인기인 RQ-4 글로벌호크나 MQ-9 리퍼와 비슷한 형태의 기체를 전시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전에 미사일과 무인기를 퍼부어 현재 재고가 바닥났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어 이런 무기에 관심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핵무기 개발과 고도화를 이어가는 북한이 '핵 선진국' 러시아로부터 가령 핵탄두 소형화, 다탄두, 발사체 관련 기술 등을 넘겨받으려 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러시아로부터 미사일을 들여와 이를 역설계해 자체 미사일을 개발·생산했다고 알려지는 등 러시아 기술을 넘겨받은 역사가 길다. 북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경우 러시아 ICBM SS-27M2 '토폴'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이미 나온 바 있다.
6·25전쟁 시기부터 때로 북한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중국도 정전협정 70주년을 계기로 평양을 찾으며 다시금 북중 '혈맹' 관계를 상기시켰다.
중국은 전쟁 당시 약 240만 명을 '인민지원군'이라는 이름으로 파병했다. 이를 중국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북조선을 도왔다'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라 부른다.
김정은은 전승절을 앞두고 북한 전사자 묘뿐만 아니라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도 찾아 참배하며 연대를 과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쇼이구 장관과 리훙중 부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전승절 기념공연을 관람하며, 대내외에 북중러 결속을 과시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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