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여름에도 ‘잠실 아이돌’ 활동합니다…“곧 태어날 아들에게도 허슬두 보여줘야죠.” [MK인터뷰]
‘잠실 아이돌’이 이제 가을 말고 봄·여름에도 활동한다. 전반기 팀 타선에서 리드오프 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준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의 얘기다.
정수빈은 최근 몇 년 동안 전반기 부진과 후반기 반등을 반복했다. ‘가을 수빈’이라는 별명답게 특히 포스트시즌 들어서 더 놀라운 활약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수빈은 올 시즌부터는 전반기에도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작한 그 노력이 빛을 발했다.
정수빈은 올 시즌 8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9/ 82안타/ 20타점/ 19도루/ 출루율 0.364를 기록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맺은 뒤 가장 좋은 시즌 타격 페이스다. 두산 이승엽 감독도 정수빈을 향한 굳건한 믿음을 내비쳤다.
정수빈은 이제 자신의 플레이만 신경 쓰는 위치가 아니다. 베테랑으로서 두산다운 야구를 이끄는 위치에 서 있다. MK스포츠가 곧 태어날 자신의 아들에게도 ‘허슬두’를 꼭 보여주고 싶단 정수빈의 마음가짐을 직접 들어봤다.
개인적으로 잘했다기보다는 내 몫을 어느 정도 했다는 생각에 만족스럽다. 최근 2년 동안 전반기 초반 때 못한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올 시즌엔 처음부터 잘하고 싶어서 스프링캠프부터 신경 썼고, 시즌 개막 뒤에도 타석마다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원래 시즌 도중에도 타격 자세를 자주 바꾸는 스타일인데 올 시즌은 어땠나.
확실히 예전보다는 타격 자세를 덜 바꾸려고 했다. 스프링캠프 때 시도했던 타격 자세에서 시즌 초반에 한 번 더 수정했는데 그 자세를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다. 타격 자세를 자주 안 바꾸는 건 나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어떤 의미에서 긍정적인 신호인가.
신인 때부터 시작해 나름대로 오랜 기간 타격 자세를 연구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나만의 타격 자세가 정립될 때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타격 자세도 중요하지만, 결국 타석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더라. 올 시즌 전반기부터 그런 면이 잘 풀렸다.
이제 나이가 있는 만큼 수비 이닝 소화도 쉽지 않을 듯싶다.
솔직히 힘들어도 매일 해왔던 거라 그냥 이겨내면 된다. 신인 때도 힘들었던 건 똑같았다. 야구가 잘 되면 힘들어도 안 힘들 거다(웃음). 야구가 멘탈 스포츠니까 마음가짐에 따라 몸이 달라진다.
전반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초반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뒤로 빠뜨린 뒤 교체됐다. 정수빈답지 않은 수비였는데 그 때는 상황이 어땠나.
아무래도 경기 초반에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떨어졌기에 상황에 맞게 감독님께서 조기 교체를 해주신 듯싶다. 그때 타구는 슬라이딩을 안 했어도 뒤로 빠뜨렸을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어려웠다. 마치 포크볼처럼 생소한 타구가 날아오더라. 그날 하루 기억은 잊고 그다음 경기부터 다시 집중했다.
올 시즌 외야 양 쪽 수비 파트너가 자주 바뀌는 편인데 그 부분은 어떤 영향이 있을까.
(김)재환이 형이랑 로하스와 같이 나갈 때는 내가 조금 더 양 쪽을 커버해야겠단 생각으로 나간다. 그리고 (김)대한이나 (조)수행이가 옆에 있으면 아무래도 내 수비 범위에 더 신경 쓸 수 있다. 그런데 재환이 형이랑 같이 서는 게 확실히 호흡을 자주 맞춰서인지 편안하다. 알아서 딱 눈치껏 잘 빠져준다(웃음).
타석에서 들으니까 진짜 옛날 생각이 나면서 뭉클했다. 계속 그 응원가를 써주시면 좋은데 아무래도 저작권이 너무 크다(웃음). 나중에 다시 그런 자리를 만든다고 하니까 그때마다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등장 곡을 그걸로 바꾸면 희귀성이 떨어지니까 그런 특별한 자리에서 한 번씩 들었으면 한다.
그 응원가가 울려 퍼졌을 때는 두산의 최전성기 시절이었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다.
나도 어릴 때 함께했던 형들이 생각났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존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두산다운 야구가 잠깐 사라진 느낌이었다. 특히 지난해 느낌이 그랬다. 그래도 이제는 어린 선수들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두산다운 야구 색깔을 되찾는 분위기다.
최근 11연승 달성으로 그런 부분이 잘 보이는 듯싶다.
그런데 11연승이라고 해도 들뜨지 않아야 한다. 144경기 가운데 11경기뿐이다. 11연승으로 팀이 완전히 바뀌는 건 아니다. 이런 계기로 어린 선수들이 두산 야구가 이렇다는 걸 깨닫는 게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20도루에 도루 한 개만을 남겼다. 2019시즌(26도루) 이후 4년 만의 시즌 20도루 고지가 가능해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팀 타격이 좋았기에 도루 사인이 자주 나지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승엽 감독님께서 도루에 대해 주문하셨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나도 마음 편히 뛰고 싶을 때 뛰고 있다. 주력 하나는 어렸을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자부한다. 스트레칭만 조금 더 많이 해주면 괜찮다(웃음).
전반기 동안 함께 보낸 이승엽 감독은 어떤 사령탑인가.
개인적으로 감독님과 잘 맞는 부분이 많다. 원래 못할 때 벤치로 가거나 타순이 내려갔는데 올 시즌엔 감독님이 리드오프 자리에 항상 기용해주셔서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 나도 컨디션이나 타격감이 안 좋을 때는 내려가야 하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믿고 써주시니까 거기에 책임감을 느꼈다.
이제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면서 내조를 항상 잘해준 덕분에 힘이 난다. 무엇보다 이제 9월에 태어날 아들 때문에 동기부여가 된다. 예전부터 아들에게 아빠가 야구장에서 야구하는 걸 보여주는 로망이 있었다. 아들에게 ‘허슬두’를 보여주는 게 꿈이라 더 열심히 뛰고 있다(웃음).
혹시 ‘제2의 이정후’를 기대해도 될까(웃음). 정수빈 주니어가 잠실구장 중원에서 뛰는 그림은 두산 팬들에게도 설레는 순간일 듯싶다.
나도 아들에게 운동선수를 권할 생각이 있다. 야구, 축구, 골프 세 가지를 먼저 해보게 할까 싶다.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런지 운동에 대한 매력도 분명히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를 닮았다면 당연히 운동 능력이 좋을 거다. 뱃속에서부터 이미 활발하더라(웃음). 어릴 때부터 방망이를 잡게 하면서 조기 교육을 시킬까 싶다(웃음).
다시 야구 얘기로 돌아가서 후반기 두산을 어떻게 전망하나.
11연승을 하면서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여전히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부족한 점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예전 두산다운 야구라고 보기 보단 그런 부분을 되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또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도 맞다. 선수들도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들에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전반기 동안 기복 있는 경기력 때문에 지켜보시는 두산 팬들도 아쉬우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7월부터는 두산 팬들께서 원하는 경기력을 보여드리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11연승으로 들뜨지 않고 남은 후반기 경기 동안 좋은 흐름을 유지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선수들과 같이 노력하겠다.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 주시면 거기에 보답해드리겠다. 항상 감사드린다(웃음).
[잠실(서울)=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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