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금리차 2%p 시대…“환율 반영됐지만, 경상수지 버텨야”[머니뭐니]
“적자 지속되면 문제될 수 있어”
[헤럴드경제=문혜현·권제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6일(현지시간)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역대 최대폭이었던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졌다. 미국(5.25~5.50%)과 한국(3.50%)의 금리 격차는 2%포인트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수준이다.
금리는 통화 가치를 높이는 것과 다름 없다.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질 경우 환율 상승 및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압박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초유의 2% 기준금리 격차는 이미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으로 외환시장에 이미 반영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71원대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무역수지가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경상수지가 간신히 흑자를 기록하는 등 우리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미금리차는 자칫 경기를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달러화 약세로 환율이 내려가더라도 무역 적자에 따른 경기 침체와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 다시 환율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2%포인트 한미금리차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23년 만에 최대 격차다. 역사상 한미 기준금리 역전기는 1996년 6월~2001년 3월(1.50%포인트), 2005년 8월~2007년 9월(1.00%포인트), 2018년 3월~2020년 2월(1.00%포인트)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한미금리차는 지난해 9월 0.75%포인트로 벌어지기 시작해 10월 0.25%포인트로 좁혀졌다가 미국이 공격적인 긴축 기조를 보이면서 11월(0.75%포인트), 12월(1.25%포인트), 올해 3월(1.50%포인트), 5월(1.75%포인트)까지 확대된 후 이번 결정으로 역대 최대 격차를 갱신했다.
그동안 한미금리차가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더 높은 수익률을 쫓아 외국인 채권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다행히 최근 원/달러 환율은 시장 기대를 반영하며 1200원대 후반까지 내려왔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도 순유입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200원대 환율은 위험자산 선호를 시사한다”며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주요 20개국(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며 세계 경제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졌고, 3분기 미국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으로 달러화는 중장기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29억2000만달러로 순유입됐다. 한미금리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기 시작한 지난해 말(56억3000만달러)부터 올해까지 유입 규모는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순유입 추세를 유지했다. 지난 5월엔 채권 자금을 중심으로 114억3000만달러 대거 순유입되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은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국내 주식·채권시장은 견조한 투자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단기자금시장 금리도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FOMC의 결정으로 내외 금리차가 200bp(1bp는 0.01%포인트)까지 확대돼 불확실성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으나, 외국인 투자자금은 올해 들어 22조원 이상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환율과 외화자금시장 역시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이 데이터에 따른 판단 등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남긴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시장에서는 최근 물가 오름세 둔화 등으로 긴축 기조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연준은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긴축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며 “향후 연준의 금리결정이 데이터 의존적임을 재차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당장 우리 경제에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수출 부진에 따른 무역적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미금리차를 버틸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12억3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다. 무역수지는 13억61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경상수지도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19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1월과 2월 적자를 기록했다가 3월 흑자, 4월 다시 적자를 내고 한 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추세적인 전환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조금 이르다”면서 “흑자와 적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흑자 기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해서 증가할 경우 원화 약세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한미금리격차가 더 벌어진다고 해서 (외환시장 등이) 악화될 것이라 보진 않지만, 한국 자체의 경상수지 전망이 나빠졌을 때 이자율 격차가 아주 큰 역할을 하면서 문제를 심화시킬 것 같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금의 경상수지 흑자는 어려워진 상황에서 경제가 적응을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생각만큼 좋아지지 않으면 위기로 갈 수 있고,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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