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 1위, 타율 1위, OPS 1위, 순위 1위 팀은 왜 맨날 ‘위기’일까

안승호 기자 2023. 7. 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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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팀 내부에서는 “우리 1위 팀 맞나요?”라는 농담 섞인 얘기도 나온다.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그라운드 안팎의 공기와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이런저런 신호만 보자면, 보통의 페넌트레이스 선두 팀 분위기는 분명 아니다.

올시즌 개막 이후 줄곧 선두싸움을 해온 데다 후반기도 선두로 맞은 LG는 다른 9개 구단뿐 아니라 또 다른 ‘적’과도 싸우고 있는 흐름이다.

부문별 성적만 보자면, LG는 여전히 전과목 1등이다. 26일 현재 팀 타율 1위(0.282), 팀 OPS 1위(0.758)에 팀 평균자책 또한 1위(3.62)에 올라 있다.

개막 이후 줄곧 ‘도마’에 올라 있는 선발진도 실제로는 요란했던 것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LG는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선발 평균자책 3.71로 부문 3위를 기록했다. 2강 체제로 선두 싸움을 하던 SSG는 동일 시점 선발 평균자책 4.39로 부문 7위였다. 지표상으로는 SSG 선발진이 확연히 더 나빴지만, 왜 그런지 리그 관계자들의 체감은 그렇지 않았다.

LG 선발진은 7월 이후로는 진짜로 내림세를 탔다. 10경기만 치렀지만, 이 기간 선발 평균자책이 6.43으로 최하위다. 덩달아 헤엄치는 평영 선수 몸처럼 수면을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화두인 ‘선발 트레이드’ 프레임’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

LG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선발진 보강을 위한 결단을 내릴 여지는 여전히 있다. 거래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선발투수 목마름이 적나라하게 알려진 가운데 LG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확연한 ‘을’일 수밖에 없다. 자칫 ‘우승’이 아닌 ‘우승 가능성’만 비싼 값에 사면서 ‘영혼’까지 팔아넘겨야 할 수도 있다.

LG는 선발투수 영입이라면 ‘A급’을 잡아야 한다는 전제에서도 대상이 마땅치 않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 장점인 야수진의 상당 부분 손실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앞서 LG와 비공식적으로라도 트레이드 교감이 있던 팀들은 거래 대상 선발투수 입지 이상의 야수와 플러스 알파를 바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쩌면 LG 눈앞의 가장 큰 숙제는, 선발진이 아닐지 모른다. 밖에서의 압박감으로 비롯된, 안에서의 조급증이 후반기 레이스에 최우선 극복 대상일 수도 있다.

염경엽 LG 감독 시즌 계획을 세밀히 짜는 유형의 지도자다. ‘플랜A’부터 ‘플랜B’, 심지어 ‘플랜C’까지 마련해놓고 그중 굉장히 많은 부분을 미디어에도 공개하고 팀을 끌어간다.

올해의 LG 역시 갖가지 계획을 들고 시즌을 시작했다. 선발진도 마찬가지였는데, 선발진에서만큼은 출발선에서의 기본 계획과 많은 부분이 달라져있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던 임찬규와 이정용 등 2명이 선발로 보직 이동했을 만큼 변화가 상당히 많았다.

LG 벤치에서 기다리지 못한 것은, 우선은 기대치에 근접하지 못한 선발진의 기량 때문이었다. 그러나 팀 전체 지표가 꽤 괜찮음에도 더 기다리지 못한 것은, 그 언제 어디선가 비롯된 구단 전체 정서에 요인이 있는지 모른다.

7월말, 밖은 덥고 시끄럽다. LG에 지금 필요한 것은 차가움이다. 어떤 판단에도 머리를 더 차갑게 할 때다.

KBO리그 역대로 LG 같은 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를 지나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미루고 또 미뤄야했던 과거의 삼성이 정규시즌에서는 순항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압박감과 매번 마주해야 했다. ‘실패 시나리오’를 그림자처럼 달고 다녀야 했던 삼성은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에야 그 짐을 벗어 던졌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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