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피해자, 남성이 더 많아졌다…‘묻지마’ 타깃 안전지대 없다

2023. 7. 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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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인 피해, 남성 늘고 여성 줄어
가해자는 남성 비율이 10년간 압도적
신림 흉기난동 이후 “처음 공포 느꼈다”는 남성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조선(33)의 흉기난동으로 숨진 20대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정목희 기자] 그간 약자를 타깃으로 삼는 것으로만 인식됐던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실제로는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데다, 최근 들어선 남성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년배 남성만 노렸던 조선(33) 흉기 난동 이후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27일 헤럴드경제가 최근 10년간 경찰청 범죄통계를 분석한 결과, 살인(미수 제외) 피해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비교적 많았으나 2020년부터는 뒤집혀 남성이 더 많아졌다. 2012년 남성이 46.8%(192명)·여성 53.2%(218명)으로 여성이 더 많던 살인 피해자 성별 분포는 2019년까지 비슷한 추세를 보이다 2020년 남성 53.3%(164명)·여성 44.8%(138명)으로 역전했다. 2021년에도 남성 52.6%(142명)·여성 47.4%(128명)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남성 살인 피해자만 연도별로 보면 ▷2012년 46.8%(192명) ▷2013년 47.4%(162명) ▷2014년 48.5%(180명) ▷2015년 47.5%(173명) ▷2016년 45.5%(162명) ▷2017년 49.0%(147명) ▷2018년 49.7%(152명) ▷2019년 46.5%(138명) ▷2020년 53.3%(164명) ▷2021년 52.5%(164명)이다. 연도별 증감은 있으나 매해 소폭 늘어 재작년부턴 50%를 넘어선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살인 범죄자(가해자) 성별 차이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추세가 계속됐다. 2021년 기준 남성 73.9%(227명)·여성 26.0%(80명)으로 매해 남성이 70%대를, 여성 20%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살인의 경우 성별이 큰 관계가 없다”며 “동시에 스토킹 범죄 등에 대한 여성들의 경각심이 늘면서 분리보호 조치 등이 조기에 이뤄진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묻지마 살인 관련 판례에서도 여성·노인 등 약자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사건들이 다수 나타난다. 지난해 2월 전남 광양에선 40대 남성이 한 편의점에서 일면식이 없던 20대 남성 종업원을 살해하고 40대 남성 손님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가족과 단절돼 오랜 기간 혼자 지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살인을 결심하고 피해자 외에도 행인 6명을 추격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2021년 8월 서울 영등포구에선 조현병 등 정신장애를 앓던 남성 A씨가 새벽 2시50분인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골목길을 지나다 60대 남성이 자신에게 욕설을 한다는 생각에 그를 뒤쫓아가 10분 뒤 흉기로 가격해 살해하기도 했다.

한 남성이 전기충격기 등 호신용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이밖에 살인과 함께 강력범죄로 함께 꼽히는 강도 범죄자·피해자 성별 분표에서도 살인과 비슷한 흐름이 보였다. 강도는 타인의 재물을 빼앗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하는 범죄다. 강도 피해자 비율은 2012년 남성 48.1%(1239명)·여성 51.9%(1338명)으로 1%포인트 차이의 비슷한 수치를 보이다 2017년(남성 54.9%·여성 44.2%)부터 벌어져 재작년엔 남성 52.5%, 여성 45.3%으로 남성이 더 높았다.

강도 범죄자는 2012년과 재작년 각각 남성이 92.1%(3061명), 86.8%(649명) 매해 80%대 후반에서 90%대를 오갔다. 폐쇄회로(CC)TV 설치 증가 등으로 범죄 수 자체는 줄었지만 압도적으로 높은 남성 범죄자 비율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조씨 흉기난동 사건 이후 범죄를 인식하는 남성 시민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서울에 거주하는 장모(31)씨는 “이번 흉기난동 이후 처음으로 길거리에 다니기 무섭다는 생각과 함께 공포심이 들었다”며 “은연 중에 남성은 흉악범죄 피해자가 아닐 것으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에서 조씨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 네이버쇼핑에서 20~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호신용품’이었다.

한편 조씨는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골목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됐다.

klee@heraldcorp.com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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