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등 7개 제조사 美에 충전소 3만개…테슬라에 도전장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BMW, 제너럴모터스(GM),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등과 미국에서 ‘충전 동맹’을 결성하고, 3만여개의 고속 충전소를 세운다. 충전 인프라 확대를 통해 전기차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동시에 충전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테슬라와 정면승부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다.

현대차와 기아, GM 등 7개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는 26일(현지시간)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북미 지역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충전할 수 있도록 최소 3만개의 고출력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7개 제조사가 합작법인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2750억원)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번 합작법인이 지난 2017년 다수의 자동차 제조사가 유럽에서 공동 설립한 전기차 충전 회사 아이오니티를 모델로, 7개사가 똑같은 금액을 투자한다고 전했다.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충전소는 미국 표준인 CCS와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 커넥터를 모두 제공한다. 전기차 고객이라면 누구나 이용가능하다. 제조사들은 2024년 여름에 미국에서 첫 충전소를 개장하고, 이후에는 캐나다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충전소는 화장실과 음식 서비스, 소매점 등 편의시설을 갖춘 오늘날 미국의 주유소와 유사한 형태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들은 “일부 플래그십 충전소에는 추가 편의시설을 설치해 충전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의 한 주차장에 전기차용 충전기가 마련돼 있다. [로이터]

이처럼 자동차 메이커들이 직접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것은 충전소 부족이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 GM과 메르세데스, 포드, 닛산, 리비안 등이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부분 사용하기로 계약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운행이 예상되는 최대 4200만대의 충전 차량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미국 전역에 18만2000개의 급속 충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 전역에 있는 급속 충전기는 3만2000개다.

WSJ는 “수년간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충전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꺼렸다”면서 “하지만 사업 전략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커지면서 제조사들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7개사는 자체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키로 뜻을 모으면서 업계 1위인 테슬라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10년 넘게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한 테슬라는 미국의 고속 충전소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합작법인 출범을 환영했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우리는 이것을 중요한 진전으로 본다”면서 “충전소 설치와 유지보수에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7개사는 합작법인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설립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충전동맹’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판단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안드레 바로우 반독점법 전문 변호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이번 사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7개 자동차 제조사가 모인만큼 반독점 위험이 있다. 가격 담합 등 불법 행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