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매너리즘 느낄 때? ‘대부’ 보면서 기다려요”[인터뷰]
데뷔 21년차, 그는 오랫동안 한 길을 걸어왔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권태기도 제법 겪었다. 연기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지만, 매너리즘을 느낄 때도 없지 않았다. 배우 하정우는 그럴 때마다 젊을 적 영화의 꿈을 키우게 한 영화‘대부’를 꺼내보곤 했다.
“매너리즘이 오면 좋아하는 영화를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런 거 있잖아요? 흘러간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이 생각나는. 저도 그런 몇몇 영화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대부’예요.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좀 기다리려고 하고요. 배우들에겐 비슷한 말투, 호흡, 화술, 눈빛 등이 식상하다, 매너리즘으로 느껴질 때 그것이 바뀌려면 큰 깨달음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전 당장 솔루션을 찾는다기 보다는 인간으로서 잘 살아가는 삶에 포커싱을 맞추려고 해요. 그러면서 제가 꿈꾸며 가슴 뛰게 했던 영화들을 보면 숨고르기를 하고요.”
하정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여름 성수기 대전에 뛰어드는 소감과 김성훈 감독, 주지훈과 협업기, 연출작 ‘로비’를 준비하는 심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코드 잘 맞는 김성훈 감독·요리메이트 주지훈”
그는 ‘터널’ 이후 김성훈 감독과 두번째 작업이다. 김성훈 감독이 ‘아내보다 날 잘 아는 하정우’라고 의미를 부여한 만큼, 하정우 역시 김 감독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김성훈 감독과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 취향도 비슷하고 어떤 상황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하고요. 예를 들어 ‘터널’ 같은 경우 고립이 되었을 때 전 어떻게든 그 안에서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할 건데, 감독도 그렇거든요. 또 술을 전날 마셔서 숙취가 엄청나도 전 누워있지 않아요. 나가서 운동하거나 어떻게든 숙취를 없애려고 하죠. 김성훈 감독도 그런 비슷한 점이 있지 않나 싶어요. 영화와 캐릭터를 바라보는 것도 비슷해서 감독이 이번에 제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4개월 여 모로코에서 함께 보낸 주지훈과는 카메라 밖에서도 ‘찰떡 궁합’이었다.
“주지훈과 제가 요리를 잘해서 그런지 서로 물물교환이 가능했어요. 당시 주지훈 부엌 컨디션보다 제 부엌이 좋아서 사골 육수를 끓일 수 있었는데요. 며칠간 사골을 고아서 차곡차곡 얼려놨고요. 지훈인 반찬을 잘해서 저와 종종 바꿔먹었죠. 또 회사 스태프들이 중간중간 모로코로 들어오면 한국 식자재를 부탁했는데요. 주지훈 회사 스태프가 들어오면 제가 필요한 돌김이나 미니돈까스 줄줄이 비엔나, 음식만 한 트렁크를 선물받고, 우리 회사 대표가 들어오면 주지훈이 부탁한 편육, 미니족발, 밀키트 등을 들여오죠.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식자재 및 식료품들을 공수했어요.”
오랜만에 여름 성수기 대전에 합류한 부담도 털어놨다.
“2018년 ‘신과 함께2’ 이후로 5년여 만이에요. 이번 대전에 들어오는 다른 작품 감독님들도 다 친분이 있어서 지금은 조심스럽고 말을 아껴야 하는 상태랄까. 하하하. 낯설거나 힘들거나 불편하진 않지만, 올해엔 한 작품만 잘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코로나19 이전처럼 극장 산업이 활력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예전 같았으면 ‘남 걱정 어떻게 해’라고 생각했을텐데, 지금은 특수한 상황인 것 같거든요. 한편으론 관객들이 기대가 많이 없어진건가란 아쉽다는 생각도 들어요. 불안감도 올해 생기고요. 그냥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에요.”
■“잡힐 듯 안 잡히는 영화 작업, 내 피를 끓게 만들어”
‘허삼관’ ‘롤러코스터’를 연출해온 그는 이번에 ‘로비’로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는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예산이 녹록지 않네요. 요즘 들어서 산업이 어려워지다보니 기회를 갖는게 전보다더 어려워졌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올해 10편 이내 작품이 투자되어 준비 중이라는데, 평소보다 1/10로 줄어든 거잖아요. 이런 시기엔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예전 기준으로 일하면 안 될 것 같고요.”
그래서 지금 그의 피를 끓게하는 건 역시나 ‘영화 작업’이었다.
“잡힐 듯 안 잡히는 게 영화 작업이잖아요. 어떤 누구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처럼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데, 어떤 날은 눈이 멀어서 시나리오 구조도 못 읽을 때도 있어요. 배우로선 나름 객관적으로 시나리오를 분석하는데도, 연출자가 되면 그게 흐릿해질 때도 있고요. 그럴 땐 피가 계속 끓어요. 영화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뤄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건 영화를 그만두지 않은 이상 꺼지진 않을 것 같아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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