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법개편 강행에 예비역도 저항…안보위기 발생하나

이스라엘 예비역만 약 46만명…복무 거부로 안보 위협 받을 수도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비역들이 텔아비브의 국방부 인근에서 정부가 사법 개편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복무 거부를 선언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2023.07.19/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우파 연정이 '사법부 무력화' 첫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안보의 주요 전력인 예비군도 복무 거부를 선언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비샤이 코헨(42)도 최근 징역형을 각오하면서까지 '사법부 무력화' 시도에 저항하기 위해 복무 거부를 선언한 이스라엘 육군 예비역 중 한 사람이다. 그는 24일 사법부의 '합리성' 판단 권한을 폐기하는 법안이 크네세트(의회)에서 통과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소령인 코헨은 복무 거부 선언을 하면서 2차대전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인 돌아가신 자신의 할머니를 떠올렸다고 말한다. 그는 "할머니가 우리에게 나라를 지키고 봉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동시에 비민주적인 국가의 군에서 복무를 거부하는 것 또한 군인의 의무라라고 생각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성문 헌법이 없고 준헌법적 기본법만 있는 이스라엘은 상대적으로 대법원의 권력이 강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이러한 대법원의 권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법 개편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와 입법부가 항상 집권 세력에 의해 사실상 통제되기 때문에 대법원은 크네세트와 정부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반대 측은 이번 개편이 국가 통치에서 견제와 균형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파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이스라엘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고 소수자 권리, 표현의 자유 등 이스라엘 기본법에 명시되지 않은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25일 복무 거부를 선언하는 예비역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장기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1948년 건국 이후 아랍 국가들과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으며, 최근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적들과 싸워왔기 때문에 실전 경험이 많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강군이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에서 15개월 이상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과 충돌을 빚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25일 예비역들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군은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투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약 930만명인 이스라엘의 안보에 있어서 예비역은 매우 중요한 전력이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스라엘의 현역 군인은 16만9500명인데 반해 예비역은 두 배를 뛰어넘는 46만5000명에 달한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비역이 텔아비브의 국방부 인근에서 정부가 사법 개편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복무 거부를 선언하겠다는 서약에 서명하고 있다. 2023.07.19/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자원 예비군(volunteer reservists)들은 복무를 거부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정규예비군으로 분류되는 코헨과 같은 예비역은 45세까지 소집 요청을 받으면 이에 응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코헨의 경우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복무했으며 이후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대우와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비판하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24일 법안 통과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한다. 그는 복무 거부 선언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들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4일 법안 표결을 앞두고 시위대는 정부가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강행할 경우 수많은 예비역들이 복무 거부를 선언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지난주 후반에는 1100명 이상의 공군 예비역이 복무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정보 특수 작전 부서에 소속된 예비역 750명이 복무 거부 선언에 동참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은 복무를 거부할 특수작전 예비역들을 위해 자신이 관리하는 왓츠앱 그룹에 300명이 가입했으며, 현재 650명의 회원이 있다고 말했다.

사법 개편에 반대하는 공군 예비역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은퇴한 헬기 조종사 가이 포란(67)은 법안 통과 이후 많은 예비역 조종사들이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 대법원은 우파 연정에서 강행한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대한 위헌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양질의 정부를 위한 운동'과 이스라엘 변호사 협회 등 단체들은 앞서 해당 법 개정에 문제가 있다며 위헌 심사를 청구한 바 있다. 위헌 심사는 여름 휴회가 끝나는 9월에 시작될 예정이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