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종찬 광복회장 "백선엽 친일 여부는 국민께서 판단할 것"

김승욱 2023. 7. 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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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은 최근 고(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행위자' 문구가 삭제된 것과 관련해 "백 장군이 '친일이다, 아니다'를 시비할 필요 없이 팩트만 소상히 알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종찬 회장은 26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백 장군이 몇 년이라도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것도 사실이고, 국가유공자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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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재정문제 해결될 때까지 국장급 이상 무보수로 봉사
독립운동가 2·3세대 교육할 광복회 학술원 설립할 것
인터뷰하는 이종찬 광복회장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7.27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은 최근 고(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행위자' 문구가 삭제된 것과 관련해 "백 장군이 '친일이다, 아니다'를 시비할 필요 없이 팩트만 소상히 알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종찬 회장은 26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백 장군이 몇 년이라도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것도 사실이고, 국가유공자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국가보훈부의 삭제 조치에 대해 "친일 기록을 삭제하려면 국민께 팩트를 소상히 알리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절차적 정당성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생결단의 자세로 광복회 개혁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약 20억원에 달하는 광복회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본인을 비롯한 국장급 이상 간부는 무보수로 봉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독립운동가 2·3세대를 교육하기 위한 광복회 학술원 설립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이종찬 광복회장, 연합뉴스와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7.27 nowwego@yna.co.kr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광복회장에 정식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그간 소회는.

▲ 광복회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을 알고 왔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 이상으로 문제가 많다. 정말 사심을 가지지 않고 개선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정(부채 규모 약 20억원)이 정상화할 때까지 나를 비롯한 국장급 이상은 무보수로 봉사하자고 했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지만 우리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 최근 몇 년간 광복회를 둘러싼 잡음이 많았다. 광복회를 어떻게 개혁할 복안인가.

▲ 광복회는 이제 독립운동가 2·3세 시대로 접어들었다. 직접 독립운동을 한 1세대는 그 권위로 누구에게든 존경받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2세대부터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노력하고 신뢰를 주고 정부에 기여해야 광복회가 할 일을 하는구나 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권위를 만들어야지, 천부적인 권위는 없다. 앞선 몇몇 사람들이 권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 그러다 보니 '광복회가 있어야 하나. 해체해도 되지 않나'라는 소리를 듣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보통의 위기가 아니다. 사생결단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취임사에서 광복회 학술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 독립운동가 1세대는 스스로 독립운동을 했기 때문에 역사를 배울 필요가 없었어요. 그분들의 삶이 그 자체로 역사니까. 그러나 2세대, 3세대는 그분들이 무엇을 했는지 알아야 하고, 이념 투쟁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합니다. 2세대, 3세대에게 이것을 가르치려면 학술원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술원이 잘 돼서 대학원대학교 형태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는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을 건립하는 데만 집중했는데 거기서 독립운동을 연구할 학예사를 양성하는 데는 소홀히 했다는 겁니다. 후배들이 독립운동사 연구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실정이에요. 이대로 가다가는 대가 끊어지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학술원을 거점으로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후학을 길러내야 합니다. 학술원 설립에 관해서는 임시정부기념관, 독립기념관과 논의 중입니다. 건립 시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저는 독립기념관 안에 학술원을 건립하자는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이종찬 광복회장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7.27 nowwego@yna.co.kr

-- 최근 백범 74주기 추모사에서 임시정부의 밝히지 못한 역사를 소개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가.

▲ 임시정부와 관련해서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임시정부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탄핵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정당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없어요. 또 임시정부에 정말 많은 밀정이 들어와서 일본에 정보를 팔아먹은 사례가 많은데 이에 대한 연구도 없습니다.

임시정부가 여권을 만들고, 채권도 발행했는데 관련 연구가 부족합니다. 군사학적으로는 광복군을 모병하고 훈련했는데 훈련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도 필요합니다.

--최근 광복회장의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 당연직 배제·백선엽 장군의 친일 기록 삭제 등에서 국가보혼부와 이견을 보였다. 이에 대한 입장은.

▲ 보훈부와 크게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광복회장을 서훈공적위에서 배제한 조치에 대해 보훈부에 '광복회장이 당신들에게 짐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왔다 갔다 하기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 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광복회장이 추천하는 약간 명을 넣어달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했어요. 그 문제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백선엽 장군 문제는 '친일이다, 아니다' 시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백 장군이 다만 몇 년이라도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것도 사실이고, 국가유공자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죠. 팩트만 그대로 전하고 국민께 판단하시라고 하면 됩니다.

친일 기록을 삭제하려면 국민께 팩트를 소상히 알리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절차적 정당성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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