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원하는 N잡의 요건은? 보다 쉽게, 보다 빠르게

조광현 기자(cho.kwanghyun@mk.co.kr) 2023. 7. 2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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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 통계도 N잡 확산을 가리키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N잡러가 확산되는 데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라이프스타일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MZ세대는 장소에 구애 없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업무를 보는데 익숙하며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인플루언서 활동 등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추가 수익을 만드는 데 능숙하다. 자투리 시간 부업을 활용해 별도의 수익을 창출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거나 자아실현, 자기계발을 위해 N잡을 추구하기도 한다.

Z세대, 인플루언서도 N잡의 일환
N잡에 대한 인식 변화는 Z세대에서 두드러진다. 대학내일의 뉴스레터 ‘캐릿’의 미니 서베이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Z세대의 63.8%가 유튜버, 인스타그래머, 블로거 등 ‘인플루언서’가 되길 희망했지만 전업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고 답한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인플루언서를 전업이 아닌 N잡으로 선호하는 것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보다 간편하게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는 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투자 비용 낮고, 목소리 만으로 쉽고 편하게 N잡 가능한 오디오 플랫폼 ‘스푼’도 각광
이미지 설명=스푼 라디오
오디오계의 유튜브로 불리는 스푼(Spoon)은 Z세대의 N잡 수단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스푼은 ‘일상’과 ‘소통’을 소재로 하는 오디오 소셜 플랫폼이다. 사용자층은 크리에이터인 스푼DJ와 청취자로 구분된다. 스푼의 MAU(월간 실사용자 수)의 20%가 스푼DJ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푼DJ의 60%는 Z세대에 해당한다.

스푼이 Z세대에게 인플루언서 N잡 플랫폼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이용이 쉽다’는 점이다. 오디오 소셜 플랫폼인 스푼을 이용할 때는 카메라, 조명, 편집 프로그램 등 사용하기 어렵고 비싼 장비를 구비할 필요가 없다. 콘텐츠 내용도 전문적인 콘텐츠가 아닌 노래, 개인기, 고민상담, 연주 등이다. 스푼 DJ와 청취자 간의 공감과 소통이 주목적이라 DJ로 활동하는 데 부담이 덜하다.

노력에 대한 보상도 빠르다. 유튜브는 최근 수익 창출을 위한 자격 기준을 낮추었으나 구독자 500명, 최근 12개월간 3천 시간 시청 등 여전히 수익화 달성에는 벽이 높다. 반면 스푼은 청취자들로부터 스티커나 스푼(청취자들의 후원)을 받는데 별도의 조건이 없다. DJ로 활동하며 받은 스푼은 바로 포인트로 전환 가능하며 3만 포인트부터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하다. 실제로 스푼 통계에 따르면 갓 방송을 시작한 DJ들이 스푼을 받는 데 평균 2~3일이 소요되고 첫 방송 이후 한 달 이내 수익을 내는 DJ가 30%에 달한다. 일부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푼DJ의 경우, 월 평균 1천만 원의 수익을 내며 부업 이상의 소득을 창출하기도 한다.

스푼라디오 마케팅 박수라 팀장은 “스푼DJ들은 대부분 Z세대로,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디오로 소통하기 때문에 DJ, 청취자 모두 부담 없이 편하게 방송을 즐긴다. 특히 통계적으로 여름이면 스푼DJ가 늘어나는데, 대학생부터 사회초년생까지 아르바이트, N잡을 위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Z세대이자 스푼 DJ로 N잡 활동을 하고 있는 ‘DJ거누’는 본업이 자영업이다. DJ거누는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스푼을 시작했다가 스푼의 재미에 빠져 방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DJ거누는 “부수입 개념으로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에 본업에 지장이 안 가는 시간에 언제든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스푼을 선택하게 됐다”며 “가끔 N잡에 정신없을 때도 있지만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유저들과의 소통이 그만큼 재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굴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오디오 소셜 플랫폼 스푼을 시작한Z세대 ‘DJ한연진’은 업무 시간대를 정해두지 않고 자유롭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출퇴근 등 여유로운 시간대를 이용해 방송으로 소통한다는 한씨는 본업보다 스푼 수익이 커지면서 ‘프로N잡러’로 자리 잡았다.

자투리 시간에 부담 없이 동네에서 알바, 얼굴 노출 없어 부담 없는 음성 라벨링 알바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고 원하는 시간에 자투리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N잡러들에게는 당근마켓을 통한 아르바이트도 주목받고 있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이름에 맞게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상품과 함께 이웃들의 동네생활에 대한 정보들 또한 공유되었는데 언젠가부터 이 곳에서 중고상품 거래뿐 아니라 이색 알바 아이템들이 틈틈이 거래 아이템으로 올라오고 있다. 동네 유명 맛집 줄서기, 속눈썹샵이나 헤어샵 모델, 등하교 라이딩, 강아지 산책시켜주기부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가구 이동해주기, 세탁기 같이 들기, 벌레 잡아주기, 모닝콜 해주기 등이다. 당근마켓은 동네를 중심으로 이러한 니즈가 많아지는 것에 착안하여 지역 기반 구인구직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인 가구가 점점 많아지면서 다급하게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들이 점차 늘어나고, 자투리 시간에 부업을 하려는 요구도 늘어나는 상황이 맞물린 결과다.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학습데이터 구축을 위한 음성 데이터 라벨링 부업에 참여하는 N잡러들도 있다. 음성 수집 작업은 데이터 라벨링 프로젝트마다 마련된 프로그램에 따라 문장을 녹음한 뒤 제출하는 것이다. 업체에 따라 다르나 보통 1문장에 40~50원 정도의 비용을 제공한다. 외국어에 능통한 경우라면 영상물에 내레이션을 더빙해주는 업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재능공유, 자아실현 N잡 플랫폼 여전히 활성화
크몽이나 클래스101, 아이디어스 등 노하우나 작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N잡러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 2014년 출시된 아이디어스는 국내 핸드메이드 작가들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 현재 3만 6천여명의 작가들을 거느리고 있는 핸드메이드 시장에서 엣시(Etsy)에 이어 세계 두번째 규모로 성장했다. ‘크몽’은 코로나19 시기에 2배로 성장, 여러 프리랜서들과 자신의 전문 능력을 가지고 퇴근 후 시간, 주말 등을 이용해 아르바이트, 부업을 하려는 직장인들의 열정 덕분에 현재 350만건 이상의 누적 거래가 발생하는 등 국내 1위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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