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차트 개편에도 선전한 BTS 정국의 힘…'핫 100' 1위
정국 신곡 '세븐', 스트리밍 수치 높아 "팬들 결집만으로는 불가능"
복병 '트라이 댓 인 어 스몰 타운'과 장기 인기곡 '라스트 나이트' 제쳐
팀과는 다른 색을 지닌 스타일리시한 팝으로 승부
지난 25일(현지 시간) 빌보드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사 제목 일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메인보컬이자 '황금 막내'라는 별명을 지닌 정국이 데뷔 10년 만에 처음 낸 솔로 싱글 '세븐'(Seven)으로 또 하나의 유의미한 기록을 추가했다.
정국은 방탄소년단으로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등의 곡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거머쥔 데 이어, 자신의 첫 솔로 싱글로도 '핫 100'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 남성 솔로 가수로는 같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빌보드는 '세븐이 '핫 100' 차트가 시작된 이래 1위로 첫 진입한 68번째 곡이라고 설명했다.
만만치 않았던 경쟁곡들
'세븐'이 1위에 오른 빌보드 이번 주 차트(7월 29일자) 집계 기간은 '세븐' 발매일이었던 7월 14일부터 20일까지 7일이었다. 2위인 제이슨 알딘의 '트라이 댓 인 어 스몰 타운'(Try That in a Small Town)은 복병이었다. 스트리밍 횟수 1160만 건, 라디오 방송 횟수 730만 건, 다운로드와 CD 판매량 22만 8천 건에 이르렀는데, 이는 각각 547%, 17%, 2만 7625% 증가한 수치로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1927년, 미국 테네시주 법원에서는 18살의 흑인 소년이 350명의 백인 폭도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소년은 백인 소녀를 공격하려고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앞둔 상황이었다. '트라이 댓 인 어 스몰 타운' 뮤직비디오는 바로 그 테네시주 법원을 배경으로 한다.
성조기가 불타는 장면,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시위 중 벌어지는 불길, 약탈 장면, 무장한 경찰의 모습 등이 나온다. 빌보드에 따르면, 이 뮤직비디오는 인종 갈등을 조장한다는 염려로 미국 방송사 CMT에서도 퇴출당했다. 그러자 '보수 백인층'이 결집해 음원 스트리밍을 하고 음반을 구매했고, 결국 2위를 차지했다.
3위인 모건 월렌의 '라스트 나이트'(Last Night)도 위협적인 경쟁 곡이었다. 무려 25주 동안 진입해 14주 동안 '핫 100' 1위를 지켰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보수층 집결이 이루어진 정치적 이슈와 오랜 기간 사랑받은 인기곡 사이에서 '세븐'은 상당한 선전을 펼쳐 1위에 오른 셈이다.
다소 불리해진 조건 속 높은 스트리밍 수치 기록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에서도 '세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발매일이었던 14일 차트에서 1500만 건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1위에 직행한 것을 시작으로 연일 1천만 건 넘는 스트리밍 수치를 보였다.
빌보드는 "어떻게 정국은 제이슨 알딘을 '핫 100'에서 이겼을까요?"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통해 '세븐'의 1위 비결을 분석했다. 빌보드는 정국의 솔로 데뷔 싱글이기에 "지칠 줄 모르는 팬덤"이 "분명히 결집"한 면이 있지만, 방탄소년단의 기존 발표곡보다 높은 스트리밍 수치가 나온 데에는 팬덤 '아미'(ARMY)뿐 아니라 팬이 아닌 청취자들의 호응을 얻어야만 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빌보드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부터 아티스트의 공식 사이트(D2C)에서 다운로드한 횟수는 '핫 100' 순위 집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빌보드 차트 집계 방식 개편 후의 1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K팝 아티스트는 팬덤의 다운로드로 인한 판매량이 큰 힘으로 작용해서 정국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다분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해외 팬덤 화력으로 스트리밍 수치로 제도 개편의 불리함을 극복했다"라고 바라봤다.
K팝 가수는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가 저조한 편이어서 아티스트 공식 사이트 다운로드 수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에, 이런 집계 방식 변화가 K팝 가수에게 불리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의 시선도 있었다.
이에 정 평론가는 "지금은 스트리밍 시대다. 음원을 다운로드해서 듣거나 CD를 구매해 듣는 사람이 존재하겠지만, 그 숫자가 차트에 영향을 줄 만큼 유의미하지는 않다. 차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가급적 현재의 인기 지표를 그대로 담아내는 공정한 차트를 만들고 싶어 할 것"이라며 "공식 사이트 다운로드 집계 제외는 팬덤이 큰 가수라면 모두 영향을 받기에 꼭 K팝 가수만을 견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빌보드 차트는 이전부터 집계 방식 변화가 빈번했다"라고 밝혔다.
황 평론가 역시 "K팝을 견제한다기보다는 전반적인 팬덤 기반 차트 왜곡 현상에 대응하려는 경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편으로 팬덤 영향력이 막강한 K팝 가수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테일러 스위프트 등 많은 팝 스타도 D2C 방식을 통한 전략을 구사해 왔다. 공신력과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빌보드의 강경한 대책으로 보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더 대중적으로'라는 전략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따뜻한 사운드의 어쿠스틱 기타, 1990년대 초반 영국에서 만들어진 전자음악을 뜻하는 'UK 개러지' 장르 리듬이 한데 어우러진 '세븐'은 정국의 감미로운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다.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은 '세븐'을 정교한 현지화 전략이 반영된 곡이라고 소개했다. 제작 과정 전반에서 가장 중시한 것이 바로 '미국 팬들의 취향'이었다. 영어로 된 가사는 물론, 요즘 유행하는 UK 개러지 스타일을 가미한 최신 팝 장르를 택했고, 녹음도 미국에서 했다. 그래미 어워드 수상 경력이 있는 음악 프로듀서 앤드류 와트, 서킷이 곡 작업에 참여했다.
정 평론가는 "정국에 대한 주목도가 이미 컸고, 미국의 대중적인 틴(10대) 잡지에서도 정국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 이번 곡 자체가 방탄소년단의 색과도 조금 다르고, 성인 남성의 어떤 관능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노래다 보니까 그런 변화에 대한 호응도 있는 것 같다. 음악적으로도 정국은 좀 더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팝'을 지향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앞선 기사를 통해 빌보드는 '핫 100' 1위에 오른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와 이번 정국의 '세븐' 모두 기억하기 쉽고 음악적으로도 스타일리시한 팝인데, 특히 '세븐'은 정국의 개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강한 훅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청취자가 '세븐'을 더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음원을 '클린'(Clean) '익스플리싯'(Explicit) '밴드'(Band) 버전으로 냈고 '서머'(Summer) '아일랜드'(Island) '나이트폴'(Nightfall) '페스티벌'(Festival) '로파이'(Lofi) 믹스도 순차적으로 발매했다. 하이브는 이 같은 전략에 이타카 홀딩스 설립자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능도 넘치고 목소리도 환상적"
정국은 곡을 처음 듣고 나서 방시혁 PD와 같이 '어? 이건 너무 좋다'라고 생각했다며 "그 곡을 부르는 제 모습이 그려졌다. 뭔가 좀 더 성숙해져서 돌아와서 그걸 무대에서 했을 때 '아, 이거 진짜 멋있겠다' 너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흔쾌히 한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한국이 아닌 곳에서, 외국인 프로듀서와 함께 녹음 작업을 했다는 정국은 '세븐'이 영어 곡이기에 특히 발음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언제 R 발음을 빼는지, 언제 묵음 처리를 하는지 등을 꼼꼼히 관찰하고 습득하려 했다고.
앤드류 와트는 '세븐'에 관해 "그동안 정국이 노래한 느낌과 비슷하면서도 정국에겐 새로운 분위기"라고 평했다. 이어 "정국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불렀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며 "음역이 워낙 넓은데 저음과 고음을 손쉽게 넘나드는 게 대단했다. 곡 전체를 그렇게 불렀다"라고 말했다.
서킷은 "정국은 끝내줬다. 정말 겸손하고 상냥하면서도 내면은 재능도 넘치고 목소리도 환상적이다. 제가 보기에는 다재다능한 게 매력이다. 정국은 뭐든 소화하고 다른 스타일이나 노래하는 방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카멜레온처럼 적응해서 어떤 곡이든 할 수 있는데 고음 가성도 듣기 좋고 강렬한 표현도 가능해서 노래할 때 매우 듣기 좋다"라고 극찬했다.
어려운 곡 녹음을 마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백한 정국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GMA '2023 서머 콘서트 시리즈'에서 '세븐'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이후 영국 공영방송 BBC 라디오 1 '라이브 라운지'와 BBC의 인기 토크쇼 '더 원 쇼'에서도 라이브를 선보였으며, 오는 30일 SBS '인기가요'에 출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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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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