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일 이상민, 수행비서 기다리며 105분 허비…“비상식적”

이재호 2023. 7. 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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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압구정 자택서 택시로 15분 거리인데
일산 사는 기사가 자택 오기를 기다려
재판관들 “상식 부합 어려워” 꼬집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청구인(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운전) 비서가 오기를 기다려 현장으로 출발한 결과 2022년 10월30일 0시42분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긴급상황점검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고, 0시45분에야 이 사건 참사 현장 인근에 도착했으며, 현장지휘소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20분이 지난 1시5분이었다.”

25일 헌법재판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으나, 결정문에는 이태원 참사 때 이 장관의 “비상식적” 행보가 고스란히 담겼다. 별개의견(다수의견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이유가 다른 의견) 낸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참사 발생 보고를 받고도 10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이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봤지만 법정의견(헌재 최종 결론)을 낸 유남석·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이 장관이 현장에는 늦게 도착했지만, 유선으로 보고를 받으면서 지시를 했기에 직무를 태만히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11시20분께 첫 보고…“심정지 환자 약 30명”

헌재의 결정문을 보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서편의 골목길에서 2022년 10월29일 밤 10시15분 무렵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면서 눌림과 끼임이 발생해 밤 11시22분께 해소됐다. 이때 눌림과 끼임에 의한 압력으로 158명이 숨지고 320명이 다쳤다.

이 장관은 밤 11시20분께 행안부 양아무개 재난비서관으로부터 ‘해밀턴호텔 옆 골목 일대 행사장 압사사고. 피해상황: 심정지 환자 약 30명 추정, 현재까지 응급처치 중’ 등의 내용이 포함된 카카오톡 메시지로 사고 발생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밤 11시21분,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 신속한 구급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지만 정작 이 장관은 밤 11시31분에 박용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의 전화를 받고서야 ‘관계기관 협조 얻어 현장상황 신속 파악, 본부장 중심으로 행안부 필요조치 즉시 시행’을 지시했다. 당시 박 실장은 ‘해밀턴 호텔 옆 골목 일대 행사장 압사사고로 심정지 추정 환자 약 30명을 응급처치 중이다. 정확한 압사 원인은 보고되지 않아서 유관기관을 통해 파악 중이다. 구조활동은 경찰과 공동 대응 중으로 재난의료지원팀(DMAT)도 요청한 상황이다’라고 보고했다.

이후 18분 동안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이 장관은 밤 11시49분에야 재난안전비서관에 전화를 걸어 현장 방문 준비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 지시가 언론을 통해 이미 보도된 뒤였다. 이 장관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15분 만에 참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정이 다 된 그 시각에도 자동차로 40∼50분은 걸리는 곳(일산)에 있는 수행(운전)비서를 불렀다. 별개의견은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수행비서를 기다리면서 밤 11시50분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에게 긴급상황 보고 문자를 받았다. ‘압사사고가 발생해 100여명의 추정 사상자(50여명 심폐소생술(CPR))가 발생했다. 소방대응 2단계 발령하고 구급차량 95대를 동원해 현장 응급 처치 중이다. 추가로 인근 시·도 소방력 동원조치 중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수행비서 기다리느라 대통령 회의 놓쳐

밤 11시55분 이 장관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다시 상황 보고를 받고는 ‘현장 지휘 등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 또 이태원으로 이동하기 전인 0시3분께 현장 구조를 총괄하는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 차원에서 현장활동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물었다. 이때 ‘사고현장 직접 확인’을 요청받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0시12분에는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부장의 전화 보고를 받았다. 밤 11시55분에 행안부 내부 상황판단회의가 열려 재난현장 긴급구조활동을 확인했고, 대통령 지시사항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장관은 ‘현재 인명구조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니 소방청을 도와서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0시21분 재난안전비서관에게 전화해 상황보고를 받고, 0시41분에는 대통령 주재 1차 긴급상황점검회의 현장에 있던 직원과 이 장관은 통화했다. 수행비서를 기다리느라 긴급상황점검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탓이었다.

현장 인근에 이 장관이 도착한 것은 0시45분이었다. 현장지휘소에는 새벽 1시5분에야 닿아 소방 현장 상황판단회의에 참여했다. 이 장관이 참여한 첫 참사 관련 회의였다. 최태영 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은 뒤 그는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원활한 사상자 이송을 위해 인근 병원 등과 협조해달라’ ‘경찰과 협업해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정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새벽 1시30분 이 장관은 25분 만에 현장 방문을 끝내고 새벽 1시50분 국무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행안부를 중심으로 수습하겠다’고 보고했다. 새벽 2시30분 대통령 주재 2차 긴급상황점검회의에는 직접 참석했다.

■“성실의무 위반” vs “불성실 평가 어려워”

이 장관의 참사 당시 행보를 바탕으로 별개의견은 “피청구인은 참사 발생을 인지함과 동시에 재난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즉시 재난에 관한 모든 정보가 수집되고 주요 관계기관과의 직통 연락망이 구축된 상황실(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로 이동하거나, 최대한 신속하게 재난 현장으로 이동해 실시간 현황 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처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피청구인은 수행(운전) 비서를 기다리며 소방청장 직무대리, 서울경찰청장,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단 몇 통의 전화로 재난을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별개의견은 “피청구인의 재난 대응은 총괄 조정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긴급상황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수행비서를 기다리며) 약 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재난 상황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은 채,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했다. 국가공무원법 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법정의견은 “피청구인이 참사 상황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한 뒤 더욱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재난대응 조치를 했더라면 인명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현장 인근에 있지 않았던 피청구인이 (첫 보고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만으로 재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 및 협력 요청을 계속한 이상, 피청구인의 재난대응 방식이 정부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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