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마이셀, 버섯으로 세계 가죽 산업의 세대교체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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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날갯짓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와 혁신은 비단 IT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회를 염탐 중이다. 본 기고에서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바라보는 ‘지속가능성’에 관해 살짝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속가능성으로의 큰 흐름은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 특히 소비생활에서도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매일같이 가는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규제로 인해 오래 전부터 종이 빨대로 대체되었고, 그저 반갑기만 한 택배들도 일명 ‘뽁뽁이’ 혹은 비닐보다는 종이 포장재가 더 익숙해졌다. 또한 글로벌 SPA 브랜드에서 의류 쇼핑을 한다면 바이오플라스틱 기반 원사 등을 활용한 친환경 원단 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장품 업계 또한 해외 브랜드들은 물론 국내 브랜드들까지도 제품 용기를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는 움직임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다.
최근 새로운 타겟은 바로 가죽이었다. 가죽은 소재 중에서도 아주 오랜 역사를 거쳐 높은 품질과 독보적인 활용성을 증명해왔지만, 가죽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환경 오염과 탄소배출, 그리고 동물복지 문제 등으로 인해 대체가죽으로의 변화는 필연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글로벌 패션비영리단체인 콜렉티브패션저스티스(Collective Fashion Justice) 에서는 ‘Under their skin’ 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가죽이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그러던 2021년 3월, 가죽 제품으로 오랜 명성을 자랑해 온 글로벌 최상급 럭셔리 브랜드 Hermes 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발표했다. 버섯으로 만든 대체가죽을 활용해 가방을 선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그 파트너사는 바로 2013년에 설립된 미국의 스타트업 MycoWorks 였다. 2021년 7월에는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Lululemon이 미국의 또 다른 대체소재 개발 스타트업인 Bolt Threads 와 함께 개발한 ‘마일로 컬렉션’ 을 발표했는데, 버섯 기반 친환경 섬유로 만든 요가매트와 가방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21년 10월, Stella McCartney는 Bolt Threads 와 협업해 제작한 버섯으로 만든 대체가죽 가방을 파리패션위크에서 직접 선보이며 Hermes의 행보에 힘을 보탰다. 여기서 필자는 MycoWorks 와 Bolt Threads 에 집중했다. MycoWorks 는 2022년 초 Series C Round 에서 $125m(약 1628억원) 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6,000억원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Bolt Threads 또한 비슷한 시점에 $355m(약 4623억원)의 대규모 투자유치를 성공시키며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길, 이미 해외에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소정의 결과물들이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중이었다.
◇국내 기업이 대체가죽을 개발한다고? 실제 투자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성’ 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앞세워 몇 자 적었지만, 부끄럽게도 필자는 환경운동가도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다만 필자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오롯이 투자의 관점에서 향후 10년, 20년을 이끌어 갈 큰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노력 중이며, 지속가능성은 분명 그 흐름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 하에 이루어진 첫 투자대상이 바로 마이셀이다. 마이셀은 앞서 언급한 MycoWorks, Bolt Threads 등과 유사하게 버섯 균사체 기반 대체가죽을 연구개발, 제조하는 신소재 스타트업이다. 2016년 현대자동차 사내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2020년 현대/기아자동차의 투자와 함께 독립 법인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마이셀 사성진 대표는 기계공학 박사를 취득한 후 프랑스도로교통안전연구소 연구원,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해왔다. 그리고 창업 멤버인 김성원 이사 역시 기계공학 전공 후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사성진 대표와 합을 맞춰왔다. 비록 창업팀이 가죽산업 종사 경험은 없지만, 자동차 내장재라면 내구성과 품질, 생산량에 있어 보다 높은 기준이 요구될텐데 사성진 대표와 김성원 이사라면 이를 잘 맞춰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이셀 사성진 대표에게 처음 연락을 건넨 것은 2021년 4월이었다. 2021년 연초 사내에서 개인별 연간 투자계획으로서 지속가능성에 입각한 아이템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 이어, 2021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버섯가죽으로 만든 가방 발표의 영향이 컸다. 한국에도 대체가죽을 개발하는 회사가 있다니, 눈으로 직접 그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마이셀은 이미 현대/기아자동차, 위벤처스, 스프링캠프 등으로부터 Seed 투자를 유치한 바 있어 위벤처스에 소개를 부탁드렸다. 당시 투자 유치 시점은 아니었지만, 감사하게도 사성진 대표는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회사 내에 신기술 검토에 유능하신 선배 심사역분들도 몇 분 초대해 함께 첫 미팅을 진행했다. 그 후 2~3달 뒤에도 미팅을 진행하며 추후 투자 유치 시점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시도는 그 직후 Bridge Round 까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기존 주주들 위주로 모두 마무리 되어버린 것이다. 회사에게 주주로서 함께하고 싶은 심사역 또는 VC 하우스로서 매력어필이 부족했던 것일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22년 2월, 해가 바뀐 후 한번 더 용기를 냈다.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계신 최동열 파트너님과 함께 당시 군포에 위치한 본사로 찾아가 개발 중인 대체가죽 샘플과 연구실을 살펴본 뒤 그 다음 Funding Round 참여를 위한 검토를 다시 이어갔다. 그리고 2022년 8월, Pre-A Round에서야 마이셀에 첫 투자를 진행하게 되었다.
◇국내 기업이 대체가죽을 개발한다고? 실제 투자에 이르기까지
마이셀은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기업이다. 일반 가죽에 뒤쳐지지 않는 제품 퀄리티와 생산능력, 그리고 가격 경쟁력까지, 시중에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까지는 아직 무수히 많은 숙제들이 마이셀 앞에 놓여있다. 앞으로도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자금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8월 Pre-A Round는 본격적인 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한 파일럿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이뤄졌다. 예상보다 조금 더 시간이 소요되어 2023년 3월 말에 이르러서야 파일럿 생산설비 셋팅이 완료되었지만, 균주 배양 자동화 및 고효율 생산을 위한 공정 설계에 초점을 맞춰 디테일을 강화한 부분은 유의미했다. 이제는 자동차는 물론 패션 업계의 선두 브랜드 및 테너리(Tannery: 전통 방식의 가죽 생산 작업장) 들을 고객사로 영입하여 제품 공동기획을 거쳐 양산/판매까지 이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희망적이게도, 시장은 보다 본격적으로 대체가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볼보는 2025년까지 차량에 사용되는 재료의 4분의 1을, 그리고 2030년까지는 차량 좌석시트 등 내부 마감재까지도 모두 친환경 가죽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일부 내장재에 대해 친환경 소재를 적용시키기 시작했으며 2040년까지 탄소배출이 없는 전동화 차량만 판매하겠다며 지속가능경영을 공표했다. 본 기고에서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패션업계 또한 다수의 명품 브랜드는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들까지도 친환경소재에 대한 검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물론 버섯으로 만든 대체 가죽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친환경 대체가죽을 향한 연구 개발은 파인애플, 버섯 균사체, 나무껍질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버섯 균사체의 장점은 제조 과정에서의 환경 유해성을 최소화하면서도 가죽의 질감을 가장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순수 버섯 균사체를 햇빛, 습기, 온도를 조절해가며 2-3주 가량 배양과정을 거치면 가는 실이 얽히고 뭉친 솜털 모양으로 부풀듯이 성장한다. 이것을 생산해내고자 하는 가죽의 질감, 두께에 맞게 압착 가공하면 소, 양, 악어 등 다양한 형태로 가죽의 촉감과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후발 기업으로서 MycoWorks, Bolt Threads 등 해외 선두주자와의 경쟁도 대비해야 한다. 물론 이 기업들은 일부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해 제품 출시에는 성공했으나, 아직까지는 마이셀을 포함한 세 기업 모두 제품력이나 생산 자동화, 가격 경쟁력 등에서 여전히 동일한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를 빠르고 똑똑하게 해결하는 곳이 종국의 승자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마이셀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믿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가죽산업의 세대교체를 이루는 날을 기대하며, 오래도록 마이셀의 비전을 함께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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