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그리스·이탈리아···인명 피해 잇따라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발생한 산불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남유럽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리스 중부 주요 도시인 볼로스와 라미아 외곽에서 산불이 발생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AF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산불로 인해 볼로스 인근 5개 마을과 라미아 외곽 3개 마을에 대피령이 떨어졌다.
최근 그리스에선 거의 매일 새로운 산불이 발생하면서 소방 당국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오아니스 아르토피오스 소방 당국 대변인은 “소방대원들이 현재 90건의 산불과 싸우고 있다”며 “이 중 61건은 지난 24시간 동안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한 로도스섬에서는 일주일 넘게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그리스 최고의 휴양섬으로 꼽히는 로도스섬은 주말 동안 주민과 관광객 1만9000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또 다른 휴양섬인 코르푸섬, 에비아섬에서도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주민들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름철 그리스에서는 산불이 자주 발생하지만 올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백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빈발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추정되는 건조한 토양과 폭염, 강한 바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아르토피오스 대변인은 현지 라디오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달 13일 이후 전국에서 약 50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전날에는 에비아섬에서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섰던 소방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자 2명이 모두 사망했다. 같은 날 에비아섬 산불 현장에선 이틀 전 실종됐던 41세 양치기가 오두막에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칼라브리아와 시칠리아섬의 피해가 특히 크다.
시칠리아섬에선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주도인 팔레르모에 있는 팔레르모 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됐다.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선 화염에 휩싸인 한 주택에서 노인 2명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이번 산불로 3명이 사망했다.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은 최근 지중해 연안 모든 국가가 산불에 시달리는 중에 이탈리아, 포르투갈, 몰타, 불가리아 대통령들과 26일 전화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 그리스 대통령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남유럽 국가들의 공동 방화작업을 제안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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