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제임스 웹이 포착한 갓난아기 별
근적외선 이미지로 제트 분출 포착
과학자들이 먼 우주에서 두 별이 탄생하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했다. 이 별들은 나이가 수천 년밖에 되지 않아 천문학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야말로 갓난아기라고 할 수 있다. 별이 탄생할 때 나오는 에너지 분출도 생생하게 포착해 태양계 형성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6일(현지 시각)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망원경이 지구로부터 1470광년(光年,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허빅-아로(Herbig-Haro) 46/47 별을 근적외선으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2021년 성탄절에 발사돼 이듬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제트 포착
하빅-아로는 미국 천문학자 조지 허빅(George Herbig)과 멕시코 천문학자 길레르모 아로(Guillermo Haro)의 이름을 딴 천체로, 가스나 먼지 구름이 충돌하면서 생긴 작은 성운(星雲) 모양이다. 남쪽하늘 돛자리(Vela)에 있다. 허빅-아로 46/47은 이 천체에서 46번째, 47번째 별이라는 뜻으로, 1977년 처음 발견됐다.
나사가 공개한 사진에서 두 별을 찾으려면 사방으로 선이 뻗은 돌기 모양의 밝은 분홍색과 빨간색 회절 스파이크를 따라 가운데로 들어가면 된다. 별은 주황색과 흰색 얼룩 안에 있다. 별은 성장의 영양분이 되는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원반 깊숙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허빅-아로 46/47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불타는 주황색으로 보이는 별에서 부채꼴로 펼쳐지는 돌기들이다. 대부분 수천 년에 걸쳐 별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가스와 먼지를 흡수했다가 배출하는 제트(jet)가 만들었다.
제트 분출은 별 생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분출을 통해 별이 모으는 질량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분출된 제트는 사진에서 실처럼 생긴 파란색으로 나타난다. 2시 방향의 빨간색 회절 스파이크 바로 아래에 있다. 제트는 오른쪽을 따라 가면 더 선명한 물결 무늬를 만든다. 선들은 중간에 끊어지고 맨오른쪽 두꺼운 주황색 영역에서 고르지 않은 연한 보라색 원으로 끝난다.
최근에 분출된 제트 물질이 오래된 물질과 만나면 돌기의 모양이 바뀐다. 나사는 이런 활동은 마치 분수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가 떨어지면서 아래 웅덩이에 물보라 패턴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어떤 제트는 더 많은 물질을 방출하고 어떤 제트는 더 빠른 속도로 발사된다. 나사는 특정 시점에 별에 얼마나 많은 물질이 모였는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적외선 카메라로 별의 탄생 순간 관찰
두 번째로 눈에 띄는 부분은 거품처럼 퍼지는 파란색 구름이다. 먼지와 가스가 밀집된 영역으로, 성운이라고도 하지만 공식 이름은 보크 구상체(Bok globule)이다. 짙은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진 작은 암흑성운의 일종으로, 이 안에서는 원시별이 태어난다. 네덜란드 천문학자 바트 보크(Bart Bok)가 1940년 처음 발견했다.
암흑성운의 일종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보크 구상체는 가시광선으로 보면 검은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근적외선 카메라로 얇고 가벼운 구름의 안팎을 볼 수 있다.
지난 32년 동안 작동한 허블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지만, 제임스 웹은 적외선을 포착해 보다 넓은 영역을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보크 구상체의 가장자리는 오른쪽과 아래쪽을 따라 뒤로 L자처럼 부드러운 주황색 윤곽선으로 보인다.
보크 구상체의 존재는 중심 별이 뿜어내는 제트의 모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나사는 밝혔다. 별에서 분출된 물질이 왼쪽 아래 성운에 부딪히면 그 안의 분자와 상호 작용하면서 둘 다 빛을 낸다.
마지막으로 사진에서 가장자리를 보면 허빅-아로 46/47에서 뻗은 양쪽 돌기의 비대칭을 재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 위를 보면 큰 돌기에서 분리된 뭉툭한 분출물을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왼쪽 아래에서 큰 돌기 너머를 보면 괄호 모양이 보인다. 둘 다 가장 멀리 밀려난 물질로, 더 일찍 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력 균형 지점에서 빛 왜곡 없이 관측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먼 곳에 배치됐다. 허블은 지구 상공 약 600㎞ 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지만,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까지 이동했다. 지구와 달 사이(38만5000㎞)보다 약 4배 먼 거리다.
라그랑주 L2는 우주 관측에 최적인 지점이다. 이곳은 태양·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중력)과 물체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밖으로 벗어나려는 힘(원심력)이 서로 상쇄돼 중력이 미치지 않는다. 힘이 균형을 이뤄 빛의 왜곡이 없다. 특히 태양이 항상 지구 뒤에 가려져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름 6.5m의 반사 거울과 태양광을 차단하는 테니스장 크기의 차양막도 갖고 있다.
참고자료
NASA(2023), https://www.nasa.gov/feature/goddard/2023/webb-snaps-highly-detailed-infrared-image-of-actively-forming-stars
ESO(2013), https://www.eso.org/public/germany/images/eso133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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