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여학생 계정 해킹·불법촬영 모의…학교측 수사의뢰 안해

서충섭 기자 2023. 7. 2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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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 "가해자·피해자 특정 안돼…보안 강화 노력할 것"
인권단체 "여성혐오·젠더폭력 사건,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전남대학교 익명 오픈채팅방에서 한 이용자가 여학우의 신체를 촬영하려다 보류했다고 말하는 모습.(전남대학교 에브리타임 캡처).2023.7.14./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전남대학교 일부 남학생들이 모인 익명 단체대화방에서 여학생 계정을 해킹하는 방법을 공유하거나, 불법촬영물(몰카) 제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뉴스1>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남대의 취약한 정보보안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무분별한 개인정보 염탐과 외모 평가, 불법촬영 정황이 알려지면서 학생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진상조사 목소리가 커지지만 대학측은 익명 단체대화방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꺼리고 있다.

27일 전남대학교에 따르면 대학측은 지난 14일 전남대 학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익명대화방에서 여학우 계정 해킹과 '몰카'촬영 제의가 있었다는 <뉴스1> 보도 이후 관련 내용을 확인했으나 가해자와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같은 사실을 최초 폭로한 대학 커뮤니티앱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게시글에는 대화방의 대화가 익명화된 닉네임으로 처리돼 있어 실제 피해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수사 기관에도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수사 착수가 가능한지를 문의했으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 대학측은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 별도의 피해사례 신청도 받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해킹과 몰카를 논의한 해당 학생들에 대한 제보도 접수되지 않아 대학측의 내부 조사도 한계에 봉착해 있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익명 대화가 오간 정황만 가지고 법적 대응을 시도하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알아보고는 있으나 대학측이 학생들을 강제로 조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오픈채팅방에서 한 이용자가 여학생들의 포털 계정을 무단 접속해 사진과 소득분위, 학점, 민감한 개인정보 등을 열람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논란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공론화되자 이 이용자는 단톡방을 나갔다.(전남대학교 에브리타임 캡처)2023.7.14./뉴스1

전남대측은 학생들에게 3개월마다 포털 비밀번호를 교체하고 바꾸지 않을 경우 접속할 수 없는 등 보안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 등은 해당 사건을 '여성혐오·젠더폭력'으로 규정하고 대학측의 엄정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지역 인권단체인 '광주인권지기 활짝'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통해 "전남대 오픈 채팅 카톡방 사건은 명백한 여성혐오·젠더폭력 사건이다"며 "여학생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유출과 불법촬영 제안이 이뤄진, 여성을 명백히 표적해서 이뤄진 사건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남대는 타 대학에서도 발발했던 이같은 사건에 대한 사전 예비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사후에도 정보유출 사건으로만 해석하며 젠더폭력 사건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학내 여성혐오 인식에 대한 뿌리깊은 구조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남대는 여성혐오·젠더폭력 사건 피해자가 추가로 있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행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진행하라"면서 "사건 재발을 막을 타개책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17일 청년정의당 전남대 학생위원회도 규탄 성명을 통해 "지성과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무분별한 개인정보 열람과 취득, 외모품평, 불법촬영 시도 등 구시대적 범죄행위가 일어난 데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모인 익명 오픈채팅방에서 한 이용자가 여학우들의 포털에 무단 접속해왔으나 이제 비밀번호가 바뀌어 접속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전남대학교 에브리타임 캡처).2023.7.14./뉴스1

해당 단체대화 내용은 지난 14일 대학 커뮤니티앱 '에브리타임' 전남대 게시판을 통해 드러났다.

한 학생이 "전남대학교 포털은 아이디는 학번이고 비밀번호는 생일로 기본설정돼 있어 타인 계정도 접속할 수 있다"면서 "예쁜 여학우만 추려내 접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포털 계정에 접속해 학점과 사진, 집주소, 가족관계, 소득분위까지 확인할 수 있었고, 특정인 포털을 상습적으로 접속해왔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학생은 "너무 행복하다. 팬x브x 맨날 다 비취게 입는데 즐거웠다"고 말하자 다른 학생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등 몰카 촬영 제의도 있어왔다.

이밖에도 해당 대화방에서 여학우 성희롱을 넘어 불법촬영을 한 민감한 사진들을 텔레그램으로 공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논란이 제기되자 해당 단톡방의 한 학생은 "실제로 해킹을 한 적도 없고 주의하자고 했다"며 "처벌 안 받을 거 아는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해명글을 올렸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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