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 정키’(Aman Junkie)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만(Aman)’은 중독성 강한 리조트다. 아만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 그 정도로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킴 카다시안 등이 아만 정키로 유명하다. 현재 세계 20개국 곳곳에 33개의 아만 리조트가 있다.
‘아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화려함보다 오랜 시간 쌓아온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지역적 특수성을 가진 리조트 위치, 현지인에 대한 배려, 전통을 존중하는 마음은 ‘지속 가능한 여행’ 그 자체다. 프라이빗 하이엔드 리조트 브랜드 최전선에 있는 ‘아만’은 품위 있지만 친밀한 휴양지 컬렉션을 구축한다는 비전 아래 1988년 설립했다.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럭셔리 스테이
인천국제공항에서 5시간이 지나 깜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출국장 입구에서부터 아만 직원이 나와 이동 차량까지 안내한다. 프라이빗한 차량 안에는 손을 닦을 수 있는 따뜻한 물수건과 물, 소소한 다과를 준비했다. 차량 내부 곳곳엔 짧지 않은 비행 이후 여독을 풀며 가라는 배려가 느껴졌다.
공항에서 1시간 30분을 달려 새벽 두시가 넘어 아만노이에 도착했지만 투숙객임을 확인하고 문을 연다. 호텔 정문에서부터 철통 보안이다. 이러한 철저함이 낯선 여행지에서 왠지 모를 안정감으로 차오른다. 스타들이 비밀 별장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로비 입구에 도착하니 직원들은 따뜻한 환대와 함께 객실로 안내했다. 리조트 부지가 매머드급이라 ‘버기카’라는 전동차로 이동해야한다. 연중무휴 24시간 모든 고객의 요청을 위해 대기하는 프라이빗 버틀러는 든든했다.
나를 담당한 캉(Khang) 버틀러도 언제든 연락하면 오겠다며 인사를 건넸다. 안내 직원과 파빌리온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누각, 정자’를 의미하는 ‘파빌리온’은 ‘객실’을 의미하는 아만의 언어다. 객실 사용법은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준다.
냐짱은 베트남 왕실 휴양지이자 유럽인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여행지다. 아만노이는 2013년 개장했다. 리조트를 둘러싼 국립공원 규모는 8800만㎡(약 2662만 평)에 달한다. 국립공원 안이라니 사실 여기에서 끝났다. 계획조차 생각할 필요가 없는 곳, 아만노이가 그랬다. 분위기, 건축미, 자연 경관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날이 밝자 새가 창문을 쪼아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만노이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가히 최고다. 리조트를 감싼 울창한 숲과 빈히만(Vĩnh Hy) 전경이 현실감을 잊게 한다. 리조트는 자연 그 자체다. 아만노이는 산스크리트어로 ‘평화의 장소’를 의미한다. 무성한 나무들 틈에서 파빌리온 지붕이 보인다.
설계는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 건축가 장 미셸 게티가 맡았다. 온전한 쉼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객실을 독립형 건물로 지었다. 국립공원을 보존하면서도 고급스러움으로 공간을 채웠다.
객실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무 그대로의 자연미와 절제된 선이 어우러지며 특유의 공간미를 품고 있었다. 차분한 안정감을 전달하는 내부 인테리어는 ‘젠(ZEN) 스타일’에 기반한다. 젠은 ‘선(禪)’을 뜻하는 불교 용어다. 내적 고요를 추구하기 위해 비움을 강조한다. 내부 인테리어는 여백의 미를 돋보일 수 있게 절제된 선으로 공간을 다듬었다. 정갈함과 편안함이 마음을 빼앗았다.
아만노이에는 총 31개의 독채 파빌리온이 있다. 전망에 따라 레이크 파빌리온, 마운틴 파빌리온, 오션 파빌리온이 된다. 파빌리온은 단독 파빌리온과 3~5곳의 파빌리온을 묶은 ‘레지던스’로 나뉜다. 레지던스는 개인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심에 전용 풀장과 라이브러리 겸 만남의 장소인 ‘리빙룸’을 갖췄다. 리빙룸에서 낮엔 업무를 했다가 밤에 일행과 와인을 마시며 밤을 보냈다.
셀럽의 숨겨진 비밀 별장, 아만노이
파빌리온끼리는 공간을 서로 간섭할 수 없도록 띄엄띄엄 배치했다. 그만큼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이곳은 특히 연인이나 부부가 머물기 좋다. 어둑어둑해지면 이 세상이 아닌듯한 별빛이 내려와 두 사람만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파빌리온 내부는 모두 동일한 콘셉트다. 거실과 침실을 분리했고 킹사이즈 침대, 소파, 회전이 가능한 TV, 책상, 무선 인터넷, 미니바,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췄다. 미니바는 주류를 제외하고 전부 무료다.
침대가 포근해 살펴보니 슈퍼리치 사이에서 인기라는 스웨덴 브랜드 ‘덕시아나’ 매트리스였다. 웬만한 차 한 대 값이라는 덕시아나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애용해 입소문을 탔다. 덕분에 이곳에선 끝없는 휴식과 숙면이 전부였다.
야외 데크로 이어지는 개방형 구조인 파빌리온과 빌라는 탁 트인 시야와 고요함이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하다. 아침마다 이곳에서 조식을 챙겨 먹었다.
모든 객실은 통유리로 개방감이 느껴졌다. 아침을 먹고 녹음이 가득한 욕조에 몸을 기대고 준비한 입욕제를 넣었다. 지나가는 다람쥐와 나무를 바라보며 숲멍은 필수다.
어메니티는 커플 여행객에 최적화했다. 세면대와 어메니티 보관함이 양쪽에 나뉘어있다. 자외선을 가릴 수 있는 챙이 넓은 모자와 야외 슬리퍼, 내부에 지퍼가 달린 에코백이 있었다. 어댑터, 바디용 선크림과 모기 기피제까지 갖춰져 있어 ‘진짜 몸만 와도 되는 곳이구나’ 싶었다.
비치된 소품은 센트럴 파빌리온 옆에 있는 기념품 숍이나 버틀러에게 문의해 구입할 수 있다. 벌레 기피제는 리조트 내에서 사용할 일이 없었다. 숲이 우거진 국립공원 안이라 이상기후로 폭염인 시내보다 기온이 낮았다. 최고의 휴식을 위해 의사까지 상주한다는 얘기에 마음이 한결 놓였다.
아만노이에는 식음업장이 두 곳이다. 로비 역할을 하는 센트럴 파빌리온에 메인 레스토랑과 비치클럽 레스토랑이다. 메인 레스토랑은 현지 어선이 당일 잡은 해산물과 제철 농산물을 활용해 신선했다. 이곳 의외의 인기 메뉴는 연유커피로 유명한 ‘카페 쓰어다(Ca phe sua da)’였다. 낮 더위로 지친 몸이 커피로 당 충전 완료다.
저녁 식사 이후 객실로 돌아오면 매일 밤 턴 다운 서비스와 함께 기념품이 침대에 올려 있다. 애정 어린 메시지와 선물 소개와 함께다. 전통 선물이라 받을 때마다 뜻깊다. 투숙객이 자는 방향까지 기억해 발 매트와 이불을 접어둔다. 들어와서 푹 쉬라는 세심한 서비스로 하루가 꽉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