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BMW 등과 손잡고 '충전 동맹' 결성…테슬라 독점 깨지나(종합)

김현 특파원 박형기 기자 2023. 7. 2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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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벤츠·혼다 등 7개사, 북미에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
최소 3만대 고출력 충전기 설치…테슬라, 2만2000여대 슈퍼차저보다 많아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 구축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을지로 센터원 E-pit’.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1.7.5/뉴스1

(워싱턴·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김현 특파원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테슬라의 '슈퍼차저'와 경쟁하기 위해 BMW, 제너럴모터스(GM),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와 함께 전기차 '충전 동맹'을 결성한다.

현대차와 기아, BMW, GM 등 7개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는 26일(현지시간)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북미 지역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충전할 수 있도록 시내와 고속도로에 최소 3만대의 고출력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 충전소는 모든 전기차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미국 표준인 CCS와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 커넥터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이들은 내년 여름에 첫 번째 충전소를 개소하고, 이후에는 캐나다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각 충전소에는 여러 대의 고출력 DC충전기가 설치되며, 충전 시스템에 대한 전력 공급은 재생에너지로만 이뤄질 계획이다.

이들은 충전소를 '플래그십(최고급) 충전소'라고 설명하면서 고속도로의 멋진 휴게소나 주유소처럼 추가적인 편의시설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충전소에 화장실과 음식 서비스, 소매점 등 편의시설 운영과 함께 가능한 장소에는 캐노피(지붕과 같은 덮개)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조인트벤처가 설립될 것으로 예상했고, 충전 네트워크 구축 계획은 초당적 인프라법에 따른 미국 정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보조금 프로그램(NEVI)의 요건을 충족해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들은 구체적인 투자 금액이나 충전소 숫자, 전체 네트워크 구축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에 대해선 세부사항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구체적인 투자금액 수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7개의 회사들은 조인트벤처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동등하게 노력할 것이다. 이같은 규모의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는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7개사가 조인트벤처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275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고속충전기 '슈퍼차저'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미 언론들은 7개사의 '충전 동맹' 구축에 대해 장거리 여행 때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잠재우면서 전기차 채택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는 8700곳 미만의 DC고속 충전소에 약 3만6000대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DC 고속 충전기는 20분~1시간내에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이는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 수시간이 걸리는 240볼트 '레벨2' 충전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일부 매체는 이번 조인트벤처의 각 충전소엔 10~20대의 충전기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며, 7개사가 3만대의 충전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최소 1500곳, 최대 3000곳의 충전소가 구축될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7개사가 발표한 수치만 놓고 보면 현재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보다 많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이번 7개사의 '충전 동맹'이 테슬라의 충전소 네트워크 독점을 깨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DOE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및 캐나다에 2050곳의 충전소와 2만2000대 이상의 고속충전기, 이른바 '슈퍼차저'를 보유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전기차 도입 정책에 적극적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7개사의 '충전 동맹' 결성을 환영하고 나섰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에서 "7개 메이저 자동차 회사의 이번 조인트벤처는 전기차 채택 증가에 부합하는 전국적인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조율된 노력을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2030년까지 도로에서 운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3000만∼4200만대의 플러그인(충전) 차량을 지원하려면 18만2000대의 DC 고속 충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이번 프로젝트 투자는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현대차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광범위한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다른 주주들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네트워크 구축은 전기차 판매에서 예상되는 엄청난 성장에 대한 대응이라며 "우리는 대규모 충전 네트워크가 모두를 위한 이동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메리 바라 GM CEO는 "GM은 고객이 사랑하는 전기차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친 충전 등에 투자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사람들은 더 나은 경험을 가질수록 전기차의 채택이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CEO는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도전"이라며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 기업적 경계를 넘어서는 속도다.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우리 고객의 삶을 더 쉽게 만드는 모든 것에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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