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인종차별 사건, A매치 출전정지 없이 마무리…"이중처벌"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 선수들의 'SNS 인종차별' 사건이 대한축구협회의 추가 징계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축구협회 공정위원회는 지난 25일 회의를 열어 프로축구연맹이 제출한 징계 결과 보고에 대해 원안대로 승인했습니다.

공정위는 또 가해 선수들에 대해 축구협회 차원의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울산 이규성과 이명재, 그리고 사건 뒤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으로 이적한 박용우는 지난달 22일 프로연맹이 내린 출장정지 1경기, 제재금 각 1천500만 원의 징계 외에 추가 징계를 받지 않게 됐습니다.

울산 구단에 대한 프로연맹의 제재금 3천만 원 징계 역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프로연맹의 징계 수위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인 가운데 축구협회 공정위가 국가대표 출전정지 등 추가 징계를 내릴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축구협회 공정위 규정의 '유형별 징계 기준'을 보면 '성, 국적, 인종 및 종교에 따른 차별' 행위를 한 선수에 대해서는 '출전정지 3개월 이상, 자격정지 2년 이하'의 징계를 내리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같은 사안에 대해 추가 징계를 내리는 건 도 넘은 '이중 처벌'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실제 축구협회 공정위 규정에는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협회와 회원단체 또는 회원단체들 간의 이중 처벌은 금지된다'는 내용도 있어 출전정지 규정과 상충한다고 볼 여지가 다분합니다.

축구협회 공정위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에 추가 징계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국가대표팀 경기 출전정지·자격정지 징계를 내려도 되는지 질의했습니다.

체육회는 '이중 처벌 금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국가대표팀 경기 출전정지, 자격정지 징계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체육회와 회원단체의 규정이 상이한 경우 반드시 체육회 규정을 따라야만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체육회 공정위가 정한 징계 종류에는 '국가대표에 한정한' 출전정지·자격정지 징계가 없습니다.

즉,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해서만 따로 출전정지 등 징계를 내리는 것은 체육회 징계 규정에 어긋나는 만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체육회의 판단이었습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축구협회 공정위는 국가대표 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리거나, 일정 기간 모든 대회에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체육회 규정이나 법리에 위배돼 그런 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축구협회 공정위가 할 수 있는 것은 프로연맹의 징계가 심히 부적절하거나 합리성을 결여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면서 "검토 결과 그렇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봤고, 프로연맹 결정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최종적으로 원안을 승인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우와 이명재, 이규성은 과거 전북 현대 소속으로 뛴 사살락 하이프라콘에 대해 SNS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울산 구단은 이들과 SNS상에서 문제의 대화를 나눴으나 프로연맹 징계를 피한 정승현에게만 자체적으로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리고,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에게는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

정희돈 기자 heedon@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