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놀이만 하던 때는 끝났죠”...배달앱까지 진출한 은행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비금융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뜰폰과 배달은 물론이고 부동산, 여행, 모빌리티, 교육,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분야가 다양해지고, 서비스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본업인 금융에 머물지 않고 비금융 서비스를 늘리며 ‘프로N잡러’의 길로 들어서는 이유는 ‘이자 장사’ 의존도를 낮추고, 하루에 몇번씩 접속하는 대중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목적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생활금융플랫폼 ‘하나머니’ 앱은 해외 여행 필수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앱과 연동된 해외 여행 특화카드 ‘트래블로그’가 환율 우대율 100% 적용과 환전·가맹점 수수료 무료를 비롯한 파격적인 혜택으로 2030세대에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외환 거래에 독보적인 노하우를 가진 하나은행의 역할이 크다. 하나은행이 성수동 카페거리에 이달 7일 문을 연 공항 컨셉의 팝업스토어 ‘성수국제공항’도 1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끌어모으며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하나은행은 야나두와 손잡고 교육·스포츠 플랫폼과 디지털금융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알뜰폰에 이어 부동산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최근 KB부동산 앱에서 개인 맞춤형 부동산 서비스 ‘내집내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용자가 거주 중인 아파트 단지와 동호수를 등록하면 KB시세와 전세와 매매 실거래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우리 집’ 인근 아파트 단지의 최신 실거래가도 제공하고, 관심 단지를 입력하면 새 매물이 나올 때 메시지를 보내준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내집내집에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를 걱정하는 임차인들을 위한 전세매물 서비스를 추가한다. 임차인이 안심하고 거래해도 되는 전셋집 여부를 진단해주고,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공공전세 정보도 조회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은 내집내집에 마이데이터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 등을 추가해 개인 부동산 종합 관리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세웠다.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도 순항하고 있다. 출시 1년만에 가입자가 17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 6월말 기준 240만명을 기록했다. 가맹점도 11만5000개로 1년 새 약 5배 늘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를 은행 앱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명장자리에 배치했다. ‘상생’을 내걸고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협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정상혁 은행장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전사적 관심을 당부할 정도로 힘을 주고 있다.
은행들은 ‘무주공산’인 디지털 지갑 시장도 접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국민은행은 최근 항공편명을 입력하면 인천공항 및 체크인카운터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주는 ‘패스트 인천공항’과 자동차 점검 서비스를 추가했다. 반려동물 등록증 서비스도 인기다.
신한은행 ‘쏠지갑’은 문서보관함과 결제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우리은행도 이달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과 조회가 가능한 ‘원더월렛’을 내놨다.
은행들이 비금융 서비스에 힘쓰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애플,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 장악력을 앞세워 금융 서비스를 늘리고 있어 은행들은 비금융 서비스에 진출해 맞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비금융 서비스를 통해 관련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면 금융 데이터와 결합해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신규 상품·서비스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금융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금융권 중 유일하게 지난 1분기부터 비금융 플랫폼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를 공개하고 있다. 6월말 비금융 플랫폼 MAU는 226만명으로 직전분기(187만명)대비 21% 늘었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사도 이제 비금융까지 아울러야 고객 중심의 플랫폼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비금융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면 비금융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진 회의에서 규제가 완화될 때를 대비해 이종산업간 결합 등 비금융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카페 절반이 채소밭인데도 사람 몰린다는 ‘이곳’ - 매일경제
- [단독] 유명 웹툰작가, 자폐 아들의 특수교사 ‘아동학대’로 신고 - 매일경제
- 더 강해진 3천만원대 포르쉐 킬러…‘정의선 승부수’, 현대차 아반떼N 출시 - 매일경제
- “밥 먹고 왔는데 무슨 일”...153만원, 50분 지나자 113만원 됐다 - 매일경제
- 신림 살인사건 용의자 33세 조선씨…“범행 잔인성 중대성 인정” - 매일경제
- 파월 ‘시장에 많은 힌트 주고 싶지 않아’ 모호한 발언 …뉴욕증시 낙폭 일부 만회 - 매일경제
- “애플도 이렇게는 못 만들 걸?”...폴더블 진화 이끄는 삼성전자 - 매일경제
- 미국, 기준금리 0.25%p 인상…올해 마지막 인상 될까 - 매일경제
- 플립5, 열지 않고도 카톡 전송 … 2배 커진 커버화면 '찐' 활용 - 매일경제
- 제일렌 브라운, 보스턴과 3억 400만$ 계약 연장...NBA 최대 규모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