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관재가 낳은 오송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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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는 관련 기관들이 제대로 대처하기만 했어도 14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제방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애당초 강물이 궁평지하차도로 들어오지 않았고, 침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49분 전인 오전 7시 51분쯤에는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주민의 119 신고가 접수됐고, 사고 발생 36분 전에도 침수 우려와 관련한 112 신고 2건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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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경찰, 소방 모두 손놓아
상식에 맞는 대응체계 구축해야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는 관련 기관들이 제대로 대처하기만 했어도 14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다른 대형 인명 사고와 달리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사건이기에 하는 말이다.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사례는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서 오송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로 규정된다.
이번 참사는 행복도시건설청의 미호천교 확장공사 과정에서 기존의 둑을 허물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이 1차적인 원인이 됐다. 임시제방은 법정 기준보다 낮고 견고하지 못했으며, 사고 직전에는 중장비를 동원해 모래를 긁어모아 쌓고 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장마철 폭우에 임시제방이 무너지지 않을 리 만무하다.
미호천교 사업 시행자인 행복청이 공사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호강을 관리하는 금강유역환경청도 임시제방이 부실하게 축조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제방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애당초 강물이 궁평지하차도로 들어오지 않았고, 침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본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백해진다.
참사 당일인 지난 7월 15일 오전 관련 기관들의 재난 대응 과정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사고 당일 새벽부터 아침 출근 시간 사고 직전까지 수많은 징후가 있었다. 오전 4시 10분부터 오전 8시 40분까지 4시간 30분 동안은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는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금강홍수통제소는 당일 오전 4시 10분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곧바로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76개 기관에 통보문을 발송했다. 오전 6시 34분에는 청주 흥덕구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민대피까지 요청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49분 전인 오전 7시 51분쯤에는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주민의 119 신고가 접수됐고, 사고 발생 36분 전에도 침수 우려와 관련한 112 신고 2건이 접수됐다. 오전 7시 58분쯤에는 궁평 지하차도의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경찰 상황실에 접수됐지만 즉각적인 출동은 없었다. 오송 참사 관할 경찰서인 흥덕경찰서는 순찰차가 사고현장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확인도 없이 '도착 종결'로 처리했다.
결국 사고 직전까지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지만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충북소방본부, 충북경찰청, 흥덕경찰서 등 관련 기관들은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충북도는 지하차도 중심부의 수위가 50cm가 되지 않아 교통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닥다리 매뉴얼을 갖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충북지사와 청주시장이 사고 발생 1시간 후, 흥덕경찰서장이 1시간 20분 뒤에 보고를 받은 것도 문제다. 재난에 대응하는 지휘체계나 보고체계가 거의 마비 수준인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에서부터 기초자치단체, 경찰과 소방당국 모두 하는 척 시늉만 하고 뒷짐을 지고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고도 국민의 공복(公僕)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오송 참사는 대한국민 재난관리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미호강 제방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교통통제만 제대로 했어도 궁평지하차도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사상자들이 침수 지하차도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대한민국 재난시스템은 완전히 멈춤 상태였다. 공무원들의 탁상행정과 복지부동을 뿌리 뽑고, 상식에 맞는 재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제2의 오송 참사를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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