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용했던 관습도로 하루아침에 '길막'…공장 10여곳 문 닫을 판

청주 현도면…토지주 땅 살 것 요구
업체들 가처분 신청 예정…시 "해결해줄 방법 없다"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과거 20년 넘게 관습도로로 사용한 땅을 소유자가 하루아침에 막아버려 중소기업 10여 곳이 공장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중삼리 일원 몇 필지를 공매로 낙찰받은 A씨 등은 재산권을 행사하겠다며 지난달 말부터 이곳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컨테이너 상자를 가져다 놨다.

여기는 사유지였지만, 이전 토지 소유자로부터 사용승낙을 받고 중소기업 17개 업체가 진출입로로 사용한 땅이다.

이전 소유자가 사망한 뒤 땅이 공매에 나오자 A씨를 비롯해 몇몇이 이를 최저입찰가보다 2배 많은 돈을 내고 사들였다. 이어 이 땅을 진출입로로 사용하는 업체에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까지 값을 부르면서 땅을 사도록 요구했다.

업체 13곳에서는 너무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요구한다는 판단에 매입을 거부했다. 그러자 A씨 등은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도록 '알박기'를 한 것이다.

땅 초입을 통제하며 땅값을 낸 업체 몇 곳에 한해 철조망 출입문을 열어주고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진출입로로 사용했던 땅이 막히자 업체는 자재 반입은 물론 완제품도 출하하지 못하는 지경에 놓였다.

업체 요구에 최근 A씨 등은 일주일간 땅 일부를 개방해 통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역시 승용차나 소규모 화물차 정도만 이동할 수 있어 대형차량 통행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그러자 업체마다 인근 지방도(시목외천로)에 대형 화물차를 세운 뒤 도로 위에서 지게차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위험천만한 일까지 벌이고 있다.

한 업체는 차량 이동이 불가능해지자 물건을 납품할 회사 소유의 대형 화물차를 공장 마당에 그냥 세워두고 있다.

이 문제의 땅 말고도 공장을 진출입할 수 있는 사유지인 농로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 역시 트랙터를 가져다 막아버렸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정에 밝은 전·현직 이장은 물론 전직 면장까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진출입로를 해결해주겠다고 하면서 혼자 공매에 참여해 낙찰받더니 결국 땅을 막아버렸다"라며 "어느 정도 납득할 정도면 모르겠으나 많게는 10배가량 땅값을 부르고, 추가 비용까지 내라고 하니 영세 업체는 여력이 없다"고 했다.

업체 10여 곳은 조만간 경찰에 A씨 등을 통행방해로 고소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할 예정이다.

이를 중재할 청주시도 뾰족한 수는 없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사인 간 문제로 시가 개입해 해결해 줄 방법이 없다"라며 "대체도로를 개설하려 해도 짧게는 3년 정도 걸려 그동안 업체는 버티지 못하고 폐업할 수 있어 차선책으로도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절대 과도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비용을 보태 땅값을 제시한 것이지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라며 "업체와 언제든지 땅 매매 문제를 협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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