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류승완이 원하는 액션이란

손정빈 기자 2023. 7. 2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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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이후 2년 만에 '밀수'로 복귀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액션 선봬
"스타일보단 액션에 담긴 감정이 중요"
"수중 액션 아쉬운 거 없어 최선 다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액션 스타일은 둘째 문제입니다. 중요한 건 그 액션이 어떤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느냐죠."

류승완(50) 감독은 "저는 제가 액션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액션이라는 게 무엇인지 그 개념은 다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그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1970~80년대 할리우드 액션영화, 1980년대 홍콩 액션영화도 액션이지만, 버스터 키턴이나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도 액션이고, 강렬한 심리적 작용이 중요한 스릴러 영화도 액션이며, 코미디 영화 역시 액션이라고 했다. "'A와 B가 싸운다'라는 것만 액션이 아니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면서 다리를 꼬는 것도 액션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움직임 그 자체가 액션이고 영화의 본질이니까요."

류 감독이 '모가디슈' 이후 2년만에 새 영화 '밀수'로 돌아왔다. 이 작품이 개봉한 지난 26일 류 감독을 만나 액션의 의미에 관해 물었더니 '액션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답변이 잠깐 망설임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자신을 액션영화 감독으로 규정하면서 좋은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액션 스타일은 어떤 각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 중요한 건 액션으로 어떤 심리적 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라고 했다.


"아무리 거대한 액션이라도 어떤 감정적 작용도 일으키지 못하는가 하면 침을 한 번 뱉거나 손가락질 하나로도 충격을 주는 액션이 있어요. 제 고민이 바로 그겁니다. 제 액션에 희노애락 같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느냐, 라는 거죠."

'밀수'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바닷마을에서 해녀들이 밀수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가 그리는 밀수의 핵심은 바다에 던져놓은 밀수품 상자를 해녀들이 끄집어 올린다는 것. 이 설정을 축으로 삼은 이 작품 시종일관 경쾌하고 산뜻하게 전진하다가 해녀들이 모두 함께 뛰어드는 바닷속 액션이라는 클라이막스에 다다른다. 이 느릿하게 우아한 수중 액션은 어떤 영화에서도 구현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일단 그 형식이 새롭다. 중력이 작용하는 물 밖에선 완력 차이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이런 역학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물 속에서 남성들을 제압한다는 점에서 여성 서사를 완성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주인공 진숙(염정아)과 춘자(김혜수)가 물 속에서 위아래로 크로스하는 모습은 시각적 쾌감을 주기도 한다. '밀수'의 액션은 한 마디로 류 감독이 스스로 말한 좋은 액션의 많은 부분을 충족한다.


"1970년대에 실제로 벌어진 해상 밀수에 해녀들이 가담했다는 얘기, 과거 부산에서 밀수가 횡행할 때 이 범죄에 휘말린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 시나리오로 개발될 때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연출할 생각은 없었죠. 그 이후에 나온 각본을 봤는데 재밌겠더라고요. 못 봤던 장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연출하기로 한 거죠."

류 감독이 "못 봤던 장면"이라고 말한 게 바로 수중 액션이다. 물론 '밀수' 이전에 다른 영화들에 수중 액션이라는 게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장비를 사용해 바다 안에서 움직인다든가 그게 아니라면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밀수'에서처럼 인물들이 맨몸으로, 비무장한 상태로 펼치는 액션은 없었다. 생각한 걸 구현해낼 수만 있다면 새로운 게 나올 거라고 류 감독은 확신했다.

"아무리 잘 훈련받은 여성이라고 해도 남성 마초들을 제압하는 건 좀 부자연스러운 게 있어요. 하지만 그게 물 속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던 겁니다. 그리고 물 밖에선 중력 작용 때문에 구사하지 못한 카메라 움직임을 물 안에서는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서 진숙과 춘자가 크로스하는 건 물 밖에선 불가능한 장면이잖아요. 그런 걸 찍을 때 짜릿했죠."


'밀수'의 수중 액션에 아쉬운 건 거의 없다고 했다. "능력 안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했어요." 수중 액션을 실제 바다에서 찍는 건 불가능했다. 대신 수심 6m 대형 수조에 수중 환경을 재현했다. 모든 게 처음이라 해초 하나 세워놓는 것도 쉽지 않았다. 완벽하게 카메라 앵글을 잡아놔도 배우들이 물 속에 들어오면 소품들이 움직이면서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배우들이 물 속에서 연기할 수 있는 상태인지 반복해서 체크해야 했고, 체력적인 부담이 오면 회복 후에 촬영에 들어가야 했다.

"체력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었어요. 저희가 그런 얘기도 했어요. 이 액션을 하느니 다른 걸 하는 게 낫겠다고요. 그래도 이렇게 하나 씩 노하우가 쌓여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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