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역전세난도 완화…전세시장, 3년 만에 한숨 돌리나
임대차법 후유증에 휘청…당분간 안정화 전망
가격 급등과 급락을 오가며 역전세난 등의 부작용이 우려됐던 전세 시장이 이제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 정부에서 시행한 임대차 2법 등으로 시장이 휘청였지만 대내외 환경 변화와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우려만큼의 혼란은 피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법 개정으로 인한 부작용은 주로 시행 초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컸던 만큼 이제는 안정적인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다만 전셋값 급등락에 따른 문제점 등은 재발할 여지가 있어 전세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책은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셋값 급락에 '역전세 공포'…수요 재유입되며 둔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6월 전달보다 0.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전셋값 변동률이 -3.65%로 최대 폭을 기록한 뒤 올해 들어 지속해 하락세가 완화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6월 전세가격 변동률이 0.12%로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 반 만에 상승 전환했다.
그간 시장에서는 전셋값 급락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전세가격이 빠르게 떨어진 데다가 수요도 급감하면서 기존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특히 지난 2021년 전셋값이 급등했을 당시 계약한 매물들이 올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만료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컸다. 정부도 이런 지적에 전세보증금 반환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관련 기사: 집주인 '전세금 반환 대출'…DSR 대신 'DTI 60%' 적용(7월 4일)
하지만 최근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상 속도가 잦아들고 전셋값도 어느 정도 떨어졌다는 인식에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영향이다. 빌라나 오피스텔의 경우 여전히 기피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는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확연하게 사그라졌다는 평가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전세 비중은 지난해 12월 47.7%로 최저점을 찍었다가 최근 들어서는 60% 이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달에는 전세 거래 비중이 64.1%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이 떨어진 데다가 금리에 대한 부담이 낮아지고, 또 월세가 올라가면서 전세 시장에 수요가 다시 유입될 만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급등→급락' 롤러코스터…이제 안정화(?)할까
최근의 역전세난 우려를 불러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지난 정부에서 시행한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이 꼽힌다. 지난 2020년 첫 시행 당시 집주인들이 향후 4년간 전세보증금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미리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저금리와 전세대출 활성화 등이 맞물리면서 전셋값 급등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지난해의 경우 '8월 전세대란' 설로 시장이 떠들썩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은 임대차 2법 도입 2년째를 맞는 시기였다. 이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한번 쓴 세입자들이 밀려나면서 전세수요가 급증하고 집주인들은 향후 4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받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전세의 월세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며 전셋값도 급락했다. 이후 시장은 다시 역전세난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혼란이 나타났던 것은 대대적인 법 개정으로 나타난 후유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이 제도가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했고 주택 시장 연착륙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큰 부작용은 나타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미 전셋값이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졌고, 금리 불확실성도 줄었기 때문에 전세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만한 요인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며 "전세 시장은 당분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분위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의 집값 흐름 등을 보면 올해 가을에는 전세 가격 하락 폭이 더욱 둔화하거나 바닥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대차 2법으로 인한 영향은 이미 법 시행 초기에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앞으로 주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임대차법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전세 제도 자체의 한계에 따른 부작용의 가능성은 여전한 만큼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올해 하반기 이런 방안을 본격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 5월 간담회에서 "(임대차 3법 개정 논의를) 올해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임대차 시장 문제를 분석하고 복기해서 현재 수준에서 현실성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 가장 근본적 제도 대안을 내놓을 때가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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