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미소' 손흥민, 싱가포르서 증명한 '포스테코글루 공격축구' 선봉장... "득점왕 다시 도전"
[OSEN=우충원 기자] 밝게 웃는 손흥민(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펼치는 공격축구의 핵심이었다. 득점왕에 다시 오르겠다는 의지도 분명하게 나타난 친선경기였다.
토트넘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싱가포르)와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 친선경기서 5-1의 대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히샬리송이 후반에만 해트티릭을 작성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 데얀 쿨루셉스키, 제임스 매디슨, 이브 비수마, 파페 사르, 테스티니 우도지, 벤 데이비스, 세르히오 로메로, 페드로 포로, 굴리엘모 비카리오와 함께 베스트 11로 출격했다.
손흥민은 18일 호주 퍼스에서 치른 웨스트햄전에서 컨디션 문제로 출전하지 않았다. 23일 레스터 시티전 손흥민 선발이 예고됐으나 경기가 취소됐다. 라이언 시티전은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새로 부임한 뒤 손흥민이 출전하는 첫 경기였다.
라이언 시티를 상대로 손흥민은 골과 도움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밝은 얼굴로 경기를 펼쳤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0골-6도움, 공식전 14골-6도움을 기록했다. 그 덕분에 그는 PL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과 7시즌 연속 20개 이상 공격 포인트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에는 브라이튼을 상대로 환상적인 감아차기 득점을 터트리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PL 통산 100골 고지를 밟기도 했다.
결코 비판받을 성적은 아니었다. 여느 선수라면 생애 최고의 성적인 '커리어 하이'에 가까운 수치였다. 지난 시즌 손흥민보다 PL에서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단 14명뿐이었다. 다른 이가 아닌 손흥민이기에 부진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뿐이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시즌 내내 비판에 시달렸다. 그는 2022-2023시즌 PL 23골-7도움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올랐기에 팬들의 기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 잠시 주춤하자 이제 손흥민은 예전처럼 활약할 수 없을 것이란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했다.
경기를 앞두고 손흥민은 풋볼런던에 게재된 인터뷰서 "부상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부상이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리그 중 하나다. 심지어 100% 컨디션으로 있어도 힘든데, 60%나 70% 정도 밖에 발휘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정말 치명적일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외부에 말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만 나는 완전히 달랐다. 사람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프로 축구 선수 누구나 크든 작든 통증을 안고 산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시즌 내내 ‘와, 통증 없이 100%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느끼며 경기에 임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한 시즌에 한두 경기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스포츠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들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저에게 중요하지 않다. 결정은 내가 내리고 경기도 내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매 경기마다 그랬지만 솔직히 말해서 시즌 마지막 경기는 정말 고통스러웠다. 리즈전에서는 정말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스태프를 보고 한 경기가 더 남았으니 당장 수술을 하러가자고 말할 수는 없었다. 눈을 감고 제발 이 경기만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운 좋게도 우리가 이겼다”라고 말했다.
또 사우스햄튼과 경기서 무승부를 거둔 후 선수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며 “서로 도우려하지 않고, 마음을 쏟지 않는다”고 한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에 대해서는 “경기 후 감정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일 뿐”이라고 두둔했다.
손흥민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나쁜 말은 할 수 없다. 내가 훨씬 더 잘했어야 했다"면서 "2년 전에 골든 부트를 받았기에 기대가 컸다. 팀은 어려운 순간에 다른 방식으로 나를 필요로 했다. 따라서 통증과 상관 없이 활약을 펼치지 못해 여전히 콘테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프리시즌 투어에서 밝은 얼굴로 손흥민이 경기를 하는 동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를 다양한 스타일로 공격 작업을 하게 만들었다.
상대가 워낙 약체이고 경기력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 투어에서도 전술적인 움직임 보다는 한국팬들에게 토트넘을 알리는 경기였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단은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의 경기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확실히 손흥민의 장점을 알고 있었다. 손흥민은 공격적인 역할에서 빛을 볼 수 있는 선수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셀틱 시절부터 윙포워드에게 굉장히 넓게 뛰도록 요구했다. 상대 풀백을 끌어내서 수비진의 좌우 간격을 벌리기 위함이었다.
손흥민한테도 똑같은 지시를 내렸다. 전반 3분에 나온 장면이 대표적이다. 손흥민이 터치 라인에서 상대 풀백을 끌어당기자 빈 공간으로 바로 데스티니 우도지가 침투했다. 라이언 시티 수비진은 흔들렸고, 이는 해리 케인의 득점 기회로 연결됐다. 손흥민을 폭넓게 사용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상대팀 감독으로 손흥민을 경험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알고 있었다. 그를 다시 득점왕으로 오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윙포워드인 손흥민에게 조금은 자유를 부여했다. 우도지가 공격적인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에 때로는 손흥민은 중앙지향적인 동선을 가져갔다. 때로는 케인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토트넘은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과는 다른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역시 손흥민은 그 중심에 있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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