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열 국민은행 도쿄지점장 "대출 5년만에 8배↑… 연내 10억달러"
[편집자주]한·일 관계가 해빙무드에 접어들면서 양국의 경제협력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보수적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금융시장이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오사카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캐시리스 결제 비중을 40%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걸었고 역대급 엔저에 일본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의 '피난처'로 급부상했다. 디지털금융을 무기로 내세운 한국 금융회사는 열도에서 선진 금융 서비스 제공에 박차를 가한다. '외국계 은행의 무덤'으로 불리는 도쿄에서 금융 주역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K-금융의 위상을 높인다. 6월말 35도를 웃도는 도쿄의 무더위 속에서 K-금융의 경쟁력을 높이는 이들을 만났다.
⑧ 김인열 KB국민은행 도쿄지점장 "대출 5년만에 8배↑… 연내 10억달러"
⑨ "아따라시이 깅유" SBJ은행, 한국계 유일한 일본법인… 주택론 강화
⑩ 정봉규 하나은행 도쿄지점장 "韓 금융사 최초 영업점 강점, 열도 리테일 시장 공략"
일본 도쿄의 사무실 밀집 지역인 신바시. 히비야 다이비루 빌딩 14층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도쿄지점이 일본 투자금융(IB)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계 은행 영업점이 건물 1~2층에 위치한 데 반해 국민은행 도쿄지점이 14층에 문을 연 이유는 IB전문 영업점이기 때문이다.
2016년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 한국계 은행은 조달금리 대비 낮은 대출금리 등 리테일(소매금융) 영업의 한계에 직면했고 비즈니스 모델을 IB사업으로 전환했다.
지난 6월27일 이른 아침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만난 김인열 지점장은 2013년 도쿄지점 부지점장을 역임, 약 10년간 도쿄에서 생활한 일본 전문가다. 일본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오랜 저금리를 경험한 김 지점장은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찾아 IB 비즈니스를 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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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기준 1억1800만달러였던 대출 자산은 지난해 9억900만달러로 5년 만에 약 8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20만달러에서 790만달러로 3.6배 늘었다. 도쿄지점은 연내 대출금을 10억달러 이상 달성하고 예수금은 지난해 말 2억2500만달러에서 올해 말 3억달러 규모로 7500만달러 증대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영업은 대부분 대기업과 대기업 관계사 등 기업금융과 신디케이션론 등으로 대부분 순이익이 CIB영업에서 나온다. 자산 성장과 수익 증대에 따라 도쿄지점 직원 수는 2018년 15명에서 올 6월 기준 총 19명으로 늘어났다. 본국 직원 5명과 현지 직원 14명으로 구성됐으며 올해 중 3명의 현지직원 입사가 내정됐다.
김 지점장은 "7월 초 2명 입사 예정 등 연내 22명까지 증원할 예정으로 향후 현지직원 위주의 현지화를 위해 외형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B국민은행 도쿄지점은 2021년 3명이었던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 인력도 확충해 현재 5명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현지 외부 전문기관(변호사·회계사 등)과 연계하는 등 내부통제 경쟁력과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도쿄지점을 필두로 일본 IB 사업, 요양산업 관련 금융서비스 등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8일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도쿄 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를 찾아 요양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서울 여의도 본점 신관에서 일본 솜포홀딩스의 사쿠라다 켄고 회장과 두번째 만남을 가지며 IoT(사물 인터넷) 기반의 데이터를 수집해 고객들에게 맞춤형 요양 서비스를 양 사가 공동으로 제공하는 방안 등 다양한 영역의 전략적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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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점장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IB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 항공기 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싱, 인수금융 등을 중심으로 영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점은 일본 내 금융공동망에 가입돼 있지 않고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대고객의 저원가성 예금보다 기관예금을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예대마진은 일본계 은행 대비 열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지점장은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일본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사, 리테일 사업을 운영 중인 기업, 연예기획사, 음식료업 등 한국 기업들은 현지 일본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현지화에 성공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출구 전략은 '일본계 은행보다 신속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니즈에 맞게 상품을 구조화해 거래를 제안하자'는 것이다. 김 지점장은 "기업의 사업모델과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현지 법령을 검토 후 내부규정이 미비한 경우 본부 유관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지침과 매뉴얼을 개정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회상했다.
도쿄지점을 함께 일구는 직원들과 협업도 강조했다. 김 지점장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지점 인력이 감염되면 지점을 폐쇄하고 DR센터(재해복구센터)를 운영하게 돼 정상 영업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직원이 인식하고 불필요한 외출이나 외식을 스스로 지양하고 각자 도시락을 준비해 휴게실이나 회의실에서 혼자 점심 식사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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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차장은 도쿄지점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점이 보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계 은행에 입행했으면 창구에만 앉아 한정된 업무만 했을 텐데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선 다양한 업무를 맡아 보다 방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입행했을 당시만 해도 일본에선 한국계 은행에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의아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한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계 은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도쿄(일본)=이남의, 박슬기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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