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신분보장에 소극적 문화 팽배…적극행정에 파격적 인센티브 필요
'복지부동' 원인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동기 부족'
[편집자주] 공직사회가 낙후된 민간조직의 문화를 이끌고 사회 전반에서 개혁을 주도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민간의 경쟁력이 공직사회를 앞서나가며 공직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공직사회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5회에 걸쳐 싣는다.
(부산=뉴스1) 손연우 권영지 기자 = 공무원조직은 사회를 지키는 중요한 버팀목으로서 국민의 삶 깊숙이 들어가 공공의 이익 실현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조직 내 깊이 뿌리내린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 보장된 임기, 실력과 성과보다는 출신, 학벌 등의 인맥과 내부 정치에 의한 승진 문화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국민에게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질타를 받는 대상이 되고 있다.
시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하기보다 복지부동하며 현상을 유지하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일례로 상습 침수지역인 부산 송도해수욕장 일대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해 상가 건물과 엘리베이터 침수 등 큰 피해(입주민 추산 180억원)가 발생했다.
서구청측은 이안제(해면측에 해안선과 평행으로 설치하는 방파제) 설치 예산으로 24억원을 책정했지만 행정절차 지연을 이유로 현재까지 삽도 뜨지 않았다.
부산추모공원은 15년째 무허가로 증축·개조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사실은 올해 초쯤 밝혀졌지만 부산시설공단은 현재까지도 버젓이 불법으로 운영 중이다.
지방을 태우거나 향·초 등을 피우는 시설이기 때문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측은 2008년부터 순차적으로 스티로폼 패널 등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자재를 사용해 제례방과 휴게실을 만들고 허가없이 각 방의 바닥에 열선과 간이 문을 설치했다.
시는 부산시설공단과 위탁 계약을 맺고 연 40억원의 예산 지원과 함께 시설 관리감독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 불법 증축에 대해서는 한번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곳 역시 행정절차가 오래 걸린다는 입장이다.
복잡한 행정절차가 업무 지연의 원인이라고 내세우는 공무원의 입장에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 곳곳에서 적극행정을 통해 국민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낸 사례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부산 사하구 승학1지구와 북구 구포4지구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낙석사고가 발생했다. 시민이나 차량 이동 과정에서 2차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자 당시 사하구와 북구 관계자들은 곧바로 붕괴위험지역 지정·고시 절차를 거쳐 그해 정비사업을 시작·완료했다. 특히 승학1지구는 시비와 구비뿐만 아니라 국비도 투입시켜 신속히 대처했다.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구청 관계자는 "보통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떤 과에서 처리할지 말지 미루는 경우가 태반이다. 내부적으로 합심이 잘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기를 원하지 않거나 행정개혁에 반드시 동참해야 할 동기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결과가 나쁘거나 이익이 결여되면 개혁에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무현 상지대 교수는 최근 '지능형 정부를 선도하는 적극행정포럼'을 통해 적극행정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개인적 요인, 제도적요인, 조직적 요인, 공직내부의 환경적 요인, 공직외부의 환경적 요인으로 나눠 제시했다.
개인적 요인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27%)과 개인적 동기 및 유인 부족(24%) 등을, 제도적 요인은 부정확한 제도 및 절차(24%), 경직적 적법절차 준수 강요(18%) 등을 꼽았다.
조직적 요인은 통제·적발위주의 감사·평가 운영(20%)과 부서이기주의 및 책임회피(20%) 등을, 공직내부의 환경적 요인은 조직적 책임의식 부족(20%)과 신분보장에 따른 소극적 문화 팽배(28%) 등이 있다고 봤다. 공직외부의 환경적 요인은 정치의 지나친 행정통제(20%)와 다원화된 이해관계와 요구(18%) 등을 들었다.
우윤석 숭실대 교수는 "공무원들은 협업을 단순히 업무협의나 회의체에 참여하는 것으로 본다. 협업은 최소한 업무를 공유하는 협동, 나아가 결과와 책임을 공유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직 문화는 타 기관이나 부서와 업무나 책임을 나누는 데 있어 굉장히 경직돼 있다. 인사혁신처 등에서 타 부처와의 협업수준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성과창출에 기여한 정도를 업무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무현 상지대 교수는 "적극행정 면책제도 등은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일을 하다가 잘못되더라도 면책을 해주거나 징계를 유예해주는 등의 제도적 인프라다. 적극행정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누군가 박수를 쳐준다는 것은 적극행정을 위한 큰 동력이 된다. 특별 승진이나 승급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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