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 판소리가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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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을 발견당해왔다.
'범 내려온다'가 실린 정규 1집을 비롯 이날치는 자신들이 잘하는 걸 잘해왔을 뿐이다.
이날치는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공공(세종문화회관), 민간(LG아트센터)을 가리지 않고 이날치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판소리·대중음악의 상대적인 우열관계를 나누지 않고 비트와 멜로디의 작용과 반작용 가운데 서사적 덩어리의 미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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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5일 세종S씨어터서 신작 공연 '히히하하'
"2집으로 가는 징검다리"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새로움을 발견당해왔다.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행보가 그렇다. '범 내려온다'가 실린 정규 1집을 비롯 이날치는 자신들이 잘하는 걸 잘해왔을 뿐이다. 세상의 떠들썩함에도 판소리 명창 이경숙(1820~1892)이 줄타기하듯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경숙이 젊은 시절, 날치 같이 날쌔게 줄을 잘 탄다고 해서 얻은 예명이 '날치'. 이날치는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세종문화회관의 세종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3'의 하나로 이날치가 내달 3~5일 세종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히히하하' 역시 기존 대중음악을 따르지 않는 패턴의 고유성이 각인될 자리다. 공공(세종문화회관), 민간(LG아트센터)을 가리지 않고 이날치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판소리·대중음악의 상대적인 우열관계를 나누지 않고 비트와 멜로디의 작용과 반작용 가운데 서사적 덩어리의 미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특정 가치를 부각하지 않고, 음악의 어떤 요소도 소외시키지 않는 이날치의 정서적 맥락도 기억해야 한다.
1집을 중심으로 2집에 실릴 곡들이 섞여 들어갈 이번 무대는 음악감독 장영규가 여전히 중심을 잡는 가운데 새로운 보컬 전효정이 합류한 이후 국내에서 여는 첫 단독 공연이다. 특히 스탠딩 공연이라 눈치 볼 필요도 없이 그루브에 몸만 맡기면 된다.
전효정은 2012년 박찬욱·박찬경 감독이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와 손잡고 선보인 단편 '청출어람'에서 득음 연습을 위해 산을 찾은 스승 역을 맡은 송강호의 제자 역으로 출연하는 등 10년 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주목을 받아온 루키다. 팀에 싱그러운 에너지를 부여하고 있다. 이날치 원년 보컬인 안이호·권송희 그리고 전효정 세 소리꾼을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최근 독일·덴마크·슬로바키아 3개국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셨습니다. 작년에도 유럽 투어를 도셨잖아요.
"올해가 (엔데믹 이후) 본격적인 페스티벌이라서 좀 더 생동감이 있었다고 할까요. 극장이 아닌 야외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이니까 즐기러 오신 분들의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더라고요."(안이호)
"이날치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오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편견 없이 모두 신나게 잘 들어주셔서 우리 음악의 가능성에 대해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어요."(권송희)
-효정 씨도 이번 페스티벌에 함께 하셨는데 팀엔 언제 합류하신 건가요? 축제는 어땠나요?
"올해 2월에 이태원 공연 때부터 정식으로 시작을 하게 됐어요. 장영규 감독님은 박찬욱 감독님의 단편 '일장춘몽'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됐는데 그 이후 이날치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놀랐어요. 급박하게 상황이 몰아치는 걸 원동력 삼아 움직이는 편이라 축제는 재밌었어요. 물론 선배님들 따라가느라 급급한 편도 있었지만, 많이 도와주셨습니다."(전효정)
"개개인의 에너지가 다르잖아요. 저희도 효정 씨의 에너지에 적응하는 중이에요. 피드백을 받다 보면, 다른 에너지가 보여요. 새로 들어온 사람이 안 보이고, 기존에 있던 사람도 안 보이면 그게 가장 답답하잖아요."(안이호)
-서로가 잘 보인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노래를 만들 때 목소리가 얹혀지고 섞이고 붙었다 떨어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판소리가 혼자서 쭉 부른다면 이날치의 보컬은 구조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특징이죠. 효정 씨의 음색이 기존 보컬과 다르니까 계산을 하게 됩니다. 기존엔 확 쏟아부었다면 이번엔 다른 균형을 위해 소리를 줄인다거나 기다렸다가 부른다거나 그런 시도를 하고 있어요."(안이호)
-효정 씨는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재밌나요?
"이런 작업 자체가 처음이었다 보니까 한 목소리처럼 내야 하는, 보컬의 균형에 대한 작업 자체가 어려웠어요. 서양과 동양의 결이 다른 리듬이 뭉쳤을 때의 미묘함도 처음엔 찾기가 어려웠죠. 선배님들이 알려주셔서 새로 발견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전효정)
-바깥에서 보던 이날치와 그 안에서 보는 이날치는 다른가요?
"원래부터 이날치의 팬이었어요. 팬으로서 기대치가 있잖아요. 연습에서 어떻게 하시나 궁금하기도 했죠. 그런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이런 분들과 제가 같이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처음에 작아졌어요. 대단하신 분들과 같이 하게 돼서요. 기존 멤버분들이 하신 방식이 제게 안 맞을 경우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현재 제게 주어진 과제예요. 할 때마다 챌린지죠."(전효정)
"그런 부분은 저희에게도 숙제예요. 효정 씨가 갖고 있는 에너지로 할 수 있는 것과 이전에 같이 해온 사람들과 할 수 있는 건 달라요. 저희가 해온 걸 무조건 카피하는 것이 효정 씨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가, 그건 또 아니죠. 그럼에도 기존에 만들어 놓은 틀거리는 분명 있죠. 아직까지는 줄 타기를 하는 느낌이에요. 효정 씨도 보여야 하고 기존 구조적 틀도 잘 살려야 하니까요."(안이호)
-송희 씨, 이호 씨를 보면 이날치 외에 다른 프로젝트를 잘 병행하고 있어요. 이날치처럼 줄을 잘 타면서 투 트랙을 잘 병행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사실 이날치를 하게 되면서 투 트랙을 갈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육아도 해야 하고, 이날치에만 몰입에도 시간이 빠듯하거든요. 무엇보다 이날치 활동 따로, 소리꾼 영역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리꾼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고 활동에서 경계를 짓거나 하지 않죠. (워킹맘으로서 육아를 병행하면서 활동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묻자) 남편, 친정엄마 등 주변 분들 덕분이에요. 투어 가기 전엔 사전 조율을 치밀하게 하죠. 유럽 투어를 갈 때는 제가 한 달 정도 집을 비워야 하잖아요."(권송희)
-이호 씨는 최근 국립창극단 '절창Ⅲ' 등의 작업에 참여하시면서도 호평을 들으셨어요.
"멤버들의 배려 덕분이에요. 그리고 송희 씨가 좋은 얘기를 했는데 저도 투트랙이라고 생각 안 해요. 이날치의 음악이 결과적으로는 판소리라고 할 수 없어요. 다른 음악이기는 하죠. 하지만 이날치 보컬로서 판소리를 잘하는 건 중요한 부분이에요. 이날치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판소리가 중요한 요소이거든요. 그 중요한 요소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에 대한 깊이를 유지하고 기량적으로 더 확장하는 건 필요한 일이죠. 다른 프로젝트 활동은 이날치 보컬이라는 안이호가 가지고 있는 걸 더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물론 이날치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전제죠."(안이호)
-이날치 작업의 또 다른 특징은 음반 작업 과정 등이 공연 등을 통해 공유된다는 겁니다. 1집 '수궁가'도 그런 과정을 거쳤잖아요?
"처음에 공연을 하다가 '어? 재밌네. 더 해볼까'라는 생각에 밴드가 됐고 밴드가 돼서 '어?' 하다가 음반을 냈죠. 하하. 제가 다른 밴드들의 작업 과정을 겪어본 적은 없고 극 작업을 마무리한 뒤 극장에서 보여주는 것과 비슷할까라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저희의 연습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외부에서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고마워요. 물론 관객분들이 준비해가는 과정 자체를 봐주시는 거라 긴장감이 있지만 그 과정 덕분에 소위 창작자로서 감각의 결이 더 날카로워지는 건 분명 있어요. 관객분들의 반응을 바로 느끼면서 '이 노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민을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할 수 있는 거죠."(안이호)
"관객이 저희 신곡에 대한 정보를 없이 접하다 보니까, 더 반응을 즉각적으로 해주세요. 그래서 곡의 매력을 저희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그런 부분들을 통해 앨범을 내기 전까지 연습이 많이 돼 있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좋아요."(권송희)
-'히히하하'라는 제목은 지난해 공연에서 선보였던 신곡 제목 중 하나인데, 그 공연이 발전된 형태인가요? 새로 나올 2집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시나요?
"지난 공연에선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천문학자 이야기에 대해 박정희 연출님과 함께 작업을 했어요. 저희가 기존 다섯 바탕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한 건, 지금 대중의 피부에 더 와닿는 소재이기를 바랐기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천문학자 이야기를 '우리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라는 물음표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긴 고민을 하다가 아쉽지만 미흡하고 어설프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작품을 이어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결론을 내렸어요."(안이호)
-열심히 준비 해온 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용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나올 2집은 저희가 직접 쓴 가사들로 채워질 거예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대'라는 주제가 나왔어요. 그것 자체는 큰 주제 같아서 가사를 쓰면서 범위를 좀 좁혔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갈 때 처음 만난 순간도 있을 것이고, 접촉한 순간도 있을 것이고, 온기를 나눈 순간도 있을 거죠. 그 터치, 첫 만남, 공감 그런 이야기로 채워질 거 같아요. 2집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발매할 예정인데 이번 공연은 그 2집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겁니다."(안이호)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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