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가 낳은 기적 ‘김치 5호’ [심층기획-정전 70·동맹 70주년]
1950년 성탄절 피란선서 출생
5번째로 태어나 ‘김치5호’ 애칭
당시 배에서 출생한 5명 중 1명
“北에 남은 가족들에 피해 갈까봐
부모님, 상봉 신청 한 번도 안 해
남북 평화롭게 살길 기대” 밝혀
“제가 김치 5호입니다.”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이씨는 세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들었던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의 출생 상황을 전하고, 북에 두고 온 할머니를 평생 그리워했던 아버지를 보면서 전쟁의 비극과 참담함을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역사상 가장 많은 피란민을 구출했다는 기록을 가진 흥남철수작전의 도착지는 경남 거제였다. 당시 작전에 관여한 에드워드 포니 미 해병 대령의 손자 네드 포니는 2020년 흥남철수작전을 “20세기 최대의 인도주의적 사건”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당시 배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모(문용형·강한옥)도 몸을 실은 것으로 유명하다.
흥남에서 함께 피란 온 1만4000여명에게 이씨는 애틋함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머니가 배에서 출산할 때 저를 받았던 분의 손녀를 거제에서 만난 적도 있다”며 “부모님으로부터 그 좁고 열악한 상황을 많이 들었는데 캐나다로 이민을 간 산파의 손녀를 찾아가지는 못하고 거제에서 만나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고 했다. 이씨는 “북한 정권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없기에 우리 스스로 자주국방은 해야 한다”면서도 “여전히 북한에 굶는 사람이 많다 하는데…. 아무튼 한민족인데 우리가 북한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6·25전쟁이 휴전된 지 70년이 됐지만 이씨에게 미군은 여전히 생명의 은인이다. 한·미동맹 기념행사나 흥남철수작전 관련 자리에 참석해온 이씨는 1950년 피란을 지원한 미군이나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가 직접 미국 땅을 밟은 적은 두 번이다. 그는 “‘아, 흥남’이라는 영화 촬영과 한·미동맹 6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갔었다”며 “한·미동맹 60주년으로 방문했을 땐 장진호 전투 당시 미10군단 부참모장으로 흥남철수작전을 지원한 포니 대령 가족과 미재향군인회에 감사패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방문 당시를 떠올리며 잠시 말을 멈췄던 이씨는 “장진호 전투 용사를 만났더니 나를 보고 그렇게 울더라”며 “‘전투 때 동료들이 반쯤은 얼어죽은 기억이 나는데 그 덕에 우리는 피란 와서 이렇게 살아 있다’며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돌아가시기 전 부모님도, 저도 늘 미군이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을 막아주고 흥남부두에서 피란을 도와준 덕에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때 피란 오지 못했으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구출된 극적인 인도주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아버지 말대로 남북이 평화롭게 살면 좋겠다”며 “다시 총부리를 겨누고 핵 개발하는 일 없이 한민족이 단합해서 살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박유빈·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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