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딛고 살아난 국보 센터 박지수 “항저우 금메달만 생각”

이준희 2023. 7. 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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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었다.

김완수 케이비스타즈 감독은 "여자배구에 김연경 10년이 있었다면, 여자농구에는 박지수 10년이 있는 건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지수' 석 자가 여자농구에서 가지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처럼 박지수가 한국 여자농구에서 가지는 위상은 범접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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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우리가 간다][항저우, 우리가 간다] 여자농구 박지수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박지수(KB스타즈)가 14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에서 열린 2023 일본여자농구(WJBL) 서머캠프 첫날 일본 야마나시 퀸비즈와 경기에서 자유투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W리그 제공

충격이었다.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안컵 8강전 탈락. 뉴질랜드에 덜미를 잡혀 어려운 시작을 했고, 중국과 안방 팀 호주에 잇달아 무너졌다. 4강 진출 실패. 1965년 대회 시작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4강에 오르지 못해 2024 파리올림픽 최종예선 진출 꿈이 사라졌다. 여자농구에 드리운 먹구름이었다.

대표팀 에이스 박지수(24·KB스타즈)는 지난 14일 <한겨레>와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에서 만나 “충격적인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충격”이라고 몇 차례 반복했다. 박지수는 “‘내가 너무 안일했나?’ 싶기도 했다”며 아쉬워했다. 김완수 케이비스타즈 감독은 “여자배구에 김연경 10년이 있었다면, 여자농구에는 박지수 10년이 있는 건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지수’ 석 자가 여자농구에서 가지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국보급 센터. 박지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여도, 쉽게 붙지 않는 말이다. 이처럼 박지수가 한국 여자농구에서 가지는 위상은 범접불가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 박지수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전술은 물론 한국이라는 팀 자체가 달라진다. 그래서 한국은 박지수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이탈했을 때 빈자리가 컸다. 돌아왔을 때는, 그만큼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결국 농구는 팀 게임. 박지수 혼자서 모든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박지수. WKBL 제공

어려운 시간이 이어지는 듯했다. 몸과 마음이 힘들었고, 대표팀마저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일본 전지훈련에 나선 박지수는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었다. 김완수 감독은 “(박)지수가 가끔 기분이 다운될 때가 있지만, 스스로 잘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수도 “감독님께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쉽지는 않다. 특히 공황장애에 이어 손가락까지 다치며 지난 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린 공백이 크다. 경기 감각이 예전 같지 않다. 박지수는 “전에는 둘, 셋까지 보였으면, 지금은 두 개까지밖에 안 보이는 느낌”이라며 “예전에는 됐는데, 이제는 안되는 것도 있다. 시야가 좁아진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 감각이 원하는 수준 만큼 올라오는 게 더디다”며 “아무래도 공백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의 공백을 메우는 건 옆자리를 지키는 동료들이다. 박지수는 거의 1년 만에 합류한 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훈련과 경기를 반복할수록 팀에 다시금 녹아들고 있다. 전지훈련 일환으로 참가한 2023 일본여자농구(WJBL) 서머캠프에서는 첫날 패배에도 불구하고 둘째 날과 셋째 날 잇달아 승리를 거뒀다. 지난 시즌 일본 챔피언도 완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케이비스타즈 선수들. 왼쪽부터 박지수, 허예은, 강이슬. WKBL 제공

다가오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박지수는 선전을 벼르고 있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하면, 내년에는 대표팀 경기가 없다”며 “호주에서 아쉬운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는 절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결의를 다지고 왔다”고 했다.

목표 또한 높은 곳을 바라본다. 박지수는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좋은 성적이라고 하면, 우승”이라고 했다. 그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박지수는 또 “선수들이 훈련할 때부터 다르지 않을까 싶다. 정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다들 그런 마음가짐으로 (선수촌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저도 그럴 생각”이라고 했다.

쓰린 패배를 딛고 다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박지수. 코트 위 시야는 잠시 좁아졌을지 몰라도, 농구를 바라보는 그의 시야는 몇배는 더 넓어진 듯 보였다.

다카사키/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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